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영 글러먹은 교사다(13차시)
나는 아이들에게 무서운 선생님이다.
가끔 학부모 상담을 하거나 학부모님과 대화를 할 때 보면
"저희 아이가 선생님이 많이 무서운가 봐요. 준비물 안 가져가면 큰일 난다고 울고 난리가 났어요!"라고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들에게 나는 해야 할 건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어른에게 예의 바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질서를 지켜라.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그렇게 무서운 선생님이 되었다.
나는 항상 교사로서의 역할을 고민한다.
아이들에게 아이들의 꿈을 찾게 도와줄 수 있는 조력자가 되어줄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달라지는 지금의 사회에 적응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그렇게 늘 고민만 하다가 1년이 다 가버리고, 아이들이 졸업을 하고 나면 그제야 후회한다.
아이들에게 조금 더 재미있는 선생님이 되어줄 걸.
아이들에게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볼 걸.
아이들에게 조금 더 많은 경험을 하게 해 줄 걸.
나는 아이들에게 떳떳한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 앞에서 한 약속은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납득이 되지 않은 지도는 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나를 무서워했다.
나 스스로의 기준이 너무 높았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도 학생일 때가 있었다.
그때의 나도 하지 못한 걸 아이들에게 해내라고 하고 있었다.
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일인가.
그래서 늘 후회했다.
그래도 단 하나의 수확이 있다고 하면, 내가 학생일 때 해서 후회되는 일은 아이들이 어떻게든 하지 않게 알려주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대신 겪어봤으니까. 너희들은 하지 않기를.
그래서 먼저 난 사람이라고 선생님인가 보다.
먼저 앞에 난 길을 걸어보라고 선생님인가 보다.
내 꿈은 내가 맡은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나를 기억할 때
"그래도 퍽 좋은 선생님이었다."라고 기억할만한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늘 후회하고, 고민하고, 찾아본다.
몸은 아프지만, 아프지 않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