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안녕 Oct 13. 2024

소설 덕수궁 돌담길, 그 계절에13

2008년 첫사랑 짝사랑 멜로 연애

 화실에서 그림 연습을 마친 은석과 서경은 학교 근처 샌드위치 전문점을 찾았다.

“나 엄청 놀랐는데.”


 서경이 먼저 말을 꺼냈다.


 “왜?”


 “둘 사이에 그런 분위기가 없었잖아. 나는 오히려 명준이랑 뭔가가 있는 것 아닌가 싶었거든.”


 “명준이가 뭐…”


 “내 촉이 이상했나?”


 은석은 그런 서경의 말이 신경 쓰였다.


 


 다원은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연애를 하고 있거든. 그런데도 마음을 못 접겠어. 마음 접을 생각이 없어.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어떡하면 좋을까? 계속 봐야 할 텐데… 내 마음은 접을 생각이 없으니까.’


 명준이 했던 얘기를 떠올리며 다원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이어 자리에 누운 다원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다시 이불을 내렸다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 앉기를 반복했다.


 “나한테 한 소리는 아닐 거야… 아니겠지? 아니어야 하는데…”


 다원은 책상 앞으로 다가가서 명준의 미니홈피에 들어갔다. 미니홈피 대문의 사진은 사라졌고 ‘TODAY IS’의 상태는 ‘허무’였다. 그 아래에 적힌 글귀는 ‘사랑해도 사랑한다는 그 말 하나 못한 바보였다고’였고 배경음악으로 먼데이키즈의 ‘이런 남자’가 흘러나왔다.


  


 다원과 은석은 인사동 일대를 찾아 손을 잡고 걸었다.


 “오랜만에 데이트다운 데이트하니까 좋다.”


 “실기대회 얼마 안 남았는데 무리하는 것 아니야?”


 “대회 준비 때문에 지치기도 했고 뭔가 기분전환이 필요했거든.”


 둘은 길을 계속 걷다 어느 인물화가 걸린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림에는 뭔가 사람의 시선을 이끄는 매력이 있었다.


 “잘 그린 것 이상으로 뭔가 빠져들게 만들어.”


 다원은 넋을 놓고 그림 감상을 했다.


 “이런 경지는 어떻게 하면 나올까?”


 은석도 그림을 보며 감탄을 했다.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돼?”


 다원이 은석에게 말했다.


 “무슨 부탁?”


 “그냥 나중이라도 괜찮으니까 내 얼굴 한 번 그려줘.”


 은석은 다원을 빤히 봤다.


 “왜?”


 “난 사람 얼굴 잘 못 그려.”


 “그런 건 상관 안 하니까 괜찮아.”


 “그림 말고 차라리 노래 불러줄게.”


 “아니! 노래는 됐고.”


 은석은 다짜고짜 SG워너비의 ‘라라라’를 부르기 시작했다.


 


 다원은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은석은 다원의 기분을 풀어주려 간지럼을 태우거나 웃겨보려 애썼다. 은석의 노력에 기분이 풀어진 다원의 얼굴이 이내 밝아졌다.


 점심시간에 맞춰 둘은 분식집을 찾은 뒤에 골목길에 들어섰다. 그리고 다원이 은석을 쳐다봤다.


 “김 묻었어.”


 다원의 말을 듣고 은석은 바지에서 거울을 꺼내 얼굴을 봤다.


 “묻은 것 없는데. 잘못 본 것 아니야?”


 “오늘은 잘생김이 묻었어.”


 다원은 배시시 웃었고 은석은 어이없으면서도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한편, 다원은 자기가 그런 말을 해놓고 민망한 기운을 들어 앞서 걸어갔다.


 “어떡하지?”


 다원이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 은석은 그런 다원이 귀여워 보였다.


 “혼자 갈 거야?”


 “아, 몰라.”


 다원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앞서갔다.


 어느 새 보면 은석은 다원의 뒤에 바짝 붙어 있었다. 그리고 은석은 뒤에서 다원을 안아주었다. 다원은 갑작스러운 포옹에 처음에는 놀라다가 기분이 좋아졌다. 그제야 다원은 몸을 돌려 은석을 쳐다봤다. 은석은 다원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다원은 은석의 품에 머리를 기댔다.


 


 명준이 효창동 정류장에 먼저 와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뒤이어서 다원이 왔다.


 “일찍 왔네?”


 다원이 명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한 5분 전에.”


 명준은 평소처럼 웃으며 대답했다.


 “그랬구나. 괜찮아?”


 “뭐가?”


 “아니… 그게.”


 “실연? 실연도 아니지. 뭐라고 해야 하나?”


 “좀… 속상하잖아.”


 “그때만 그래. 지금은 괜찮아.”


 “진짜?”


 “응. 설마 내 걱정하는 거야?”


 “걱정이라기보다는 그냥.”


 다원은 겸연쩍게 웃기만 했다.


 “버스 왔네. 가자.”


 그렇게 말하며 명준은 버스에 먼저 올라탔다.


 “진짜 괜찮나?”


 의아한 표정을 짓던 다원도 뒤이어 버스에 탑승을 했다.

이전 12화 소설 덕수궁 돌담길, 그 계절에1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