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의 눈으로...... >
- 어머니를 반성하게 한 어린아이의 순수함 -
“할머니! 저 결혼할래요!”
손녀의 유치원 가방을 받아주는 어머니를 향해 조카가 말했다.
여동생의 두 딸을 도맡아 키워오며, 고리타분한 할머니가 되지 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시는 어머니셨지만, ‘결혼’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으셨다.
하지만 최대한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손녀에게 차근차근 물으셨다.
“그래? 그러면 누구랑 결혼할 건데?”
“네. 최진성(가명)이요!”
‘진성이... 최진성......’
어머니는 자신도 모르는 새, 그 남자아이의 이름을 되새기고 계셨다.
“아! 진성이가 남자친구였구나!”
“네! 전 진성이가 너무너무 좋아요!”
아이의 천진난만한 표정 앞에서 어머니의 속마음은 복잡했다.
‘남자라니......’
하지만 자연스러운 심문(?)을 위해서 어머니는 ‘평온’이란 가면을 쓰셔야 했다.
“그래. 우리 손녀는 진성이 뭐가 그렇게 좋을까?”
어머니의 복잡한 심경은 안중에 있는지 없는지, 아이는 어머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답했다.
“할머니! 진성이는 고양이 소리를 참 잘내요!!!”
“풉!!!”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나와 동시에 어머니도 헛웃음을 뱉으셨다.
‘고양이 성대모사 때문에 결혼을 하겠다니......’
참 아이다운 발상이란 생각을 하며 미소가 절로 번질 때, 아이의 상세한 설명이 붙여졌다.
“할머니! 진성이가 ‘야옹~ 야옹’하면 정말 고양이가 옆에 있는 것 같이 들려요!”
열 손가락으로 발톱을 만들고 나비를 희롱하는 듯한 고양이의 발짓을 따라 하며 아이는 설명에 열을 올렸다.
‘CATS'에서나 볼 법한 고양이 흉내와 고양이 소리를 내는 아이의 눈엔 그 남자아이를 향한 순수한 사랑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맑고 티 없는 아이의 눈을 보며, 어머니는 스스로 반성하셨다.
‘아! 내가 어른들의 눈으로 너를 봤구나. 세속에 찌든 내 눈으로 맑은 네 영혼을 마주 보려 했구나!
그저 고양이 소리를 잘 내는 아이를 좋아하는 네 마음을 어른의 속되고 속된 마음과 눈으로 대하고 바라보았구나!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어머니는 손녀를 통해 느끼고 생각한 바를 나에게 모두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스스로를 질책하고 반성했노라 하셨고, 또 저 작은 아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셨다 말하셨다.
어른들의 속된 마음으론 이해할 수 없고,
세속에 물든 눈으로 바라보는 것조차 죄가 되는 아이들의 순수함......
어머니는 그런 어린 손녀의 순수함을 통해 배움을 얻으셨다.
그리고 나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서 배움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