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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쌤 Nov 26. 2020

5. 임용고시의 추억

나는 오늘도 영 글러먹은 교사다.(5차시)

 나는 7년 차 교사이자, 8년 차 교사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교직생활을 시작한 지는 8년째 되는 해이지만, 정교사로 근무한지는 7년째가 되기 때문이다.

 

즉, 나는 첫 해 임용고시(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에서 떨어졌다.



 내가 임용을 보는 교대 4학년이었던 2012년은 객관식 시험이 1차 시험이었던 임용고시에서 1차 시험이 주관식 논술형 중심 시험으로 바뀐 첫 해였다. 다양한 가산점들이 없어졌고, 교육학 시험이 교직논술에 녹아들고, 교육과정 객관식 시험이 주관식 시험으로 바뀌었다. 당연히 기출이 없었고, 혼란스러웠다. 기존 기출문제는 다 객관식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전까지 기출문제를 잘 보고, 단권화된 자료만 잘 보면 될 줄 알았다. 아니, 공부방법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친구들이 인강을 본다고 하면, 따라서 보다가, 그 과목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교재를 바로 덮었다. 친구들이 교과서와 지도서를 사서 구하고 있을 때 나는 나도 그래야 하나 보다 하고, 따라서 샀다. 교육과정이 바뀐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바뀌는지 강의에서 열심히 설명해 주시는 교수님의 목소리와 톤, 그리고 중요하다고 강조하신 내용 몇 가지만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러니 떨어지는 것은 자명했다. 괴상하리만치 이상한 점수가 나왔다. 논술 점수는 20점 만점에 19점이었지만, 교육과정에 대한 점수는 처참했다. 32점이 과락인데 32.67점이 나왔다. 이 상태로는 붙어도 붙은 상태가 아니었다.


  2차 시험을 보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합격자 커트라인의 거의 끝에 있었다. 그래도 경험 삼아, 내년에도 볼 것이니 2차 시험을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2차 시험은 심층면접과 교수학습과정안 작성, 수업실연, 영어면접과 영어수업실연을 3일간 나누어서 진행했다.


 정말 괴상한 일이었다. 2차 시험이 100점 만점에 90점대 후반이 나온 것이다. 말 그대로 1차 시험에서 조금만 더 잘 봤더라면, 어쩌면 바로 붙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심층면접, 영어면접과 영어수업실연은 만점을 받았고, 과정안 작성과 수업실연에서 약간 깎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때늦은 후회였을 뿐이다.




  졸업을 한 후 바로 기간제 교사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집 근처에 교육지원청 홈페이지를 계속 새로고침 하고 있던 어느 날, 내가 졸업한 모교에서 기간제 교사 채용 공고를 낸 것을 보게 되었다. 바로 이력서를 만들고, 면접을 보고, 기간제 교사로 교직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게 내 인생의 어쩌면, 가장 운이 좋았던 선택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때 2007 개정 교육과정이 초등학교에 적용된 후였고, 이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될 그 과도기의 학교 상황에서 교육과정을 짜 보고, 달라진 내용을 아이들에게 직접 가르쳐보는 일만큼 교육과정 공부를 빠르게 할 수는 없었다.


2013년 3월 4일부터 12월 27일까지. 9개월 24일간 내가 배운 건 그 전 한 해 동안 공부한 것보다 훨씬 가치 있었고, 이해가 잘 된 교육과정이었다.


 덕분에 나는 그 해 본 시험에서 합격하게 되었고, 2014년 3월 1일 자로 정교사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7년 차 교사이자, 8년 차 교사이다.


 얼마 전 초등 임용고시 1차 시험을 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현듯 떠오른 생각은 정말 힘든 공부를 끝낼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그 시험을 보라고 하면, 절대 못 본다고 할 것이다. 그때, 그 노력을 다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신규 선생님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안쓰러울 정도로 교육과정이 많이 바뀌고, 양도 많아졌다. 그래서 늘 존경스럽다. 그 시험을 뚫고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부를 하지 않았던 나는 오늘도 영 글러먹은 교사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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