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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오톡방 01화

1. 섬

마흔, 수진

by 장하늘

오톡방






1. 섬


거울을 보다가 수진은 깜짝 놀랐다. 언제 나이가 들어버린 걸까? 이제 만 나이로 계산해야 서른여덟이 된다. 40살이라는 나이가 어색하고 낯설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첫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둘째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시간이 생겼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의 성장이 수진은 오히려 적응이 안 된다.

오늘은 또 뭘 하지? 심심하다.



'아, 맞다. 그때 은희가 알려준 게 뭐더라. 아. 채팅? 여기, 카톡에 맞아. 여기에 있다고 했는데~, 이거였구나, 오픈채팅.'

수진은 며칠 전 친구 은희와 밥을 먹었다. 그런데 그날 은희는 뭔가 정신이 없어 보였고, 쉴 틈 없이 핸드폰을 만졌다. 마치 핸드폰에 무슨 꿀이라도 발라놓은 듯, 은희는 계속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혼자 낄낄 웃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궁금해진 수진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처음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을 얼버무렸다. 하지만 수진이 한참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마지못해 그냥 채팅하는 거야.라고 답했다.

수진이 누구와 채팅을 하느냐고 묻자, 은희는 그냥 불특정 다수라고 했다. 그러더니 묻지도 않았는데 오픈채팅은 이렇게 하는 거라며 잠깐 설명을 덧붙였다. 그날은 단순히 은희의 모습이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잊어버렸다.




그런데 어느 날, 심심한 차에 수진은 검색창을 눌렀다. 무엇을 검색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심심'이라고 입력해 보았다. 그러자 여러 개의 채팅방이 검색되었다. 수다방, 고독한 방, 다양한 단톡방이 조회되었고, 수진은 그중 한 곳에 들어갔다.

이미 채팅창에서는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그리고 수진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어서 오세요, 하트 눌러주세요.”

“네? 하트요? 어떻게 누르는 거예요?”

낯선 용어에 당황한 수진이 어리둥절해하자, 방 안에 있던 몇몇 사람이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수진은 여전히 어리바리한 상태였지만, 여러 명이 구체적으로 알려준 덕분에 간신히 하트를 누르는 데 성공했다.

“공지 읽으시고, 우선 닉네임도 우리랑 같은 형식으로 바꿔주세요.”

수진은 공지를 읽으며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꼈다. 잘못 들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이 가슴을 압박했다. '혹시 이곳, 뭔가 이상한 곳인가?'

어수선한 기분에 핸드폰을 닫았지만, 잠시 후 계속해서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수진은 왠지 모르게 나쁜 행동이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결국 채팅방을 나왔다.

수진은 이번엔 검색어를 다르게 입력해 보았다. ‘친목’이라는 두 글자를 입력하자 여러 개의 방이 검색되었다. 수진은 제일 먼저 위에 뜨는 방을 선택했다.




<3040~>

‘이건 나이를 뜻하는 건가? 그럼 나는 아직 40 전인가?’라고 생각하며 채팅방을 클릭했다.

채팅방은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처음 들어갔던 방과는 완전히 다른 속도에 깜짝 놀랐다. 대화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전에 계속해서 올라갔고, 그 와중에 누군가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하트 눌러주세요. 그리고 공지 보고 대화명 바꿔주세요.”

첫 번째 방에서의 경험 덕분에 수진은 이번에는 빠르게 하트를 누르고 대화명도 바꾸었다.

“저희 방은 자동 존하대 방이에요. 말씀 편하게 하세요.”

나이에 따라 서로 말을 놓는다는 의미 같았다.

채팅방에는 400명이 넘는 사람이 있어 대화창이 쉴 새 없이 빠르게 움직였다. 수진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친한 사이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웠고, 정신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아, 맞다. 오늘 시장 봐야지.’

수진은 지갑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시장을 다녀온 후, 음식들을 정리한 뒤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이번에도 ‘친목’이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입력했다. 이번에는 처음과 달리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채팅방마다 사람 수가 표시된 것도 보였다.

이번에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곳을 선택하고 싶었다. 그래서 100명 미만인 방을 눌렀다.

“하트 눌러주시고요, 공지 읽어주시고, 닉네임은 설정에서 바꿔주세요. 닉네임은 두 자까지 가능합니다.”

이미 두 번의 경험이 있었던 터라, 수진은 빠르게 하트를 누르고 닉네임도 변경했다.

“얼공해 주세요.”

“네? 얼공이요? 그게 뭔가요?”

“얼굴 공개요.”

“얼굴 공개를 어떻게 하나요?”

“사진 찍어서 보내주세요.”

수진이 오픈채팅을 찾은 것은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이었다. 낯선 공간에 발을 들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정말 외로웠던 걸까?

닉네임을 바꾸라는 요구는 마치 어딘가에 가입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수진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숫자 하나가 추가된 것에 불과한 걸까? 진행 절차를 따라가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 사진…

급하게 사진을 찾기 위해 핸드폰 갤러리를 열었다. 하지만 얼굴이 나온 사진이 보이지 않았다. 사진첩을 한참 동안 내려가며 적당한 사진을 찾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방에서 자동으로 나가진 상태였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이건 뭐지?

이곳은 단순한 대화방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괜찮은 걸까? 아니면, 이 길로 들어서는 것이 아닐까? 단순한 심심풀이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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