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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혁 Oct 25. 2021

양귀자, 모순

인생을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가

인생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것이 가진 복잡함, 미묘하고 다양한 모습 때문에 삶은 수많은 단어를 자신의 수식어로 달고 다닙니다. 하지만 인생이 가진 이해할 수 없는 면을 보다 보면 이 단어만큼 인생의 한 단면을 잘 나타내 주는 수식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바로 '모순'입니다. 이 책은 인생이 가진 모순적인 성격, 아니 어쩌면 인생 자체가 모순이라는 점을 주인공인 안진진의 시점에서 바라본 1년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모순적인 인생을 고쳐야 할 일로 바라보지 않고, 원래 그런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듯해서 오히려 우리가 모순적인 우리의 인생을 통해 갈등하는 것보다 그 점을 인생의 한 부분으로서 승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듯합니다.


안진진은 일란성쌍둥이인 어머니, 그리고 이모를 보며 자라게 됩니다. 어렸을 때는 생긴 것도, 목소리도 똑같아 누구도 구분하기 어려웠던 두 자매는 같은 날 한 결혼을 분기점으로 달라지게 됩니다. 술만 먹으면 다른 사람이 되고 집을 나가 잘 돌아오지도 않는 남편을 만난 안진진의 어머니는 고생으로 가득한 다사다난한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마치 누구도 뚫을 수 없는 방패처럼 남편의 주정을 버티고, 빚을 갚고 또 아들 진모가 치는 사고를 수습하며 바람 잘 날 없는 인생을 살아갑니다. 반대로 그녀의 쌍둥이 동생, 안진진의 이모는 번듯한 건축가인 남편과 결혼했고 모든 것을 이겨 내는 창처럼 쭉쭉 뻗어나가는 삶을 살아갑니다. 넓은 집, 기념일마다 잊지 않고 선물을 사고 저녁을 예약하는 남편, 그리고 해외에서 유학하는 앞길 창창한 자식들까지, 안진진의 어머니와는 정 반대의 인생을 살게 됩니다. 결혼을 분기점으로 전혀 구분하기 어려웠던 두 자매는 이제는 10년은 차이가 나 보이는 모습으로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같았지만 이제는 너무나 달라진, 마치 창과 방패 같은 두 자매를 보며 자란 안진진은 인생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에게도 인생은 당연히 쉽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그 반대편에 얼마나 편한 인생이 이어지고 있는지 이모와 사촌의 모습을 통해 지켜봤기에 인생을 쉽게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와 반대로 정답만 놓여 있는 듯한 인생을 살아온 사촌 주리를 보며 안진진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평탄한 인생을 살아온 주리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사람들이 인생에서 이해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안진진은 알고 있습니다. 악해서 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인생에서는 기꺼이 그 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모순이 존재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이처럼 안진진이 인생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이 드러납니다. 어쩌면 작가가 인생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소설은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거기서 생각이 드러난 소설이 아니라 생각이 먼저 있었고, 이야기로 그 생각을 이어 붙인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소설의 주된 이야기는 안진진이 곧 청혼을 할 것 같은 두 남자 중의 한 사람을 선택하는 일, 그리고 그 선택과 안진진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큰 사건들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주된 이야기라고 해도 사건이 말하는 바는 결국 인생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점, 이해할 수 없고 모순적인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점입니다. 모순은 그 제목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와 함께 이러한 말로 끝이 납니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모순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인생에 가장 가까운 단어 중 하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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