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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쌤 Dec 11. 2020

7. 선생님의 실적과 성과는 아이들이다.

나는 오늘도 영 글러먹은 교사다.(7차시)

 12월은 잔인하디 잔인한 달이다.


 아이들의 평가를 마무리하고 학교생활기록부를 점검하는 달이기도 하지만,


 교사들이 공모하거나 학교 예산이 아닌 시나 교육부, 교육청에서 따로 받아온 예산들을 받아 사업을 운영한 경우에는 그 정산과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교원능력개발평가, 근무평정과 함께 교사를 평가하는 세 가지 큰 줄기 중 하나인 다면평가가 있다.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이름부터가 교원이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 동료 교사의 평가를 받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은 주관식 문항으로, 학부모와 동료 교사는 5점 척도 평가와 주관식 평가를 함께한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유예하게 되었다.

 근무평정은 교원을 관리자(교장, 교감선생님)께서 근무실적과 여러 사항들을 고려해 내리는 평가이다. 내가 결과를 알 수 없다.

 다면평가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나뉘어 교원의 실적과 성과를 평가한다. 4월부터 다면평가관리위원을 꾸려 정량평가와 정성평가의 기준을 만드는데, 여기서부터 갈등이 시작되고, 12월 다면 평가자를 선정해 다면평가를 하게 되는데, 여기서 갈등이 폭발하게 된다. 이 다면평가가 교원 성과상여금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정량평가라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을 수치화해야 한다. 우리가 수업하고, 업무를 하는 모든 것을 숫자로 표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숫자는 객관적 지표에 의해 급간이 나뉘고, 점수가 나뉜다. 그 점수를 바탕으로 교원의 실적과 성과가 순위로 매겨진다.

 여기서 심한 괴리가 존재하게 된다.


1. 우리는 아이들을 줄 세우지 않는다, 적어도 초등학교에서는.

 초등학교에서는 일제고사가 없어진 지 오래이고, 지필평가 또한 평가에서 사라졌다. 과정 중심 평가가 도입된지도 꽤 되었다. 아이들을 줄을 세우지 않게 되었다. 평가는 더 나은 수업을 위한 피드백 자료가 되고, 그 평가를 토대로 이 학생이 필요한 수업이 무엇인지 판단한다. 줄 세우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수업을 위한 평가이다. 교육과정, 수업, 평가, 기록의 일체화가 목표이다. 평가는 아이들 간의 경쟁 거리가 되기보다는, 서로를 도와줄 수 있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다면평가는 교사에겐 점수화를 강요하고, 서로를 경쟁의 대상으로 만들게 하며, 서로 감정이 상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2. 교사의 수업과 생활지도를 누가 점수화할 수 있는가.

 교사의 가장 큰 영역은 수업과 생활지도이다. 그런데 그 수업과 생활지도는 한 두 항목의 가장 기초적인 점수로 치부되어버린다. 학교마다, 지역마다 다른 기준으로 차이가 있겠지만 교사의 수업과 생활지도가 정량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그리고 질적인 부분을 양적인 부분으로 만들려다 보니 기준을 선정하는 데 있어 모호한 부분이 많고, 경계선에 해당되는 사항들이 많아, 항상 이 급간을 조정하는 데 있어 많은 진통이 따른다.

 그리고 내 수업을 누군가 매일 지켜보는 것이 아니기에, 아이들과의 캐미와 래포형성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이 바로 이 수업이기에, 그리고 아이들의 수준과 성향에 맞춰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점수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힘들다고 항변한 들, 내 점수는 저기 중간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수도 있다.


3. 그렇다면 교사의 실적과 성과는 업무에서 나오는가.

 수업도 잘하고 업무도 잘하는 교사.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의 교사이다. 그런데, 수업과 업무 중 더 중요한 건 수업이다. 누구에게 물어도 그럴 것이고 그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메시지와 전화와 공문은 학교 밖에서 이루어져야 할 일이 학교에 수시로 들어와 학교에 "협조"라는 이름으로 던져지고 있고, 담당교사가 학교 수업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완곡히 거절한 외부의 일이 교장선생님께 "협조"부탁드린다는 명목으로 다시 전해져 담당교사에게 업무로 또다시 내려오는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학생이 문제가 생기면 학교에서부터 문제를 찾는 상황과, 모든 것을 교육과 교사의 책임으로 떠넘겨지는 이런 상황에서 수업은 작아진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선생님들은 오늘도 부단히 노력하신다. 늘 더 좋은 자료를 만들고, 수업을 아이들에 맞게 재구성하기 위해 일주일에도 몇 번씩 회의를 하고, 상의를 하고, 의견을 나눈다. 어떤 선생님께서는 학교 안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전국에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신다. 
 그런데 주변에선, 그 노력의 대가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어버린다. 

"교사가 수업연구를 하는 게 당연하지!"

 물론 당연하다. 그런데 그럴 시간이 있을까?

 1년에도 "필수 연수", "정책 연수"라고 지정된 것들을 다 들으면 40시간에 가까운 연수를 들어야 하고 국정감사와 시도별 감사가 있을 때는 자료제출 요청 공문이 수시로 쏟아진다. 게다가 당일에, 몇 시간 만에 해내야 하는 공문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진다. 

 법률과 조례, 규칙들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한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져 각종 교육과 교육주간과 행사를 만들어 운영해야 하는 책무 조항이 들어가 있어서 교사의 수업의 폭은 점점 좁아진다. 해야 할 행사와 교육과 교육주간을 하고 나면 1년이 다 지나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이 업무를 어떻게, 수치화할 수 있겠는가. 1년에도 수시로 변경되어 업무가 있다가도 사라지고, 없다가도 새로 생겨 교사를 쥐고 흔드는데, 기준은 유동적일 수 없다. 모두에게 합리적인 기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 다면평가가 교원 성과상여금과 연계되어있다는 것이다. 줄을 세워 S와 A, B등급으로 나뉘어 적게는 100만 원, 크게는 200만 원까지 차이가 나는 이 제도 안에서 내 성과는 커져야 하고, 남의 성과는 작아져야 한다. 그러니 학교 안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돈으로 선생님들을 쥐고 흔드는 것이다. 아니, 돈이 아니더라도 감정이 상하게 되는 것이다.


 교원 성과상여금과 관련해서 무수히 많은 선생님들이 반대하고, 폐지를 원했지만, 교육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찬성하는 의견이 있기 때문에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선생님들의 성과는 아이들이다. 그렇기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게다가 20~30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챙기려면, 업무가 없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평가제도들은 한 두 선생님의 문제를 교사 전부의 문제로 치부해서 생기게 된 일이다.


 사과상자에서 사과를 하나 꺼냈는데, 그 사과가 상했다고 해서 그 사과상자 전체를 버리진 않는다. 상한 사과를 골라내 버리면 될 일이다. 사과들끼리 싸우라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를 사과보다 못한 존재로 만드는 현실에 오늘도 순응할 수밖에 없는 


 나는 오늘도 영 글러먹은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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