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짱쌤 Dec 24. 2020

8. 끝나지 않는 마라톤에 갇혀 사는 아이들

나는 오늘도 영 글러먹은 교사다(8차시)

  가끔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같은 반 아이의 답을 틀렸다고 하거나 무시하거나, 비웃는 경우가 생긴다.

  그리고 간혹 영어 단어 시험과 같이 맞은 점수가 나오는 평가에서 은연중에 자신과 다른 아이의 점수를 비교하기 위해 혈안이 된 아이가 있다.


  그런 아이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제일 먼저 든다.


  내가 경쟁을 부추긴 걸까.

  이 사회 시스템이 경쟁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게 만드는 걸까.


  누가 이 아이들을 끝나지 않는 마라톤에 갇혀 살게 만든 것일까.


  흔히 우리나라를 교육열이 굉장히 높은 나라로 꼽는다. 심지어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까지 우리나라를 교육열이 높은 나라라며 칭찬을 한다. 


  매번 비교하는 두 가지 지표가 있다.


  PISA,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만 15세 학생들에게 읽기, 수학, 과학 소양을 측정하는 국제적 비교연구이다. 가장 최근 연구인 PISA 2018에 따르면, PISA에 참여한 79개국 중에 읽기는 6~11위, 수학은 5~9위, 과학은 6~10위권에 들 정도로 성취도가 높다. 


  학생 삶의 만족도 지수, 6.5점으로 71개국 가운데 65위이다.



  내가 교대를 다닐 때, 우리 과 교수님이 항상 하신 말씀이 있다. 

  "낮은 수준 아이를 고려하지 않는 수업은 수업의 반을 버리는 것과 같다."
  "교사의 지식을 학생의 수준에 맞게 정돈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수업이다."

  수업을 하고 있으면, 나는 정말 저런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고민에 빠져든다.

  또, 정작 28명을 앞에 두고 수업을 하고 있으면, 높은 수준 아이들에게 수업을 반복할 수도 없고, 낮은 수준 아이들을 방치해 둘 수도 없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된다.


  그럼 이제 수업을 하며 생각해봐야 할 두 가지 중요한 점이 생긴다. 

  모든 아이들에게 이해될 내용인가.

  모든 아이들에게 재미있을(지적 자극이)될 내용인가.

  

  이런 고민을 동학년 선생님과 함께 하며 내렸던 결론은, 아이들 모두를 맞출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모두의 니즈를 다 맞출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요구를 스스로 맞출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어떨까 생각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게임이 재미있어서 빠지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이들에게 즉각적이고 긍정적인 피드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가.

 아이들이 한 행동에 긍정적인 피드백과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피드백이 존재했는가에 따라

 아이들의 삶은 극적으로 달라진다.

 

 이런 고민에 계속 빠져 살며 답을 찾지 못하는

 오늘도 나는 영 글러먹은 교사다.

이전 16화 7. 선생님의 실적과 성과는 아이들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