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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쌤 Dec 03. 2020

6. 선생님도 직장인이야

나는 오늘도 영 글러먹은 교사다(6차시)

 수업이 끝나고 반 아이들이 하교를 하고 나서도 친구들을 기다린다고, 학원을 안 가서 심심하다고 남아있는 아이들이 가끔 있다. 두세 명이 모여 함께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비대면으로 대출받아둔 책을 읽기도 한다. 아니면 학원시간을 기다리며 학습지를 풀고 가는 아이도 있다.

 물론 수업을 하다가 다 끝내지 못한 수행과제나, 조사활동을 하교 후까지 남아서 하고 가는 아이도 있고, 만들기를 미처 끝내지 못해서 남아서 하고 가는 아이도 있고, 극히 적지만 수업에 관련된 질문을 하기 위해 남아있는 아이도 있다.

 


 그렇게 남아서 하고 싶은 활동이나, 해야 하는 활동을 하던 어느 날, 한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은 우리 집에 가면 뭐해요?"

 "선생님? 너네 집에 가면 그때부터 일 해."

 "우리 과학이나 영어나 체육 할 때도 일하시잖아요."

 "그때는 빨리해야 되는 일 하구, 가면 본격적으로 해야 되는 일 해."

 "선생님은 일 없는 거 아니었어요?"

 "음... 많아. 그리고 내일 수업하려면 교과서도 한 번 봐야 되고, 너네 수행평가 제대로 했는지, 안 한 건 없는지, 뭐 덜 적었는지도 살펴봐야 되고. 너희가 모르겠지만 너희가 하는 수업활동 중에서 조금 더 특별한 수업들은 선생님들이 일한 결과로 할 수 있는 거야. 다. 그리고 선생님들 회의도 해서, 너희 활동하는 거 일정도 맞추고 해야지."

 "선생님은 왜 이렇게 바빠요?"

 "그러게, 근데 선생님은 맨날 너네 가면 노는 줄 알았어?"

 "네. 집에 가는 줄 알았어요."

 "선생님도 직장인이야."



 가끔,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선생님이 꿈인 아이들 중에는 선생님이 가르치기만 하면 된다고 알고있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들에게 가끔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조금 필터링해서.

 식당에 비유하자면, 메인 디쉬는 수업이 맞다.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는 가운데 있는 게 교사여야 한다.

 그런데, 애피타이저이자 디저트, 꾸준히 마셔야 하는 와인이자 물인 나이스(교육정보시스템) 업무가 주기적으로 굉장히 많이 있고, 식탁이나 의자, 포크, 나이프 세팅, 서빙과 케이터링을 넘어 식당 건축과 식자재 주문, 레시피를 구성하는 것과 같은 행정업무가 쏟아진다.

 가르치는 것이, 다가 아니다.

 가르치는 것이 어떨 때는 가장 쉽고 빠르다.

 어떨 때는 메인 디쉬는 카페에서 차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 가르칠 내용을 뒤적이고, 정리하고, 재구성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는 초과근무를 하기도 하고, 카페에 와서 수업 구성을 하기도 한다.


 특히 6학년은 요즘,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훅 바빠졌다. 급히 단계가 떨어지자마자 앨범 사진을 후다다닥찍었고, 11월에는 중학교 무시험 원서 접수 일정이 갑자기 당겨져서 아이들 원서를 받느라 6학년 선생님들 모두가 정신이 없었고, 이제 졸업식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졸업식에서 볼 졸업 축하 영상을 만드는데 코로나 상황에서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회의를 하고, 일정을 정해서 찍었다.


 이 정도만 있으면, 수업하는데 업무가 왜 이렇게 많냐고 하는 건 투정에 불과하다.

 "차마 말하지 못하는" 일들이 더 많다.

 각 업무 담당자(또한 교사)가 교육계획을 추진하고, 학급에서 해야 하는 의무 계기교육이나 교육주간 운영이 있고, 코로나 상황에서 고학년... 특히 6학년만 할 수 있다고 하시며, 주시는 행사가 또 있다.

 

 매일 등교를 하기가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 아이들이 등교한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하는 노작활동이나, 실습활동도 조심스럽지만 해야 하고, 평가나 전달사항은 꼭 대면으로 해야 하는 것들이 매주 생긴다. 그래서 하루하루, 한 시간 한 시간이 소중하다. 그런 가운데 이것저것 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게 되면, 정말 시간에 쫓기게 된다.

 그래서 불평하지만, 별 수 있나. 교사도 직장인인걸.

 하지만 늘 아쉽다. 가르치고 싶은데 전달과 행사를 하고 있어야 하는 내 신세가. 그리고 그걸 다른 선생님에게 독려해야 하는 내 상황에 자괴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어쩌면 당연한 걸 바라는 나는 여전히, 오늘도 영 글러먹은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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