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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 Nov 15. 2023

9. 울라브 하우게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비 오는 발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 서다

비 오는 날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 서다


오직 비 때문에

길가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 선 건 아닙니다, 넓은 모자

아래 있으면 안심이 되죠

나무와 나의 오랜 우정으로 거기에

조용히 서있던 거지요 나뭇잎은 떨어지는

비를 들으며 날이 어찌 될지

내다보며

기다리며 이해하며,

이 세계도 늙었다고 나무와 나는 생각해요

함께 나이 들어가는 거죠.

오늘 나는 비를 좀 맞았죠

잎들이 우수수 졌거든요

공기에서 세월 냄새가 나네요

내 머리카락에서도


울라브 하우게 / 임선기 번역,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봄날의 책, 2022.4.10.




나는 늙은 참나무가 되고 싶다. 넓은 모자가 되어야지. 내게도 늙은 참나무 한그루가 있다. 넓은 모자도 있고 말고. 책이 있으니까. 글쓰기가 있으니까.


아이들에게 어른은 늙은 참나무가 되었어야지. 넓은 모자가 되었어야지.



* 울라브 하우게

: 1908년 노르웨이 울빅(Ulvik)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1994년까지 살았다. 원예학교에서 공부한 후 과수원 농부가 되어 평생 일했으며, 거의 독학으로 배운 언어들을 통해 시들을 읽고 번역했다. 그의 시는 20여 언어로 번역되었다. 고향에 하우게 센터가 있다.(책날개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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