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서 소년으로

세상에서 가장 낯선 너

by Janet M

이른 아침 널 깨우기 위해 방문을 열었다.

문 뒤에서 고여있던 사춘기 냄새가 앞다투어 쏟아져나왔다.



이제는 침대 가득 자란 네가 세상에서 가장 낯선 얼굴로 잠들어있다.

솜털이 있던 자리에는 거뭇거뭇한 흔적이,

아기 냄새 가득하던 뽀송한 머리에는 호르몬으로 뒤범벅된 기름때가,

이불 밖으로 나온 발은 어느새 내 발보다 더 커져 있었다.


"일어나! 학교 가야지!"


몇 번의 성화에 못 이긴 네가 뒤척이다 말한다.


"엄마...5분만....."


바리톤과 베이스 사이 어딘가에 걸린,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그 음성이

고막을 타고 가슴 언저리에 내려와 가라앉았다.

내가 알던 너와 지금의 너는 몇 장을 잃어버린 소설책처럼 어색해서

때로 나는 어쩔 줄을 모르겠다.




매일 잠투정 하는 널 안고 사투를 벌이던 어느 날의 내 모습과

겨우 잠든 네 곁에서 빨리 컸으면 좋겠다고 푸념하던 날의 기억이 바로 어제의 일 같은데.

그럼에도 널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이른 아침 이 시간이 너무나 애틋해

어쩔 줄 모르겠는 마음을 가득 안고 한참이나 서 있다.





한때는 네가 숨 쉬는 소리만으로도 하루의 안부를 확인했었다.

이제는 닫힌 네 방 앞에서 숨을 골라야 할 만큼 시간이 흘렀다.

혹시 어딘가에서 상처받지는 않았을지,

나에게 말하지 못한 어제가 네 방 안에 가득 쌓여 있지는 않을지.


이제 너는 더이상 잠투정하지 않고

엄마를 부르는 대신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혼자만의 캄캄한 밤을 보내는 방법을 배웠다.

아이에서 소년으로 흘러가는 시간이 매일 아침 낯선 풍경으로 나를 때리고

나는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여전히 네가 나를 필요로 할 거라 믿는 방식으로 사랑을 꺼내 들고 서 있다.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세상에서 가장 낯선 소년의 목소리로 말하는 네 앞에서 나는 한없이 서운하지만

그렇게라도 네가 너를 지키고 있다면 괜찮다고, 괜찮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어쩌면 엄마라는 이름은 너의 모든 시절을 다 아는 사람이 아니라
네가 멀어질 때마다 한 발 물러설 줄 아는 사람이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큰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네 얼굴에 오래전 내가 알던 표정이 잠시 스친다.


그 순간을 놓칠까 봐 나는 오래도록 숨을 죽인다.




어느 날 문득

아이에서 소년이 된 너와

조금은 슬퍼진 나의 이야기.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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