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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t M Dec 21. 2021

평화를 빕니다

둘이어서 좋은 이유

최근에 본 어느 노배우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산속에 핀 아름다운 꽃을 꺾어 집으로 가져오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그 꽃을 보기 위해 다시 산을 찾는다는 말.


젊은 패기로 두려울 것이 없던 나이에는

평화롭게 사는 것이 쉬울 것만 같았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꿈이라는 사람들의 말에 고작 삶의 목표가 평범이라니 라며

인생 무서운 줄 몰랐던 것이다.



실제로 천주교에서는 약 1시간가량의 미사가 끝날 무렵

신부님의 주도 하에 이런 기도를 한다.


-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 또한 사제와 함께.

- 서로 평화의 인사를 나누십시오.

- (서로 인사하며) 평화를 빕니다.



'평화'의 사전적 의미를 보자면,

 1. 평온하고 화목함

 2.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함. 또는 그런 상태- 를 일컫는다.



그러나 인생을 사전적 의미처럼 갈등 없이 평온하게 살기에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유혹적인 일들이 너무 많다.

나를 괴롭게 하는 사건들은 도처에 널려 있고,

살기 위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관계를 맺어야 하는 대상들은 수도 없이 많기에

마음은 늘 불안하고 위태롭다.

그래서 평화를 찾고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은 어쩌면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되었다.




우리는 흔히 삶의 평화를 찾기 위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이를 테면, 하루 종일 주식 그래프만 들여다본다거나, 계획 없이 카드를 긁는 일 같은 것.

하지만 대부분의 갈망들은 평화를 가져다주기는커녕

더 많은, 더 높은 욕망만을 심어놓을 뿐이다.

번쩍이고 세련된 자동차는 그걸 손에 넣은 첫 몇 달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것의 가치는 떨어지고, 이미 우리 삶 깊은 곳으로 파고들어

더 이상 설렘을 주지 않는 옛 것들의 일부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다가 어떤 새로운 것에 마음이 기울 때 평화는 깨지고 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평화라는 것은 뭔가를 들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잘 간직하고 키울 때 생겨나는 것이다.

그것은, 매일 아침 식물에 물을 주며

그것들이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에서 얻는 안정감 같은 것이다.



인간이 종교를 갖고 기도하는 행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질 수 있다.

뭔가 불안한 일이 생기거나 긴장감을 주체할 수 없을 때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호흡을 가다듬으면 들뜬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

우리는 그 손으로 상대의 손을 잡아줄 수도 있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흐트러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상대에게 공경을 표한다는 의미로 합장을 한다고 한다.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기도는 감사와 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고,

두 손을 모으는 행위 자체로 마음이 가지런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신이 인간에게 손을 두 개 준 것은

더 많은 것을 손에 넣으라는 것이 아니라

기도와 포용을 통해 삶의 평화를 찾으라는

권리 같은 것을 부여한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인생의 숱한 일들을 겪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



누군가를 위해 평화를 빌어줄 수 있다면 당신은 여유로운 사람.

누군가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평화를 얻은 사람.

그것이 혼자가 아닌 이유.

둘이어서 좋은 이유.

함께 살아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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