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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현 Mar 22. 2024

거울

타인을 통해 바라보게 되는 나

거울과 거울을 맞대면 서로 무한히 비춘다.


서로가 각자 아름답다면 거울에 비친 아름다움이 무한할 것이다.


행여나 서로 조금씩 부족하더라도 맞대어 비춰보니 그 모습이 조화롭게 합쳐져 아름다울 때도 있다.


함께 하는 것. 그것의 진가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긴 시간 혼자 일해왔다.


1인 매장은 규모가 작아 관리할 것이 적고 한 명만 있어도 큰 문제가 없기에 대부분 크게 바쁜 곳은 아니다.


그렇다면 근무 강도가 낮아 일하기에 더 좋은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손님이 조금만 몰려와도 주문서가 쌓여가고, 반대로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온다면 음료 제조 중에 다시 주문받으러 가는 등 동선이 꼬이기 십상이다.


비교적 한가한 시간대에 청소 업무를 하다가도 손님이 오게 되면 꽤 번거로워지고 운 좋게 아무도 오지 않는 날도 있지만 이런 날이 많은 곳이라면 어차피 오래가긴 힘들 것이다.


이렇듯 1인 매장의 경우엔 대부분의 일을 오롯이 혼자 감내해야 한다.


지금 있는 곳은 처음으로 여럿이 함께 일하는 곳이다.


시간대별로 정해진 위치가 있어 집중하기에도, 속도를 올려 일하기에도 전보다 상당히 수월하다.


아주 바쁜 상황이 아니라면 이전과는 달리 1인분만 잘하면 문제가 전혀 없다.


하지만 내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선 동료와의 호흡을 맞춰가는 시간과 소통 능력이 필요하고 이것을 늘 염두에 두고 일해야 한다.


1인 매장과 일반 매장 사이에 서로 장단점이야 있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앞으로 두 번 다시는 1인 매장에서 일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나는 한결같은 편이다.


쉽게 나태해지거나 해이해지진 않지만, 스스로 빠르게 성장하는 유형도 아니다.


무엇보다 혼자 있다 보면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발전해야 하는데 비교군이 없으니, 지금의 내 상태가 괜찮은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러나 여럿이 함께 일하는 곳은 비교 대상이 늘 옆에 있다.


주변을 살펴보니 혼자 일할 때 내가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전혀 장점 수준이 아녔고, 생각지도 못했던 게 내 장점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한결같다는 것도 다른 사람과 있다 보니 알게 되었다.


우리는 거울이 없다면 절대 자기 얼굴을 스스로 볼 수 없다.


아무리 손으로 자기 얼굴을 만져보아도 실제로 보는 것과는 아주 다르듯 타인이란 거울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은 나 또한 그들의 거울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함께 하다 보면 서로서로 조금씩 닮아간다.


까다로운 것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구분 짓지 않고 닮아간다.


더 까다로운 것은 대개 나쁜 점은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빠르게 닮지만, 좋은 점을 닮기 위해선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인원 변동이 없는 매장은 내외부적으로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데 이런 점에 기인하여 그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것을 몰랐던 과거의 나는 다른 사람은 신경 안 쓰고 그냥 나만 잘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했었다.


그러나 신경을 안 쓴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을 닮아가는 나를 보며, 또 그들이 나를 닮아가는 것도 보게 되니 생각이 바뀌었다.


요즘의 나는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닮으려고 하거나 내 나쁜 점을 최소한 거울에 보이지 않는 선까지 감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협업에서 중요한 건 '나만 잘하면 된다'는 마음이 아니라 '나도 잘해야 된다'는 마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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