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철물점TV X 공구로운생활의 월간 콘텐츠
평소에 손이 많이 건조하다.
그래서 손 피부가 갈라지곤 하는데 아마 기타를 연주하면서부터일까? 통기타, 일렉기타의 스트링(줄)이 금속으로 되어있던 탓에 손끝과 마디마디가 조금씩 갈라졌다. 공구상이라는 직업을 가지고부터는 더 심해졌다. 어떤 날에는 너무 심해서 피가 날 정도여서 밴드를 마디마디마다 끼곤 했었다. 동네에 저명한 피부과에서 진단을 받았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일할 때는 장갑을 꼭 끼고 하세요.
공구나 박스가 내 손의 수분을 많이 뺏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게다가 공구, 박스에 묻은 화학 성분에 내 피부가 취약하다고 진단받았다. 그 이후로 장갑을 철저하게 끼기 시작했다. ‘저는 항상 집 곳곳에 핸드 크림을 놓아요.’라는 손 전문 모델의 일상처럼 장갑을 사무실, 집, 업무트럭, 자가용에 하나씩 놔뒀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도 비닐장갑을 찾으려고 애쓰기도 한다. 자기 전과 출근할 때는 핸드 크림과 바셀린을 꼭 바르고 안 바른 날에는 손을 보며 안절부절한다.
안 써본 장갑이 없다.
면, 반코팅, 이중코팅, 완전코팅부터 해서 NBR, 라텍스, PVC, 가죽 장갑 등 여러 장갑을 껴봤다. 그래서 고객에게 장갑을 설명할 때면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 면장갑은 박스에 미끄럽기 때문에 반코팅이 좋고, 이중코팅은 반코팅보다 수명이 훨씬 길어 경제적일 때도 있고 등 직접 써본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알려준다. 더 재밌는 점은 고객들이 이 이유에 재빠르게 수긍하는 것이다. 장갑은 누구나 쓰기 때문에 내가 말한 기능에 빠른 피드백이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장갑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우리 손을 보호해 준다는 역할을 넘어 장갑은 꽤 재밌는 의미를 담았다. 나는 안전에 유의한다는 표시, 현장 내 기술자 직급을 분류, 어떤 곳에서는 업무의 강도를 어필하는 (그래서 티가 나는 백색 종류로 장갑을 구매)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처음에 무심히 장갑을 샀었던 고객도 나중에는 색깔과 기능과 여러 의미를 염두에 두며 신중하게 장갑을 선택한다.
‘장갑 꼭 끼고 하셔야 돼요.’고객처 현장에 나갔을 때 어린 직원에게 건넨 한마디이다. 맨손으로 험하게 물건을 옮긴 모습을 보고 나서다. 나도 20대에는 장갑을 끼지 않고 소위 ‘막’ 일했고 지금에서야 장갑의 소중함을 알아버렸다. 물론 장갑이 귀찮은 존재일 수 있다. 뭐 하나 집으려고 장갑을 찾고 꾸역꾸역 끼는 게 거슬리는 건 맞다. 하지만 끼면 낄수록 손 피부의 수명이 하루하루 늘어날 거라고 믿는다. 혹은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때 부드럽고 따뜻한 정을 더 전달 해주지 않을까?
✔ 이 콘텐츠는 울산대표 건축자재백화점 '연암철물'과 제휴하여 제작하는 월간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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