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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t M Feb 14. 2022

바통 패스

선수들이 나란히 출발 선상에 섰고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기 전 환호하던 관중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선수들은 먹잇감을 노리며 곧 달려들 것 같은 사자처럼

전방을 주시하며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탕!"


드디어 신호탄이 터졌고 선수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출발이 유난히 빨라 앞서 나가던 팀의 세 번째 선수가

마지막 주자에게 바통을 건네주던 순간 그만 실수로 바통을 놓치고 말았고,

그걸 다시 줍는 과정에서 다른 팀들의 추월을 당했다.

1초를 앞다투는 릴레이 경주에서 작은 실수는 치명적이었다.

선두를 놓지 않았던 그 팀은 결국 마지막으로 결승선에 들어오게 되었고

모두 머리를 감싸며 좌절했다.




인생을 하나의 달리기 경주라고 본다면

우리는 어쩌면 끊임없는 릴레이 경주를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모두는 유전학적인 성질을 비롯하여

세계문화유산이나 가업, 가보, 아주 사소한 물건들까지도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이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았고, 또 후세대에 물려줄 유산들을 가지고 살고 있다.

태어나보니 금수저는 아니었고 친구보다 잘나지 못했고,

공부도 다른 일도 딱히 잘하는 것 없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터무니없이 형편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가?

출발선이, 조건이 다르다고 해서 우리는 삶을 포기할 수 없다.

대회에 나간 계주 선수들 중에서

'나 하나쯤 못 뛴다고 지진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뛰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삶도 마찬가지다.

인생은 결코 혼자서는 달릴 수 없는 기나긴 여정이다.

잠시 그 자리에서 숨을 골라야 하는 순간도 있을 테고,

어느 순간에는 다음 사람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국가를 이루는 국민으로서, 조직을 이루는 팀원으로서

한 가정을 이루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어느 한 명의 실수나 돌발 행동은

그 팀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최고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임해야 한다.


삶을 오로지 1등을 하기 위한 경주로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물려받은 것이 형편없다고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깎아내리며

나보다 나은 사람들을 끌어내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것이다.




릴레이 경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트가 빨라야 하는 1번 주자도,

스피드가 빨라야 하는 마지막 주자도 아니다.

그건 바로

순간이지만 다음 주자와의 타이밍과 호흡을 중요시하는

'바통 패스'의 순간이다.


인생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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