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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쌤 Feb 15. 2021

더 아픈 사람과 덜 아픈 사람을 구분 짓는 법

7. 같은 병동이더라도 등급이 나뉜다.

  혈액종양내과, 주로 종양과 관련된 암을 다루는 과이고, 내가 가진 백혈병을 다루는 과이다.

  병실에 입원을 해서 차분히 살펴보니, 입원한 환자를 구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1) 방사선 치료를 위해 단기적으로 입원한 환자분

  이 분들은 이미 진단과 입원을 한 차례 거치셨고, 1박 2일 혹은 2박 3일간 방사선 치료를 위해 단기 입원을 하신 환자분들이다.

  이미 항암치료의 프로세스에 적응이 되어 계신 분들이고, 혼자 스윽 와서 방사선 치료를 받고 가시는 분도 봤다.

  그러나 항상 방사선 치료가 끝나고 난 환자분들의 반응은 매번 같았다.

  누군가 방사선실에서 자신의 의욕을 모두 가져간 듯이, 모든 욕구가 바닥을 친 모습이었다.

  한 분께서는 속을 칼로 헤집는 느낌이라고 그 치료를 표현하셨다.

  보호자가 함께 온 환자분은 옆에서 오직 안타까운 표정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보호자를 위로하고 있는 듯,

  방사선 치료가 끝나고 난 뒤에 보호자분의 손을 그저 꼭 잡고만 계셨다.


2)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분

  이 환자분들은 얼굴에 초조함이 가득하다. 살 수 있을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수술이 끝났을 때 내가 온전히 이 곳으로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의사 선생님께 묻고 또 묻는 일이 잦다. 수술하고 나서 예후가 괜찮을까, 수술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있을까, 수술이 끝나고 불편해지는 점이 있을까,

보호자와 끊임없이 걱정하는 분도 보았고, 보호자와 기도를 하며 수술이 잘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분도 보았다.

   이때의 환자분이 가장 걱정이 많으시다.


3) 암세포 제거 수술을 받고, 퇴원을 기다리는 환자분

  이 분들은 얼굴에 희망이 반, 걱정이 반인 분들이 많다. 내 수술이 잘 된 걸까, 내가 잘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하루를 고뇌로 보내시는 분들이다.

  보호자분들과 수술 경과를 공유하고, 잘 될 거야 서로 위로해주며 앞으로의 경과를 예측한다.

  퇴원이 결정되신 분들은 퇴원 날짜를 조정하고, 퇴원 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4) 완치가 어려운 암을 진단받으셨거나, 삶의 끝을 준비하는 환자분

  매일 밤 울음소리가 저 먼 곳에서 들려온다. 괴로움 일지, 한탄 일지 모르는 그 괴로움이 가득한 목소리가 병동에 울려 퍼진다.

  식사를 하지 못해서 암환자용 음료형 식사를 마셔야만 하는 분도 계신다. 그럴 때 옆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것만큼 죄스러운 일도 없다.

  내게 처음 배정되었던 병실에는 치매와 함께 암이 발병한 환자분이 계셨는데, 내 동생과 본인의 딸을 혼동하셔서, 왜 이제 왔느냐, 왜 거기 있느냐,

  점심은 먹었느냐, 손자는 왜 데리고 오지 않았느냐 하는 질문을 내 동생에게 하고 계시다가, 밤이 되면 울부짖는 소리처럼 내 자식들 데려와하는 소리를 지르셨다.

  나는 그럴 때마다, 병실에서 나와 간호스테이션에서 새벽을 보냈다.



-) Expire.

  위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만료되다, 만기가 되다, 끝나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간호사분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다가 보니 반대편 병실의 환자분이

Expire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Expire라는 단어를 다시 보게 되었다. 아, 그런 뜻도 있구나.


  그러고 나서 든 생각은, 저 단어 하나에 그분의 모든 삶의 과정의 마침표가 찍히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차트에 “Expired” 한 단어로, 나는 내 모든 삶이 끝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정말 우울증이 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 차트에는 절대, 저 단어가 올라오지 않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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