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답게, 그렇게 살고 싶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부산물이다. (7)

by 장수댁 고양이

아침에 오늘 할당량을 쓰려다 2년 전 5월에 썼던 글을 보게 됐다. 제목은 <어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대체 무슨 내용인지 감도 안 잡혔다. 먼저는 제목에 끌렸고, 내용에 이마를 탁 쳤다. 2년 전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제목은 영화 <타짜>에서 곽철용이 했던 대사다. 마음이 예쁘면 다라고 생각했던 과거에서 보이는 모습도 중요하단 걸 알게 되고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게 된 과정을 담고 있다. 2년 전에 썼던 성장 스토리. 아니 ‘성찰 스토리’가 맞는 표현이겠다.


기억은 때가 되면 지워진다. 그게 중요하든 그렇지 않든. 그래서 계속 공부해야 하고, 같은 말을 또 들어도 놀라울 수 있다. 저 글을 보면서도 그랬다. 자기 글을 사랑하지 못하면 작가가 될 수 없다지만 난 자아도취에 쉽게 빠지는 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렇게 즐거워 하다가도 쉽게 잊어버린다는 점이다. 특히 즐거운 일이 계속될수록 더 빨리 잊어버린다. 정확히는 그 감정만 잊어버린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어진다. 누워 있는 사람을 못 자게 하면 그가 고마워 하겠는가.


감정은 휘발성이 있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가 반갑지만 하루만 지나도 집에 가고 싶어진다.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 난 집에 있으면 보통 소파에 누워있는데, 엄마의 인내심은 보통 하루 정도다. 반가움은 반나절을 가지 못하고, 그 다음은 현실이다.


해서 우리는 반복되는 선행에 고마움을 느낄 수 없고, 매일 날뛰는 상사의 개소리를 흘려들을 수 있다. 눈치가 없어도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고, 표지만 다른 같은 책을 읽으며 자기개발을 할 수 있다. 다만 감정이 날아간다고 모든 게 다 사라지는 건 아니더라.


잊는다는 건 모호한 개념이다. 기억 안 난다고 있었던 사실이 없어지진 않기 때문. 다른 표현으론 흔적이 남는다. 새로 산 가죽부츠에 난 원인 모를 흠집에 우울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좋아했지만 손이 자주 가지 않게 됐고, 결국 방출했다. 흠집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부츠는 버릴 수 있었지만 그렇게 못 하는 것도 있다. 특히 나. 누가 맞는 말하면 으르렁 거리는 것도, 미니멀 하겠다며 버리고 또 사는 것도, 지는 못하면서 그럴싸한 얘기만 떠드는 것도 나다. 그것뿐이겠는가. 쪽팔려 말 못할 고민도 많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부산물이다. 그 안에는 좋았던 일도, 흔적만 남은 지우고 싶은 기억도 있다. 좀 깔삼하면 좋겠다만 그게 되겠는가.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쓴다. 과거의 내가 어땠든 현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좀 더 자란 나는 어린 나의 허물을 덮어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일단 덮어주기로 결정하면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군생활이 힘들어 화장실에서 울었다고 한들 누가 뭐라하겠는가.


가급적이면 허물을 덮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와이프가 들으면 비웃겠지만 난 진심이다. 신사답고 싶으니까.


기록이 길이 된다면 나는 그 길을 따라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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