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21
찜통에 들어와 앉은 것처럼 푹푹 찌는 여름 저녁,
종로의 한 거리를 걸으면서 술집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날따라 라식 수술의 부작용으로 밤의 불빛들이
잉크에 물이 떨어져 번진 것처럼 한껏 퍼뜨려졌다.
투덜대고 있던 와중에 같이 술을 마셨던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저는 눈이 너무 좋아서 신호등이 너무 동그랗게 보여요.'
처음 듣고 부러움에 가득 차서 비결이 뭐냐고 마구 물어봐댔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예상외였다.
'근데 빛이 번져서 보이면 아름답지 않아요? 전 그걸 못 봐요.'
사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여서 처음 당황했지만
시각을 달리해서 불빛들을 쳐다보니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 보였고, 가보진 않았지만 프라하의 한 거리를 맥주 한잔하고 걷는 느낌이었다.
평소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정석대로 잘 사는 사람들, 편하고 좋은 길만 걸어왔던 사람들은 나처럼 밤에 피는 빛의 꽃들을 보지 못할 것이다.
반면에 항상 어딘가가 빗나가는 사람들, 인생이 뜻대로 안되는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꽃들을 보면서도 불평만을 늘어놓을 것이다.
철을 더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길이 옳고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부러움이 연민으로 변할 수도 있고 불평이 행복으로 변할 수 있다.
나도 이번 기회에 남아있는 철들을 더 내려놓고
나만의 길을 나만의 시선으로 더 편하고 아름답게 걸을 예정이다.
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