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모임에 관한 고찰.
유령회원들을 내보내다 보니 어느덧 참여한 사람과 내보낸 사람 수가 같아졌습니다. 한 번도 참석한 적 없거나 더는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니 큰 의미는 없겠습니다만, 유쾌한 기분은 아니네요.
가끔 인원이 100명이 넘어가는 모임을 보게 됩니다.
‘과연 저 모임에서 서로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매번 꾸준하게 모임에 나가지 않는 이상 운영진 외에는 서로에 대해 거의 모르리라 생각합니다. 친하더라도 소수의 적극성 있는 사람들만 친하지 않을까요? 유령회원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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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모임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를 고민합니다. 이왕 시간 내서 모이는 데 재밌으면 좋으니까요.
모임 콘텐츠가 재미도 있어야겠지만 ‘본질’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시면 간단합니다.
BHC 뿌링클은 혼자서 먹어도 맛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먹으면 더욱 맛있죠. 하지만 직장 상사들과 먹으면 어떨까요? 반대로 평소에 그리 좋아하지 않는 보리밥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먹는 건 어떨까요?
모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하는 취미라면 얘기는 다르겠습니다만 사람이 모이는 일이라면 얘기는 다르죠. 그래서 ‘모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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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친해지기 위해선 필요한 게 몇 가지 있습니다. 당신도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먼저는 ‘대화’입니다. 서로 뭐 하다 어떻게 오게 됐는지 아는 거죠. 가끔 자기 얘기는 절대로 안 하려는 분도 계시지만 그래선 친해지기 어렵습니다. 모르는 사람과는 친해질 수 없는 법이죠. 설사 친해진다 하더라도 의미가 없습니다. 모르는 사람이니까요.
그다음은 ‘눈에 익어야’ 합니다. 회사 부장님이 아무리 끔찍해도 아예 처음 보는 50대 남자보다는 편안하게 느껴질 겁니다. 요컨대 시간이 필요하단 말이죠. 적어도 1달에 1번은 봐야 친해지지 않을까 하네요. 유령회원이 많아선 모임이 즐거워지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당신이 어딘가에 꾸준히만 나간다고 하면 친해지기 위한 전제는 달성한 셈입니다.
무엇을 세 번째로 넣을까 하다가 ‘예의’가 떠올랐습니다. 친해지는 것과 무례한 건 다른 거니까요. 상대방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게 무례한 게 아닙니다. 알려주기 싫다는데 계속 물어보는 게 무례한 거죠.
위에 두 가지가 다 되더라도 예의 없는 사람은 민폐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예의는 자신만의 기준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죠.
저는 생각보다 이런 게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니까요. 즐거운 모임을 가본 적이 있다면 무슨 말인지 아실 겁니다. 글은 못 써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고, 마음을 조금만 여시면 분명 당신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마지막은 '내가 발을 내딛느냐' 하는 거죠. 백날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때로는 몸으로 부딪쳐야 할 때도 있겠죠.
지금은 인원이 다 찼지만 분명 유령회원은 나올 겁니다.
그럼 그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