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되찾는 계기
물가는 내리막 없는 산길처럼 끝없이 오르는데,
월급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니, 나는 오르막 없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중이고,
내 자존심도 월급도 함께 깎여나가고 있다.
어제도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피로에 묶인 듯하다.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를 허무함이 대신했다.
'내일은 다를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그런 다짐조차 무너져내렸다.
5시 반, 피곤에 찌든 얼굴로 현관까지 배웅 나온 아내를 보니,
미안함과 자괴감이 뒤섞여 내 얼굴이 일그러진다.
마치 프란시스 베이컨의 자화상처럼.
아무리 스스로 감추려고 해도, 나는 한없이 약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눈치챈 아내는 나를 안아주며,
"아니야. 여보야 덕분에 우리 가족,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어.
억지로 힘내려고 하지 마. 고마워."
그 한 마디가 내 마음을 더욱 흔들리게 만들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엉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애써 표정을 고쳐잡고,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었다.
구겨진 얼굴을 애써 펴고, 아내를 향해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한마디를 건네었다.
"고마워."
조용히 현관문을 나섰다.
여전히 어깨는 무겁고 발걸음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지만,
아내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희미한 빛처럼 가슴 한켠에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