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은 팔면 안되.....
<68년 대전 빵집이 연매출 2천억을 달성한 진짜 이유>
어제 아침, 성심당 빵을 한 입 베어 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회사가 M&A 시장에 나온다면 과연 얼마의 가치를 받을까?" 호기심에 이끌려 조사를 시작했는데, 그 결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놀라운 이야기였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시작된 성심당. 그 68년의 여정 속에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를 넘어선, 진짜 가치 있는 기업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교훈이 담겨 있었다.
#숫자로 보는 기적 같은 성장
성심당은 오랫동안 대전의 자랑스러운 향토기업이었다. 2015년 407억원에서 2019년 531억원으로 연평균 6.8%씩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정말 놀라운 변화는 2021년부터 시작됐다.
2021년 629억원에서 시작해 2024년 1,938억원으로 무려 3배 성장. 영업이익은 478억원, 영업이익률 25%를 기록했다. EBITDA 500억원이라는 수치는 웬만한 코스닥 상장사보다 뛰어난 수익성을 보여준다.
도대체 2021년,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딸기시루의 'SNS 마법'
폭발적 성장의 첫 번째 비밀은 2021년 출시된 '딸기시루'였다. 2023년 "과소광고" 밈으로 화제가 된 이 케이크는 광고에서는 2.3kg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2.6kg, 딸기만 1kg이 들어간 압도적 스펙을 자랑했다. 가격은 4만원대로 호텔 케이크(10만원 이상)와 비교하면 가성비가 말이 안 될 정도였다.
결과는? 2022년 크리스마스 50개 판매에서 2023년 크리스마스 2,000개로 40배 성장. 딸기시루 하나가 성심당을 지역 빵집에서 전국 브랜드로 탈바꿈시킨 게임체인저가 됐다.
#단순한 빵집을 넘어서
두 번째 비밀은 사업 구조의 진화였다. 성심당은 본점 주변 건물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케익부띠끄(프리미엄 케이크 전문), 옛맛솜씨(한국식 전통 디저트), 성심당몰(온라인 배송) 등으로 다각화하면서 단순한 빵집에서 종합 디저트 기업으로 변신했다.
아침마다 택배 배송 차량이 골목을 가득 메울 정도로 온라인 사업도 급성장했다.
#코로나가 만든 기회
세 번째는 예상치 못한 기회였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금지되면서 국내여행이 폭증했고, 대전이 "언택트 여행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MZ세대의 "성지순례" 문화와 맞물리면서 "대전 가면 성심당"이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전국에서 성심당만을 위해 대전을 찾는 관광객들이 급증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0.2%의 마케팅 기적
성심당의 가장 놀라운 비밀은 마케팅비가 매출의 0.2%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답은 간단했다. 진짜 맛있는 제품, 기대를 뛰어넘는 가성비, 68년간 쌓은 진정성. 이 세 가지가 만나면서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간증"해주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성심당에서 감동받은 손님들이 SNS에 올리고,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재방문하면서 가장 강력한 마케터가 되어준다.
# 68년 전 크리스마스의 다짐
하지만 성심당의 진짜 보물은 따로 있었다. 바로 68년간 이어온 기업문화였다.
창업주 임길순 대표는 1950년 12월 24일, 흥남 철수 작전 당시 가족과 함께 미군 수송선 '메리디스 빅토리호'에 탑승했다. 1만 4천여 명의 피난민을 태우고 남하한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리는 그 배에서,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며 간절한 다짐을 했다.
"이번에 살아날 수 있다면 평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
대전역에서 열차가 고장나며 우연히 정착하게 된 대전에서, 대흥동성당의 도움으로 밀가루 두 포대를 받아 찐빵 장사를 시작했다. 하루에 빵 300개를 만들면 100개는 이웃과 나누었고, 돈이 없는 이들도 빵을 맛볼 수 있도록 시식용 빵을 넉넉히 준비했다.
이 나눔의 정신이 바로 성심당 68년 역사의 시작이었다.
#가족 같은 900명
현재 성심당은 정규직 850명과 아르바이트를 포함해 총 9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대규모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가족 같은' 기업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15%를 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하고(2024년 기준 약 70억원 규모), 전용 휴게실과 무료 직원 식당을 운영한다. 해외 연수 프로그램과 자기계발비 지원, 동료 칭찬 프로그램, 직장 어린이집까지. 업계 최고 수준의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
2024년 현재는 3세 경영 체제로, 창업주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다짐이 아들, 손자로 이어지며 나눔 정신이 3대에 걸쳐 계승되고 있다.
#어떤 기업은 팔면 안 된다
최근 런던베이글 매각건의 멀티플(6.5배)을 단순 적용하면 성심당의 기업가치는 약 3,2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성심당을 조사하면 할수록 근본적인 질문이 생겼다.
"과연 이런 기업을 파는게 맞을까?"
성심당의 진짜 가치는 단순한 수익성을 넘어 68년간 쌓아온 지역사회와의 유대, 창업주 정신,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브랜드 헤리티지에 있다. 새로운 인수자가 과연 '이익의 15%를 직원에게 나누고, 매일 빵을 기부하는' 문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성심당이 계속해서 임영진 대표와 가족들의 손에서, 창업주의 철학을 지키며 성장하기를 바란다. 특히 3세 임대혁 이사가 10년 이상 제빵 기술을 배웠다는 점에서, 창업주 할아버지의 "함께하는" 정신을 이어가길 희망한다.
어떤 기업은 정말 팔면 안 되는 것 같다. 성심당이 바로 그런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