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잊어버렸던 대화와 생각이 흐르는 시간
프로젝트 100 하루 한 편 나만의 글 (4) 2021.03.25
오늘은 어쩌다 합이 맞은 같은 팀 동료들과 사무실에서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사한 후에도 계속 재택근무로 일을 이어오다 출퇴근길 대중교통에 적응되지 않은 상황. 어쩌다 버스 타는 것이 꼬여 출근은 늦어졌고 회식까지 약속되어 퇴근은 빨라진 눈치없는 날. 그럼에도, 점심도 동료와 함께, 저녁도 동료와 함께여서 그런지 마음도 발걸음도 가벼웠다. 사는 날들을 이야기하고, 웃고, 공감하고, 찌푸리고, 또 웃고. 맞아맞아, 박수도 치고. 같이 밥 먹으러 걸어가고, 제일 중요한- 같이 먹고. 혼자 재택근무로 일을 하다보니 '같이 먹는'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가족이 아닌 사람과 밖에서 음식을 같이 먹는 일은 약속을 하지 않으면 흔하지 않은 일.. 특히나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과 시간을 나누고, 하는 일의 의미를 새기고 마음을 달래가며 같이 뭔가를 먹는 일이 흔하지 않아진 것은. 이 상황은 정말 아이러니하고도 웃기고 슬프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 누구 때문인지도 모르고. 또 언제까지일지도 모를 일. 동료의 얼굴을 실물보다 화상으로 더 많이 보고, 목소리의 톤보다 텍스트의 톤을 먼저 읽는 시간들. 오랜만에 그런 '눈치싸움'에서 벗어나, 목소리의 톤에서 기분을 읽고, 각자 자주 뱉는 감탄사에서 순간의 감정을 느끼며. 꽃을 좋아하고, 요즘 유행하는 옷을 사고 싶은, 그런 별것아닌 사소한 대화들 틈에서, 긴 시간 그리워한 '사람 냄새'가 이런건가, 순간 즐거운데 서러운 기분을 잠시 느끼며.
오늘 되게 즐거웠는데.
함께해서 너무 즐거웠다.
그리고 또 느꼈다.
나는 굉장히 사회적인 사람이구나.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사람의 마음 참 간사하다고,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지만 막상 또 '회사 사무실에 자주 나가고 싶은' 생각은 쏙 들어가게 마련이다. 출퇴근길 그 귀찮고 번잡한 일들을 안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아. 이렇게 편하게 출근하고, 퇴근하고. 자율적으로 일하고.. 그런데 막상, 이 '사람 냄새'는 대체가 안 된다. 무엇도 대신해 줄 수가 없다. 기분을 느끼고, 같이 일하고, 또 같이 부딪히며 한 걸음씩 성장해 가는 것, 화면 안에서는 다 느끼기 어려운 것.. 우리는 그냥 그런 존재이기에.
함께 걸어가는 존재.
사실은 내일도 보고싶은 동료들.
이제 또 언제 보나.
내일도 외로운 재택근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