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25
나는 조금 오래 걸려도 편한 버스가 좋다.
'뭐 남들이야 시간 버리지 않냐.', '버스에 사람 많다고 안타냐.' 는 둥
여러 가지 잔소리를 해댄다.
뭐 시간 아깝고 어쩌고를 떠나서
적어도 내가 앉을 한두 자리 정도 있는 버스가 좋다.
약속 장소에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일반적으로 항상 경기도에서 서울로 나가는 입장이다 보니
여유롭게 나오곤 하는데 그 긴 시간을 서서, 콩나물시루처럼 갈 생각이 없다.
서울놈들은 모르겠지만 약속 장소에 나가는 동안 내가 다 지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몸 편하자고 편한 버스에 타는 것도 물론 있지만
약속 장소에 정상 컨디션으로 도착해서 스케쥴을 소화하는 것은 타인들에게도 좋은 것이다.
이렇게 내 나름대로 합리화한 내용을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하곤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그냥 단지 버스를 5분 10분 더 기다려도 바깥 풍경을 보고 버스 안에서 내가 보고 싶었던 영상을 보든 또 이렇게 글을 쓰는 게 더 좋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소정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인데,
그만한 투자 가치가 있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대학시절 복학했을 당시 주변 친구들은 졸업을 앞두고 전부 취업 준비에 열을 올렸었다.
근데 나는 그렇게 급박하게 살다가 한걸음 뒤에 있는 나만의 가치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편안한 버스에 올라탄 것처럼 조금은 천천히 나의 것들을 해나가고 있다.
물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남들보다는 목적지에 늦게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나의 컨디션과 결과는 그만큼 좋을 것이라 믿는다.
출발지가 서울인 친구들은 나보다 빠르고 편하겠지만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는 누구보다 잘 놀 자신이 있듯이 경기도에서 출발한 버스를 탄 나는 목적지에서 누구보다 돋보이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게 철들지 않은 나의 발악이자 핑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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