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책값에 투자해도 되는 이유
책을 읽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책을 읽는다고 해서 그 책처럼 저절로 알아서 살아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닮아갈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반복해서 읽고 보고 그것에 노출되면 어느새 그곳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중요한 건 지향하는 지점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느리더라도 조금씩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딛으면 된다. 그럼 원하는 행복의 똑같은 형태는 아니더라도 많이 닮아있게 되고, 좋은 습관을 갖게 된다. 그 길을 꾸준히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값을 아끼지 않는다.
소장하고 싶은 책은 구매하기도 하고 중고책을 사기도 한다. 책을 사치하고 싶을 때는 도서관으로 간다. 책에 투자하는 결과값이 오늘내일 당장 나오지는 않지만 서서히 나를 바꾼다. 그렇게 더 나은 삶을 지향하고 그 길을 따라간다. 그것의 가치를 생각하면 책 한 권의 값은 전혀 비싸지 않다. 책을 읽고난 즉시 우리 부부의 삶이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는 것도 아닌데, 생활비의 일정 비율을 합의한 것에 대해 남편에게 고맙다. 이쯤 되면 나한테 투자를 한 건지 취미를 지원해준 건지 모르겠지만.
책값에 투자해도 되는 이유를 김봉진님의 <책 잘 읽는 법>의 문장으로 대신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 잘 살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해드리고 싶어요. 정해진 운명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따고요. 우리의 삶은 수많은 크고 작은 결정들에 의해 만들어지는데요. 이때 ‘생각의 근육’을 키워두면 조금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겠죠. 이런 것들이 쌓이면 정해진 운명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을까요. 그리고 혹시 모르죠. 운명조차 바꿔버릴지도요.
마음껏 읽고싶다
새 책이 좋았다. 바삭바삭 질감과 아직 밟히지 않는 흰 눈 위에 새겨진 글을 보는 느낌적인 느낌이 좋았다. 새 거라는 이유로 그냥 좋은 거다. 그렇게 책을 구매하면서 읽고 싶은 책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보통 저자의 한 책이 좋으면 그 작가의 다른 책에도 관심이 갔다. 그 책들이 모두 장바구니로 옮겨지면서 매달 책값이 늘어났다. 책을 구매하는 금액이 늘어나니 생활비에서 일정 비율로 고정시켰다. 물론 자 재듯 고정 소비를 지킨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정해놓은 책값이 많이 초과되기 시작했다. 매달 지출한 책값만 놓고 보면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생활비 항목 중 눈에 띄게 높아지는 게 보였다. 앞으로 이렇게 되면 분명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돈 나갈 곳이 많았으니 사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다 살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읽고 싶은 책을 미루기도 싫었다.
혜자로운 중고서점
그때부터 중고서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 전에도 간혹 읽고 싶은 책이 절판되는 경우에는 온라인 중고서점을 이용했는데, 그때 받았던 책들이 만족스러웠다. 택배로 책을 받았을 때 한 번도 실망한 기억이 없다. 오히려 생각보다 꽤 깨끗하단 생각을 했다. 책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이 이런 건가 싶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잘 애용하고 있다. 중고책을 구매할 때는 책의 상태 상/중/하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보통 상을 주문하는데, 이전에 읽혔던 것이라는 사실만 제외하면 새 책과 다름없었다. 깨끗한 책을 받았을 때 느낌이 좋아서 좋은 상태의 책을 선택하지만, 사실 더 오래된 책이라고 해도 읽는 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서재에 새 책과 중고책이 섞여있는 이유이다. 읽다 보면 어떤 책이 새 책이었는지 헷갈린다. 중고책이 좋은 이유 중 또 하나는 합리적인 가격이다. 정가보다 저렴한 편이여서 부담이 적다. 혜자롭다.
유레카! 도서관
새 책과 중고책의 경계를 드나들며 또 책값에 대해 고민되기 시작했다. 장바구니에 담긴 책이 점점 늘어났다. 그때 생각난 곳이 도서관이었다. 유레카.
대학생 때는 학생 신분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일을 하고나서부터는 도서관에 굳이 찾아가지 않았다. 그 공간을 잊고 살았다. 그런데 순간 오며가며 지나쳤던 도서관이 떠올랐다. 집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도서관을 검색하고 온라인 회원가입을 하고 읽고 싶은 책도 관심함 폴더에 담았다. 그리고는 집에서 도보 10분 내에 있는 위치한 도서관으로 가서 회원증을 만들었다. 준비물은 민증 하나, 만드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하.. 이렇게 좋은 카드가 있었다니!' 이전에 사용하지 않은 시간들이 괜히 억울했지만 앞으로 수많은 책들을 빌려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날은 특별 행사 기간으로 14권까지 대출이 가능했고 덕분에 11권을 대출할 수 있었다. 비대면 무인대출기에 줄을 섰다. 나는 이 문명을 처음 접했다. 대출과 반납을 직접 할 수 있는 이 좋은 것이 언제 생겼나 싶었다. 내 바로 앞에는 초등학교 1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자기 차례가 되어 기계 앞으로 가더니 몇 번의 터치로 책을 대출했다. 그 모습은 정말 자연스러웠고 한 두 번 대출한 솜씨가 아니었다. 내공이 느껴졌다. 내 차례가 되어 책을 기계 위에 올리고 회원증을 인식시켰다. 다행히 무인 대출기의 사용법은 아주 간단했다. 도서관에서 나오자마자 집에 가는 길은 정말 무거웠다. 양손 가득 책을 안고가면서 다음에는 바퀴 달린 쇼핑카트라도 끌고와야 하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