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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근 May 13. 2016

< 사랑이란...... >

- 함께 비를 맞던 연인 -

황금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동그라미란 뜻의 ‘황동이’란 동그라미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황동이의 그런 예쁘고 멋진 모습을 좋아했죠. 그래서 누구나 황동이를 만나면 외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또 동그란 외모처럼 황동이의 성격은 둥글둥글했습니다.

그래서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었고, 다른 이들을 배려할 줄도 알았죠.

모든 이들이 그런 황동이를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자란 황동이는 항상 의욕과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향한 첫발을 뗄 때도 겁이 없었죠.

모든 앞날이 자신을 위해 준비되어 있을 거란 어리석은 믿음에 무작정 열심히 걸어갔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습니다.

경사진 언덕에서 신나게 미끄럼을 타며 놀다 시간을 지체하기도 했고, 장미꽃의 향기와 아름다움에만 취해있다 장미덩굴의 가시에 숱한 생체기를 입기도 했습니다.

또 울퉁불퉁한 길과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내리느라 반짝반짝 빛나던 황동이는 어느새 그 빛을 잃고 점점 찌그러져 갔습니다.


‘다 틀렸어! 그냥 가만히나 있을걸......

괜히 세상 밖으로 나왔다가 상처만 입었어!

반짝거리던 내 빛도 잃어버렸고, 완벽한 원 모양이었던 내 모습은 엉망으로 찌그러져 버렸어!

이제 이런 내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은 없을 거야!’


황동이는 자신이 처한 처지와 자신의 모습에 절망했습니다.

하루하루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저 모든 것을 포기한 체,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지고 새로 다시 그려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절망이란 어둠 속에 자신을 꽁꽁 숨기며 살아가던 어느 날......

슬픔에 빠져있던 황동이는 ‘심순이’라는 다른 동그라미를 만나게 됩니다.


다른 동그라미들과는 달리 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려있어 항상 마음이 심숭생숭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심순이는 아픔이 많은 친구였습니다.


항상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 좋아했던 밝은 성격의 심순이는, 어느 날 날아온 ‘배신’이라는 날카라운 유리조각에 가슴이 뚫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슬픔’이라는 바람이 드나들며 구멍의 크기는 커져만 갔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심순이에게 다른 이들의 ‘무시’와 ‘멸시’, 그리고 아무렇게나 내뱉은 ‘폭언’이라는 돌멩이들이 가슴의 구멍에 던져졌습니다.


심순이의 가슴은 헤질 대로 헤져, 너무나 볼품없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절망이라는 어둠 속에 자신을 숨기며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절망이라는 어둠 속에 자신을 숨기며 살아가던 황동이와 심순이는 우연히 어둠 속에서 서로 만나게 됩니다.


절망 속에 오롯이 몸을 내 맡긴 체 살아가던 그 둘은 처음엔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어둠을 유영해온 세월 동안 자신들의 모습도 들여다보지 않았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무슨 모습이고 무슨 의미일지 알리 없었습니다.

또 그간 겪어온 그들의 상처는 서로에 대한 호감이나 관심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황동이와 심순이는 서로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이런 모습도 담아 줄 수 있는 이가 있었구나!’

‘가슴에 뚫린 이 구멍은 어쩌면 이런 만남을 위한 아픈 수순이었을지도 몰라.’


서로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된 그 순간, 그 둘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세상의 풍파에 못나게 찌그러져 버린 황동이를, 다른 이들에게 받은 상처로 뚫려버린 심순이의 구멍이 담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심순이의 아픈 구멍을, 못난 황동이가 채워주었습니다.


그렇게 하나가 된 그 둘은 서로가 완벽한 원이 되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황동이의 빛나던 빛과 심순이의 밝은 모습까지 되찾게 된 그 원에 자신들이 놀라던 것은 물론, 다른 이들도 놀라고 부러워했습니다.

그 둘은 그렇게 찾아와 준 서로의 인연에 감사했고, 서로를 꼭 끌어안으며 나아갔습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세상은 험난하기만 했습니다.

때로는 베이고, 때로는 상처 입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 둘은 서로를 더욱 껴안아주고, 더욱 채워주었습니다.

험난한 길이 오더라도 서로에게 의지하고 힘이 되어주며 그렇게 헤쳐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던 어느 날, 그 둘은 몰라보게 변해버린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험난한 세상의 풍파 속에서 살이 깎이고 다듬어지면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그 세파의 풍화작용 속에서도 서로를 놓지 않았던 자신들이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항상 서로를 보듬어주고, 서로를 채워주는 마음.......


그것은 사랑이었습니다.

그것은 황동이와 심순이의 서로를 향한 마음의 모습이었습니다.



                           


.

.

.     


봄비인지 장맛비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리던 어느 봄날의 늦은 밤.

   

미처 우산을 챙기지 못한 연인이 비를 피하려 버스정류장으로 들어섰다.

    

“넌 여기 있어. 내가 택시 잡아올게.”


남자는 정류장 의자에 손수건을 깔고 여자를 앉힌 후 빗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오빠! 그냥 여기서 잡아! 비 다 맞잖아!”

“아니야! 여기가 더 잘 잡혀! 넌 신경 쓰지 말고 앉아있어!”


정류장 조금 위쪽의 사거리에서 남자는 택시를 잡으려 애썼다.

까치발까지 디뎌가며 좌우를 살피던 사내는 이내 온몸이 비로 흠뻑 젖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남자를 여자는 안타깝게 쳐다보고 있었다.


시간도 늦은데다 비까지 오는 날이라 그런지, 택시 잡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간혹 다니는 택시도 이미 손님들이 타 있는 택시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자 여자가 결심한 듯 무릎 위에 고이 올려놓았던 핸드백을 단단히 움켜쥐더니, 빗속으로 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선 안경에 물과 습기가 한껏 찰 정도로 비를 맞은 사내의 곁으로 가 말했다.

“오빠! 차라리 같이 기다리자!”

사내는 안된다며 여자를 돌려보내려 했으나, 여자의 굳은 마음에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았는지 여자의 한 손을 꼭 잡아주고선 같이 비를 맞으며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


그 후에도 한참이나 택시는 오지 않았다.

그러다 둘 다 충분히(?) 젖은 후에야 택시를 잡을 수 있었고, 둘은 그렇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비가 오던 어느 날......

빗속에서 서로를 아끼고 마음 써주던 훈훈한 연인의 모습을 보며, 이야기 한편 지어 올려본다.


( + 본문 중 '심숭생숭'의 표준어는 '싱숭생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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