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이야기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심장 이식 수술 후의 경과가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수술 3일 후 심장 내과 중환자실로 이동하게 되었다.
한 달 넘게 지낸 심장 내과 중환자실로 오니 그 공간과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이 반갑게 느껴졌다. 심장 내과 중환자실에서도 수술 이후의 경과를 계속 확인하며 거부반응이 있는지 등을 살폈고, 다른 장기들의 상태들에 대해서도 각종 검사와 치료를 통해 매일 확인했다.
그래서 신장 투석기도 제거하고, 이뇨제 투여 방법을 바꾸는 등 약물 및 치료의 방법을 조절하며 몸과 연결된 주삿바늘도 하나씩 제거해 갔다. 폐에 물이 차서 관을 넣어 물을 빼는 등의 처치를 하기도 했다. (관을 빼고 구멍을 막을 때 마취 없이 스테이플러로 살을 찝을 때는 엄청 아팠다.)
이 시기에 내가 스스로 해내야 하는 가장 큰 숙제는 ‘식사 열심히 하기, 재활을 위해 몸 많이 움직이기’였다.
꽤 긴 금식 기간을 가지고 있던 중 수술을 했던 터라 수술 후 식사량을 늘리고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시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먹으려고 했던 것 같다.
스테로이드 약을 고용량 섭취하고 있어서 입맛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기는 했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나오는 식사에서 몇 숟가락 먹는 것도 힘들었는데, 중환자실에서 나올 때에는 약 4분의 1 정도는 먹을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재활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었는데, 발목 올리고 내리기, 무릎 들었다 내리기, 스트레칭 밴드 양손으로 잡아당기기 정도의 난이도였다. 그럼에도 조금만 움직이면 힘들어서 하고 쉬고를 반복했다. 매일 오시는 재활 선생님과 하나씩 동작들을 배웠다. 원래 자연스럽게 하던 동작을 배워야 할 수 있다니 하며 말이다. 이렇게 작은 움직임도 근육이 없으니 너무 힘들구나 하며 신기했다가 슬퍼졌다가 힘을 냈다가를 반복했다.
재활선생님께서는 내 표정을 보며 내가 지친 것 같은 날에는 힘을 주시며 다독여주셨다. 수술 전부터 직후까지 선생님 덕분에 힘을 내고 마음을 다잡은 날이 많았는데, 후에 갑자기 일반 병동으로의 이동이 결정되면서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해 지금도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