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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쌤 Feb 18. 2021

10. 누가 교사를 보수적이라 했는가

나는 오늘도 영 글러먹은 교사다(10차시)

흔히들 교사를 보수적인 집단이라고들 많이 이야기한다.

고인물처럼 그저 그 자리에 고여있고, 새로운 것을 싫어하는 집단이라고.

그래서 교실은 쉬이 바뀌지 않고, 지금까지의 교육이 제자리에 그대로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누가 나에게 교사는 보수적인 집단이지 않느냐고 물으면 바로 대답한다.
“이렇게 매년 새롭게 무언가를 하는 집단도 우리 밖에 없을 거다.”

오늘 우리 학교는 전 직원 출근일이었다.

새로 오신 선생님과 전부터 이 학교에 계신 선생님이 한데 모여 업무를 인계인수하고

새 학년의 새 학급을 받아 교실을 옮기는 날이다.


매년 이 시간이 가장 어렵다.

나에게 주어진 업무를 확인하고, 어떤 업무를 누구에게 인계인수를 받아야 할지,

지금 당장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내가 배정받은 학년이 몇 학년인지 보고

나의 학급을 배정받게 된다.


그리고 주어지는 합격 목걸이.... 가 아니라 아이들의 명부를 받게 된다.

이 명부는 내가 골라서 우리 반에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이 아이들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

새 하얀 백지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었든 1년간은 이 아이들과 한 해를 살아내야 한다.

“우리 반” 아이들이 된 것이다.



올해는 작년과는 다르게 3월부터 바로 수업을 시작하고, 조금 더 긴 호흡으로 한 해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더 긴 호흡의 교육과정을 구성해야 한다.


다시, 완벽한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조금 더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


블렌디드 러닝이 아이들에게도 익숙해졌고, 교사들에게도 익숙해졌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감염되는 비율이 낮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기사를 보면서 제일 처음 드는 생각은

아이들이 감염성이 낮은 것이 아니라 교사가 방역에 얼마나 철저했는지,

아이들에게 마스크와 코로나 19 대비 감염병 예방 교육을 얼마나 철저히 했는지

이 기사가 모든 것을 알려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댓글에는, 아이들은 감염력도 낮은데 왜 교사는 놀고 있느냐,

교사는 영상만 올려놓고 탱자탱자 놀고 있는 거 아니냐

애들 전부 등교시켜야 한다.

이런 의견들 뿐이었다.


감염이 낮은 원인은 엉뚱한 데로 돌려져 있고,

그거 우리는 놀고먹는 보수적인 집단이 되어있었다.


2020년을 거치며 교사는 원격수업을 적응하는데 아주 짧은 시간이 주어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격수업과 등교 수업을 번갈아가며 하는 데 전문가들이 다 되었다.


이제 묻고 싶다.


누가


놀고


먹으며


보수적인지.




교육과정을 구성하다가 이런 생각만 하는 나는 오늘도 글러먹은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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