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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댁 고양이 May 26. 2024

주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비주류’로 살아남는 법.

돈과 신용 그리고 먹고사니즘

'덕업일치' 덕질, 즉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말입니다. 모든 사람의 꿈이 아닐까 합니다. 좋아하는 일이 돈이 된다니 얼마나 좋게요.


전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작법서를 뒤지고, 비문학, 소설 등 가리지 않고 읽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죠. 퇴근 후의 일상입니다. 언젠가 제가 쓴 책이 대박 나 돈방석에 앉는 꿈도 꿉니다.


제가 쓴 글이 사랑받는 것도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습니다. 문제는 방법이 어렵다는 거죠.




글이 돈이 된다는 상상을 한건 '네이버 블로그'를 접하면서부터 입니다. 블로그에는 광고가 붙고 그 광고가 돈으로 이어지죠. 제품 리뷰나 맛집 홍보로 돈을 버는 사람이 많았기에 당연히 쉽게 돈을 벌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 블로그는 철저하게 망했습니다. 광고가 붙으려면 적어도 하루에 100명은 블로그를 방문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 블로그는 많아야 50명입니다. 그것도 하루에 글을 3개씩 썼을 때가 말이죠.


작법서나 소설 등을 보면서 글공부를 했기에 나름 자신 있었습니다. 그래서 쓴 글이 적어서, 제목이 재미가 없어서, 이웃 블로그에 댓글을 달지 않아서 조회수가 없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며 견뎠습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제게 말했습니다. "형씨 글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이 아니야"라고 말입니다. 그걸 깨달은 건 게시물을 200개쯤 썼을 때였습니다.




조회수가 오르지 않을 때의 그 처절함은 '자기가 쓴 글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잘 모를 겁니다. 어떤 표현을 쓸지 고르고 수정하길 반복하면서 내놓은 글이 외면받는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 않거든요.


3시간 동안 낑낑거리며 보고서를 써왔는데, 상사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면 비슷한 기분일 수 있겠네요. 까일 걸 알고 힘을 빼고 쓴 게 아니라면 아마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정성이 들어갔으니까요.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들이밀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혹은 제 눈에만 좋은 글일지도 모르는 일이죠. 제가 쓴 글에 객관적 일순 없으니까요.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건 플랫폼을 옮겼다는 겁니다. 리뷰와 광고가 판을 치는 네이버에서 꿈과 희망이 가득한 '브런치스토리'로 말이죠.


브런치는 '작가' 타이틀을 주는 플랫폼입니다. 심사를 거치면 말이죠. 순수하게 글로써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글을 쓸 건지 브런치 관계자들은 납득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을 대화가 아닌 글로만 납득시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7번 떨어지고 나서 알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실수겠지, 무언가 부족했겠지 했지만, 5번이나 뺀찌를 당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됩니다.


'니들이 뭔데 내 글을 판단하는가?' 화염병을 들고 브런치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었죠. 다행히 집사가 말린 덕분에 몇 번 더 도전하는 걸로 타협을 보긴 했습니다.


결국 8번 만에 브런치에 붙었고, 어떻게 붙었는지는 아직도 모릅니다. 담당자가 귀찮아서 해준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제가 브런치를 할 당시는 브런치에 '후원하기 기능'이 생겼을 무렵입니다. 저도 당연히 글을 통해 돈을 벌 수 있으리란 일말의 기대를 품었죠.


하지만 브런치에 글이 75개나 쌓였지만 아직까지 후원은커녕 댓글조차 몇 개 없습니다. 현실은 현실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보기에 아무리 의미 없고 하잘 것 없어도 말이죠. 전업 작가라면 마음에 새겨야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대중적'이라는 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상관없는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향이 확고한 사람일수록 이 말은 무척 거슬리는 말입니다. 의미는 알지만 재미가 없거든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따라가다 보면 내가 없어지는 기분입니다. 유행에 편승하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같은 마음이겠죠. 저만의 길을 가고 싶고 그걸 존중받고 싶죠.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가진 취향을 '대중적'이라고 하죠. '대세' '유행' '가십' 다 같은 의미라고 봅니다.


대중적인 걸을 염두하지 않는 사람이 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취향을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기도 하니까요.


조회수를 보며 탄식하는 제게 집사가 말했습니다. "자기는 돈 벌기는 글러먹었으니 그냥 쓰고 싶은 거 쓰세요. 자기는 사업가보다 아티스트에 가까운 것 같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알아채는 재능이 없거든요. 사업을 했다면 진즉에 망했을 겁니다.


절대 사업을 하면 안 되는 사람. 바로 접니다.




배고픈 아티스트에 가깝다는 걸 인정한 후로는 쓰고 싶은 글을 씁니다. 아무도 관심 없을만한 호러소설을 읽고 독후감을 쓰거나, 시시콜콜한 일상을 픽션으로 쓰면서 말이죠. 당연히 조회수는 처참합니다.


매일 조회수를 확인하면서 차라리 가십을 쓰면 어떨까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시도해 봤지만 진짜 재미가 없었으니까요.


쓰고 싶은 글을 쓰며 처참한 조회수에 실망하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글로 돈 버는 걸 포기한 건 아닙니다. 인기 없는 글을 쓰면서도 실력은 늘고 있고 저는 아직 글 쓰는 걸 포기할 생각이 없으니까요.


'언젠가.' 참 듣기 좋은 말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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