줏대가 없는 것이 줏대

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33

by 잔주

얼마 전 친구가 어디로 여행을 가고 싶냐고 물어봤다.
그냥 바베큐 파티를 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친구가 그냥 바다나 가자고 했고,
나는 그것도 좋다고 했다.

그러자 한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왜 이렇게 줏대가 없냐고.
일을 하거나 내 생활에 결단을 내릴 순간이 있으면
나만의 줏대로 나름 잘 선택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말을 듣고 나니 솔직히 조금 의아했다.

그토록 조그맣고 가벼운 약속의 결정 때문에
나는 줏대 없고 가치관이 약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흔히들 말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이런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줏대가 있다고 하는 줏대가 무엇인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목적지나 메뉴라던지 하는 것 들을 명확히 정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디서 무얼하는지 딱 정하지 않으면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처럼 딱 정하지 않아도 편한대로 혹은 즉흥적으로 누구와 뭘 하고 어딜 가든 지 간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흔히 생기는 오해가 결정장애, 줏대 없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정하고 시간을 보내도 행복할 수 있다.
다만 정하지 않아도 마음 이끌리는 대로 연인이나 친구들,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로 매력을 느끼는 것에 대해 뭐라할 자격은 아무도 없다.
이것이 줏대이고 서로 달라 이해해야 할 가치관이다.

철든 척하며 억지로 무언가를 정해야 할 필요없다.
무얼 하고 싶은 때가 생기면 그때는 그때의 생각이 정해줄 문제다.
상대방이 답답해하면 결정권을 넘겨버리거나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뱉어도 된다.
그냥 늘 하던대로 그것이 자신의 줏대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매거진의 이전글이유는 없다. 그냥 좋아서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