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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리만 제이 Jan 25. 2021

"고이즈미"라는 일본 총리는 없다!

모국어 간섭 : 한국인 편 1

누구나 태어나서 아무 생각 없이도, 심지어 잠자면서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잠꼬대라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언어를 적어도 하나씩은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다. 이를 모국어(母国語)라 하고, 영어로는 Mother Tongue, Native Language 등으로 부른다.


모국어는 문화와 민족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이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삶의 도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처럼 인간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모국어가 때로는 뜻하지 않게 방해가 될 때가 있다. 바로, 외국어를 배울 때이다.


언어학의 계념 중에 "모국어 간섭 (Mother-tongue Interference)"이라는 것이 있다. "모국어 간섭”을 사전적 의미로 검색해도 신뢰할 만한 소스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는데, 어떤 분이 블로그에 이렇게 설명해 두셨길래 인용해 본다.


모국어 간섭이란 두뇌가 모국어의 어휘, 문법체계(흔히 통사체계라고 합니다.)와 다른 언어를 지속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일종의 방어기제의 일환으로 타언어의 통사체계를 자기의 법칙으로 흡수하려는 현상을 말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외국어를 배울때 한국어때문에 방해가 된다는 말씀이죠. 모국어의 간섭현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는 대뇌피질의 언어중추 영역의 유연성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만, 대소의 차이가 있을 뿐 14세 이상의 모국어 사용자가 제2외국어로서의 다른 언어를 배울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출처: http://www.uk-edu.co.kr/overseas-study-column/%EB%AA%A8%EA%B5%AD%EC%96%B4%EC%9D%98-%EA%B0%84%EC%84%AD/


모국어 간섭을 한국어로 검색하면, 많은 분들이 보통 어휘, 문법 체계의 혼동에 대해 주로 설명하시는데, 나는 외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모국어 발음 체계가 외국어 발음에 미치는 영향을 더 흥미롭게 생각한다.


여기에 관해서는 살아오면서 여러 경우를 많이 봐 왔지만, 오늘은 한국인이 일본어를 구사할 때 자주 발생하는 모국어 간섭 현상에 대해 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반일감정이 역대 최고조에 다다른 현시점에서 이런 말 하면 기분 나빠하실 분도 많으실 것 같지만, 일본어는 한국어의 어휘 및 문법 체계와 놀랄 정도로 유사한 점이 많아, 한국사람이 일본어를 공부하면,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 반대도 마찬가지여서, 일본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면 발음은 어눌하더라도, 어휘와 문법은 엄청난 속도로 습득할 수가 있다.


어차피, 청소년기를 지나서 외국어를 배우면, 원어민 혹은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처럼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외국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목적이지, 원어민처럼 되는 것이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원어민처럼 발음하면 의사소통에서 오해할 일도 줄어들고, 그 외국어를 더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 외국어를 배움에 있어 하나의 "양념"처럼 공부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론이 좀 길어졌는데, 내가 2000년부터 배우고, 사용하기 시작하여, 현재로는 일본의 종합상사에 근무하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사용하는 일본어에 대해, 한국분들이 어떤 발음을 주의하면 좀 더 일본인 같은 발음이 가능한지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바꿔 말하면, 일본어를 아주 유창하게 구사하는 한국분들조차도 Native Korean Speaker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일반적인 "모국어 간섭"현상을 정리 해 보고자 한다.




1. 첫음절의 K, T, P의 구분이 애매하다.


가장 눈에 띄는 일본어를 구사하는 한국인들의 "모국어 간섭"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로서는 아직도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아~주 많은 분들이 이 부분에 있어 실수를 많이 하거나, 나중에 일화를 소개하겠지만 심한 경우에는 본인이 맞다고 억지(!) 주장하시는 분도 계신다.


일본어에서는 "かきくけこ(카키쿠케코)"에 따옴표 같이 생긴 탁점(”、濁点)이란 걸 찍으면, "がぎぐげご(가기구게고)"라는 다른 발음이 된다. 그런데, 수많은 한국분들은 일본어에는 탁점이 없는 단어에도, 탁점을 임의로 찍어서 생기는 발음으로 일본어를 구사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K 나 T로 시작하는 단어의 첫음절에서 흔히 나타나는데, K를 G로, T를 D로 발음하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탁점이 없는 단어에 임의로 탁점을 찍어서 발음하는 한국인들의 일본어 발음이, 아오모리 현 등이 위치한 일본의 토우호꾸 (東北)지역의 사투리같이 들린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수도 없는 예시가 가능하지만, 여러분이 알만한 것만 몇 가지 예만 소개를 하자면 아래와 같다.

(왼쪽이 실제로 일본인이 발음하는 방식, 오른쪽이 한국인이 주로 하는 발음)


小泉 (코이즈미, 고이즈미)

田中 (타나카, 다나카)

東京 (토우쿄우, 도쿄)

京都 (쿄우토, 교토)

東芝 (토우시바, 도시바)

トヨタ (토요타, 도요다)

天気 (텐끼, 뎅끼)

傷(키즈, 기스)

カラオケ (카라오케, 가라오케)


20여 년 전 LG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일본 영업부서에 소속되어 수많은 일본인 고객들과 함께 일을 했었다. 당시, 인천의 모대학 일어일문과를 졸업하고, 일본 주재원 생활도 10여 년 가까이 한, 나름 일본어 최고수라고 혼자서(?) 자부하던 부장과 나는, 같이 Toshiba의 고객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마침 레스토랑 밖에서는 억수같이 비가 오고 있었는데, 그 부장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고객에게 이렇게 말했다.


