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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t M Mar 27. 2022

메이크 오버

내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는 잊히지 않는 한 여인이 있다. 

그 여인은 내 남동생의 같은 반 친구 엄마였는데 동네에서 꽤나 유명했다. 

이유인즉슨, 이른 아침 등교 길에서 마주칠 때에도, 독서실에서 늦은 밤까지 공부를 하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서도 그 여인은 늘 곱게 화장을 한 모습 그대로였다는 것이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그녀는 출산을 하러 병원에 가는 길에도 고운 모습이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남편에게 민낯을 보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 

그 말을 들은 동네 아주머니들은 일부러 그녀의 민낯을 보기 위해 함께 여행을 가자고 했다. 아주머니들의 계획은 대실패였다. 모두가 잠이 들 때까지, 그리고 일어나기 전까지도 그 여인은 곱게 화장을 한 모습 그대로였다. 그 정도면 도대체 얼굴에 문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난무했으나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그 여인은 얼마나 부지런을 떨었던 것일까.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내 기억으로는 그 모습이 유난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여인이 가끔 건넸던 음식이나 물건은 신뢰가 있어 보였다. 오히려 차림새가 늘 추레하고 주근깨 가득한 민낯으로 가끔 음식을 돌리던 앞집 아주머니의 요리는 먹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우리 엄마보다 그 이모가 더 예쁜 것 같아’라는 말이 난무했을 정도였으니까. 


 


실제로 메이크업의 힘은 대단하다. 

자신의 모습을 예쁘게 가꾸는 습관은 자존감을 향상시켜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 심지어 뷰티 산업의 연구 결과에서는 메이크업이 노인의 치매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영국에서 미용사로 일하던 켈리 안소니와 사라 리젠은 자신의 모습을 눈부시게 바꿔주는 메이크업으로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킨 경험을 토대로 요양원에서 노인들의 미적 치료를 담당하게 된다. 그들의 노력으로 노인들이 더 나은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 것. 


 

나는 이런 메이크업의 힘을 굳게 믿는다. 


 

물론 외모지상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은 본능적으로 좀 더 깔끔하고 단정한 외모의 상대에게 호감이 가게 되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후광 효과(halo effect)’라고 한다. 


후광 효과는 외적으로 한두 가지의 긍정적 특성이 주는 여파를 말하는데, 타인들이 한 사람을 평가할 때 외모가 괜찮을수록 다른 속성들까지도 좋은 사람일 것으로 지레짐작해버리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자기 관리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하루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곱게 세팅한 머리 결, 우아하게 솟아오른 속눈썹, 붉은 앵두 빛 입술.


 

그 속에 비록 아무도 알 수 없는 생기다 만 외계인 눈썹과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못난이 주근깨와 아파 보이는 창백한 입술이 있을지라도, 

바쁜 아침 틈을 탄 메이크 오버, 이것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부지런함’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그로 인해 생겨난 자신감과 좋은 인상은 생각지도 못한 기회라는 행운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아무리 창밖 풍경이 아름답다한들, 얼룩진 창문을 닦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 풍경을 마주할 수 없다. 


좋은 것은 매만질수록 아름다워지며 행복 역시 문지를수록 반짝반짝 빛난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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