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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야자수 Sep 29. 2024

남들의 질문_법륜스님

법륜스님




"안타까와서 그러는 거야. 왜 그런데다가 인생을 낭비하냐고, 우리 곧 죽는다고"



"법륜인가 뭔가 그거 몇 년째 듣는 거 같던데, 인간성 좀 나아졌냐?"







법륜스님.

수행단체 정토회의 지도법사,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사회운동가, 구호운동가, 환경운동가, 통일전문가. 2002년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다.



법륜스님은 유튜브의 즉문즉설로 유명하다. 나도 그걸로 스님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흔한 상담 컨텐츠라고 생각했는데, 온갖 질문에 늘 실용적이면서 참신한 답변을 하는 것이 신기해서 자꾸 보게 되었다. 어느 날 알고리즘으로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영상이 떴는데, 그걸 듣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즉문즉설의 답변들이 바로 그 금강경에서 나오는 것임을.


나에게 그냥 '염불'이었던 금강경이,  생활에 써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니! 충격이었다. 그리하여 불교, 아니 불교 자체보다도 그걸 알려주는 법륜스님에게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과학자를 꿈꾸며 경주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던 최석호 학생은 그를 눈여겨 본 스님의 찜을 받아 고등학교 때 승려가 되기로 한다. 2천년 전 인도의 춘추전국 시대에 작은 나라 왕자로 태어난 고타마 싯타르타씨는 늘 걱정과 생각이 많았고 ‘모든 사람이 괴로움 없이 다 같이 잘 사는 길은 없을까?’를 질문하게 되었다. 그 연구가 성공해서 ‘한 인간으로서 주체적이고 자유롭게 사는 길’을 제시할 수 있었다. 그 깨달음은 종교적 믿음의 영역이 아니라 철학에 가까운데, 실행을 해야만 효과가 있기에 수행이라고 한다.



최석호는 여기 심취해서 승려가 되었는데, 막상 직업이 되자 조계종의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종교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돈이 있어야 돌아가기 때문에, 종교지도자들의 일탈, 종단의 권력 투쟁과 비리 문제가 항상 발생한다. 젊은 사람이 개선을 건의하는 건 좋다. 적당히 한다면. 그러나 그는 반 시게루씨 같은 ‘자기 밥그릇 깨기’ 질문을 하고 만다.




런 질문은 답도 없다. 모든 종교가 사람들이 복을 빌면서 내는 기도비를 수입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몇 천년 간 유지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종교도 장소도 있어야지, 월급도 줘야지, 돈이 필요한데 어떻게 하라고? 기도비 조로 받아서 필요하고 좋은 일에 쓰면 되는 것이고, 일부 승려의 문제는 관리할 대상이지 전체를 잘못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 싫으면 중을 때려치우면 될 것이다.



  

그런데 최석호 청년은 긍정적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다. ‘총무원에 항의는 그만하고, 그냥 내가 해야지.’ 그래서 만든 것이 수행단체 ‘정토회’이다. 정토회는 기복 활동은 하지 않고, 개인의 마음 수행을 위한 교육, 명상, 전법을 하면서 모든 활동이 회원들의 봉사로 이루어진다. 인간의 괴로움 중에는 외부요인이 큰 것들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회활동도 한다. 통일 연구, 기아와 문맹 퇴치, 국제평화와 인권, 환경 문제를 담당하는 4개의 사회단체가 있어서, 매우 체계적으로 일한다. 이런 일도 모두 봉사자가 한다. 수행삼아 세상을 위한 일에 시간이나 돈을 낸다는 개념이다.   


 

지나고 나면, 특히 잘 됐을 때는, 예전 고생은 추억이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40년 전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최석호씨가 자기 질문을 실천하기 위해서 불이익을 기꺼이 감수했다는 점이다. 당연히 종단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고, 승적 없이 머리도 깎지 않고 ‘법사’로 청년들에게 생활불교를 전파하면서, 수학 강사를 해서 법당을 유지했다고 한다. 사실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하다. 손이 두 개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잡으려면...




2020년 정토회는 사무실들을 한 곳에 모으는 게 낫겠다 하여 회관 건물을 짓게 되었다. 그런데 15층짜리 건물을 짓고 나니, 주차장, 소방시설, 승강기, 전기안전시설 같은 전문적 관리가 필요해서 이 일을 할 사람이 없었다. “딱 몇 명만, 임시적으로라도 사람을 쓰면 어떨까요?”


사람을 고용하는 순간 정토회는

수행자와 수행자의 관계가 아니라, 고용주와 고용인이라는 관계가 생깁니다. 생존이 걸리면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법적 투쟁도 생길 수 있습니다. 회관을 운영하기 위해 이런 세속적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면, 차라리 그 건물을 포기하는 게 맞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정토회가 지켜온 가치에는 큰 손상을 받게 됩니다.



그리하여 정토회는 자원봉사자 수십명이 돌아가며 건물을 운영한다. 몇명 고용하면 될 일을 말이다. 그렇다고 법륜스님이 융통성 없이 일하는 사람은 아니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여러 사업을 하고 있어서 현지 사정과 봉사자 구성에 따라 그때그때 대처한다. 다른 종교와도 경계 없이 같이 일하고, 토회에서 지은 학교이지만 힌두교 국가에서는 불교 수업을 하지도 않는다.  처음 했던 질문을 부단히 계속 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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