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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현 Mar 29. 2024

분리

구조의 문제와 개인의 문제

카페에서 바쁜 상황이란 대부분 인력이 부족할 때이다.


대부분의 카페는 영업 시작부터 끝까지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기보단 특정 시간대에 확 몰리는 편이다.


이러한 시간대에 충분한 인원을 확보하는 게 매장 근무 인원 배치에 최우선 순위이기도 하지만, 이 특정 시간대는 앞뒤로 1~2시간 정도의 차이가 빈번하게 생긴다.


그러니 아무리 인력을 잘 관리하여도 1~2시간 정도 순간적으로 일손이 부족한 때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대다수의 컴플레인은 이때 발생한다.


친절은 여유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같은 행동도 상황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지는 게 일상다반사이다.


늘 여유 있는 상황을 구축하는 게 최고일 테지만 이건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이다.


그러나 상황이 여유가 없다 하여도 그 상황에도 할 수 있는 나름의 친절함은 언제나 있다.


이러한 유형의 친절함은 각자가 있는 곳마다 제 나름일 것이다.


다만, 우리가 조심해야 할 건 똑같다.


구조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애꿎은 개인에게 전가하진 말아야 할 것이다.


바쁘다는 것을 핑계로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요청을 한 손님에게 짜증 내는 듯한 태도를 내비치는 게 대표적인 예이다.


남은 커피를 일회용 컵에 옮겨달라는 상황을 떠올려 보아라.


한가할 땐 아무렇지도 않은 요청일 텐데 상황이 바빠져 할 게 많다면 이 작은 일조차 짜증이 나게 느껴질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저런 감정을 느낀 건 마찬가지인데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한 마디 건넨다.


"얼음 조금 더 넣어드릴까요?"


남은 음료를 옮겨달라는 손님에게 잘못이 있는가? 당연히 없다.


그렇다면 이것을 짜증으로 느끼는 바리스타에겐 잘못이 있는가? 티를 내지 않았다면 그에게도 없다.


손님에게 무조건 친절하란 말이 아니다.


귀책사유가 명확한 잘못을 한 손님과는 싸워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책임만 질 수 있다면 뭐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이와 비슷한 상황들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경우 손님에겐 잘못이 없고 보통 내 상황의 문제였다.


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구조를 바꾸려 하거나, 최소한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화풀이는 하지 말아야 한다.


나름의 친절함이 중요한 이유는 아무리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도 그 안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환경 탓만 하는 것만큼 꼴불견인 것은 없다.


환경을 개선할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 여부이고 이것을 바꾸기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다 한들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없던 죄가 생기는 건 아닐 것이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내 나름의 친절함을 보여도 굉장히 몰상식한 손님을 맞이하게 됐다고 가정하자.


곧장 들이박고 싸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가도 그랬다가 벌어질 일들을 상상하면 꽤 골치 아프니 하릴없이 속으로 삼키는 게 대부분일 것이다.


속으로 삼키는 것을 하지 못하겠다면? 이런 경우엔 또 다른 분리 작업이 필요하다.


주문받을 때 상식 밖의 언행을 보여준 손님에게 기분 나쁜 티를 내고자 한다면 주문 시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못 하고 다른 영역까지 끌고 올 때 벌어지게 되는 일들은 하나같이 모두 비열할 것이다.


음료 제조를 그 손님이 눈치채지 못할 선에서 개차반으로 하거나, 퇴점 시에 가는 것을 뻔히 보아도 인사조차 하지 않는 것들처럼 말이다.


구조의 문제와 개인의 문제에 대한 분리.


개인의 문제를 어느 시기에, 어느 선까지 문제 제기할 것인지에 대한 분리.


여러 변수가 얽히고설켜 종속적으로 변화하는 커피를 늘 분리하여 생각한 뒤 조정하는 것처럼, 굉장히 어렵지만 늘 해야 하는 바리스타의 또 다른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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