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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t M Mar 27. 2022

행복의 정의

걱정거리를 두고
웃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나이가 들었을 때
웃을 일이 전혀 없을 것이다.

- 에드가 왓슨 하우




#행복은 역설적이다


손을 다쳤다.

내 기준에서 꽤 심도 있게 다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이다.

어렸을 때 종이를 자르다가 손가락을 가위 사이에 들이밀어 생긴 상처가 첫 번째,

스테이플러로 종이를 찍다가 손톱 아래로 심이 박혀 생긴 상처가 두 번째.

칼질을 하다가 손톱 끝 살점을 함께 잘라 생긴 상처가 세 번째.


이번에는 종이에 꽤 깊이 베인 것이다.

상처는 작았지만 그 화끈한 통증 부위에 온통 신경이  쓰이면서 어떤 일에도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모르고 비누칠을 했다가 머리끝이 쭈뼛 서는 고통에 깜짝 놀랐다.

상처가 아물 때까지의 시간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특히 손가락이나 손을 다치는 일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있다.

다치기 전의 평화로운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것이었는지,

경험과 깨달음은 늘 그렇듯,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다시 상기된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삶의 많은 부분이 피폐해졌다.

마스크도 정기적으로 구매해야 하고,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도 아주 많다.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서 코로나 블루로 우울증을 앓는 사람도 많이 생겼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코로나가 없던 시절에도 지금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은 늘 도처에 널려 있고, 실직이나 구조조정 같은 문제도 피할 수 없다. 사회에 만연한 정신병도 마찬가지다.

행복은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고 그 기준과 척도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행복을 정의 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상당 부분 불행한 사건들을 수반하기 때문에 일렁이는 파도 같은 일상에서 행복을 건져 올리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행복은 참으로 역설적이어서 어떤 불행한 사건 하나가 터질 때에야 비로소 수면 위로 떠오른다.

'아, 그때 정말 행복했었지.'라는 식으로. 




#상처를 다루는 법


삶이 손에 난 상처를 닮아 있다.

어쩌면 우리를 괴롭게 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손에 난 작은 흠집처럼

아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치 바짝 깎은 손톱으로 단단히 묶인 매듭을 풀려고 할 때의 불편함 같은 것.

그 고통은 우리의 몸 구석구석을 파고들며 자꾸만 정신과 육체를 바닥으로 끌어당긴다. 잠깐 방심이라도 하면 상처 하나가 파버린 구덩이 속에 하루가 온통 함몰되어 다시 헤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제 상처의 메커니즘을 경험했다면 그만큼의 내성이 생겼을 것이다.

그 단단한 갑옷을 입고 다음의 고통을 맞이하면 된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다 아물기 마련이다. 패인 부위만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사는 이는 없다. 어느새 새 살이 돋아나고 고통은 흔적도 없이 지워진다.

아이가 자라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호기심이 넘치고 어디로 달려갈지 모르는 발걸음을 늘 붙잡아 메어둘 수 없기에 아이를 상처 하나 없이 키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성장해왔다.

그리고는 훗날 같은 종류의 어려움에 닥친 이에게 '그땐 그랬었지'라며 위로를 건넬 수 있다면 대단한 것이다. 적어도 그 싸움에서 살아남았으니까.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니까.


인생이 마구잡이로 내던지는 상처에 대처하는 방법은,

그것에 몰두하지 않는 것이다.

 



#행복의 정의


사는 것이 일방통행이라면 얼마나 수월할까.

고통스러운 사건들을 잘못 들어선 길인 듯 유턴해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그러나 계획했던 일이 늘 일사천리로 이루어지고, 생각했던 일들이 눈앞에 금방 펼쳐진다면

우리는 과연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상처 하나 없는 손을 위해 발을 동동 구르며 살면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허황된 기대만 쫓으며 손에 난 굳은살 하나를 떼어내기에만 몰두해 있다면 우리 삶 도처에 널린 일상의 행복들을 잊고 사는 셈인 것이다.

 

걱정거리를 두고도 웃을 수 있다면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손등에 피어난 거친 삶의 흔적과 상처들을 내려다보며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았다고,

어쩌다가 향이 좋은 핸드크림에 반짝이는 손등의 부드러움에 웃음 지을 수 있다면,

가끔씩 꾸미는 네일아트에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너무 예쁜 손보다는 적당한 상처와 까칠함을 가진 손이 편안한 것.

너무 완벽한 인생보다는,

다시 곧 반짝거릴 수 있고 부드러워질 수 있는 보통의 삶이 더 행복한 것이다.



양 손가락 사이사이에 실 하나를 꼬아 걸고 번갈아 주고받던 실뜨기 놀이처럼, 멀리서 보면 온통 꼬여 절대 풀 수 없을 것만 같던 시련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규칙이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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