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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오톡방 04화

4. 메세지

40, 수진

by 장하늘

오톡방


4. 메세지



수진의 핸드폰이 하루에도 몇 번씩 울렸다. 벙개에 함께했던 남자들에게서 개인 메시지가 온 것이다.

오리: 커피~ 오늘 뭐 해? 점심 먹었어?

토미: 커피, 오늘 하루는 잘 보내고 계셔?

저녁 맛있는 거 먹구.

투투: 커피, 점심은?

오늘 날씨 좋던데 산책이라도 가시면 좋을 듯!

토이: 눕, 뭐해? 나 심심해.

누나, 어제 어땠어?




수진은 메시지가 오면 답장을 했다. 그런데 그 메시지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메시지가 오면 답장을 하던 수진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단순한 안부 인사일 수도 있지만, 메시지의 빈도와 뉘앙스가 각기 달랐다.

오리는 편안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안부를 묻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토미는 예의가 바르고 부드러웠다. 강요 없이 안부를 묻고, 일정 거리감을 지켰다.

투투도 친절하고 무난했다. 은근히 약속을 잡으려 하지만,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토이는 달랐다. '눕은? 심심하면 말해'수진은 잠시 망설였다. 단톡방을 열어봤다.



[3040 친목방]

토미: 오늘 벙개 즐거웠네요~~ ㅋㅋ 다들 잘 들어갔죠?

오리: 다들 잘 가셨지여? ㅎㅎ

투투: 오늘 뿌니 노래 실력 대박!

토이: ㅋㅋㅋ 맞아, 뿌니눕 노래 최고였어여!

소라: ㅋㅋㅋ 다음엔 투투옵 노래 들어야지~

수진은 채팅창을 내려보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두가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단톡방에서 너무 가벼운 모습이 오히려 이상했다. 분명 어젯밤까지는 친밀했던 사람들이었다. 특히 토이.

그런데 단톡방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굴면서, 개인 메시지는 이렇게 적극적이라니.



수진은 다시 개인 메시지를 확인했다. 또다시 개인톡이 쌓여 있었다. 무난한 투투오빠에게 먼저 답을 보냈다.

커피: 네 ㅎㅎ 저도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뵈어요~

투투: 커피 덕분에 분위기 더 좋았어~

다음으로 오리의 메시지에 답을 했다.

커피: 응, 잘 들어갔어. 오리 너도?

오리: 나야 뭐 ㅋㅋ 잘 갔지. 이번 주말에 뭐 해?

수진은 그 질문에 잠시 답을 미뤘다. 오리는 자연스럽게 다음 약속을 잡으려는 분위기였다.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오리는 편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토미에게 답을 보냈다.

커피: 그러게, 시간 금방 갔네.. 다음에 또 보자!

토미: 웅~ 주말 잘 보내시고, 쉬엄쉬엄 하셔! ㅎㅎ

토이: 근데 눕? 말편하게 하묜 안돼? 난, 솔직히 오늘 너무 좋았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메시지. 그 한 줄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커피: 웅~ 나도 즐거웠어!

짧게 답을 보냈다. 하지만 곧장 다시 메시지가 왔다.

토이: 진짜 좋았어. 솔직히 눕 너무 예뻐. 목소리도 매력쩜.

토이: 우리 조만간 따로 볼래?

수진은 손가락을 멈췄다.

토이의 메시지는 가벼운 듯하지만 적극적이었다. 수진은 토이를 남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오히려 이런 태도가 조금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경계심이 들었다.

개인 메시지와 단톡방에서의 태도가 너무도 달랐다. 단톡방에서는 별일 없었던 것처럼 장난을 치고, 웃으며 가볍게 넘어가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친목이 아닐 수도 있었다.


잠시 후, 단톡방이 다시 울렸다.

카스: ㅋㅋㅋ 주말에 벙개 참여할수 있는 분??

토미: ㅋㅋㅋ 좋겠다여!

도비: 오. 벙개

커피: 벙개 재밌었지욤.

루카: 우와

투투: 아꿉~~

토이: 커피눕 나와여?


수진은 단톡방의 메시지를 보고 다시 토이의 개인 메시지를 보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러던 순간, 오리에게서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

오리: 커피야, 시간 되면 커피나 한잔할래?

수진은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오리라면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의 제안이 거부감 없이 다가왔다.

수진은 답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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