"교우와 뎅끼가 와루이데스네~ (今日は天気が悪いですね)"

그러자, 고객들은 갑자기 식당 내부를 두리번거리면서, 이렇게 답했다.

"소우데스까? 토쿠니 몬다이 나사소우데스가...(そうですか。特に問題なさそうですが。)”

 

당시 신입사원이었던 내가 고객과 부장 앞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 죄 없는 허벅지를 뒤틀던 그때 그 순간이 20년이 지난 아직도 생생하다. 자칭 일본어 최고수였던 부장은, "오늘은 날씨가 안 좋네요."라고 이야기하려 했지만, "날씨(텐끼)""전기(뎅끼)"로 발음했으니, 고객들은 식당의 전구가 고장 났나?라고 생각하고 일제히 식당을 둘러보면서, "그런가요? 특별히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만..."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 부장의 진짜 문제는 혼자 틀리는 것에 있지 않았다.

어느 날 그는 부장 자리로 나를 불렀다.


부장: "넌 일본어는 유창하게 잘하는데, 발음이 엉망이야. 그건 듣는 고객 입장에서 실례가 될 수 있으니 고치도록 해."

나: "네???"

부장: "넌 Toshiba의 Tanaka상을 토우시바타나카상 이라고 발음하지만, 정확히는 도시바다나카상이야. 그분들한테 실례가 될 수 있으니 고쳐! "  

나: "아... 네... (샐러리맨의 비애를 처음 맛본 순간)"


심지어 그 부장은 프레젠테이션 장표에도 영어로 "Doshiba" "Doyota" 로 표기했었다... 어느 대륙의 짝퉁 브랜드도 아니고...

아직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실소를 금할 수가 없기는 하지만, 덕분에 이후 20년간 일본인들과의 대화에서 분위기 전환용 유머로 엄청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비단 이러한 현상은 일본어 학습자뿐만은 아니다.

공영방송인 TV 뉴스 앵커마저도, "고이즈미 총리" "고노 다로 외무성 장관"이라고 발음한다.


그런데, 언어학적으로 분석을 해 보면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우리는 한국어에 있어서는 이를 정확히 구분해서 발음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코끼리"를 "고끼리"라고 발음하거나 "토요일"을 "도요일"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은 아직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반면, 없는 탁점을 붙여 K와 T가 G와 D가 되는 현상과는 반대로, 우리는 탁점을 붙여 발음했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인이 듣기에는 탁점 없이 발음한다고 받아들이는 현상도 있다. 대표적으로 P와 B, K와 G가 있다.

 

나는 회사에서 "파꾸상"으로 불린다. 내 성은 "박"인데, 일본인들 귀에는 몇 번을 들어도 "파꾸"로 들린단다. "김"씨 성을 가진 한국인은 일본에 가면 예외 없이 "키무 상"이 된다.

우리가 아무리 Native Korean Speaker로서 정확히 "Bak" "Gim"이라고 발음해도 일본인들 귀에는 "Pak" "Kim"로 들린다는 것이다.


"키무치" 즉 우리는 Gimchi라고 발음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인들의 귀에는 G보다 K에 가까운 발음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좀 야한 이야기라 쓸까 말까 고민했던 경험담인데...

어느날, 친구가 일본어에 대해 궁금한게 있다고 나에게 물었다.


친구: "일본 AV 비디오를 보면, 여배우들이 "김치~! 김치~!" 하면서 막 소리치는데 왜 그런거니?"

나: "헉!!! 그건 "김치~!"가 아니라, "키모치이이 気持ちいい" 즉 "기분좋아!"라고 연기하는거야..."


물어본 친구도, 대답한 나도 한 동안 뒹굴면서 웃었다.

(정말 개그맨들이 방송을 위해 만든 것 같은 이야기지만, 실화임...)


아무래도 한국인이 발음하는 P와 B, K와 G의 경계가 일본인을 포함한 외국인에게는 자신들의 언어보다는 아주 묘하게 근접해 있는 듯하다.


예를 들면, 김포, 대구, 부산 같은 지명의 영문표기를 생각해 보면 쉽다.

지금이야 각각 Gimpo, Daegu, Busan처럼, 우리의 한글 표기에 맞춰 영문표기가 변경되었지만, 90년대만 해도 Kimpo, Taegu, Pusan이었다. 이는 주로 주한미군을 포함한 영어권 사람들이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인의 발음을 듣고 붙여 준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우리의 영문 이름인 "Park, Kim, Chung" 등도 미군들이 들리는 대로 적기 시작한 게 유래가 아닐까?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추측임.)


90년대였나 2000년대였나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외국에서 오는 친구를 마중하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당시의 김포공항에는 Kimpo에서 Gimpo로 변경하던 시기라 두 가지 표기가 한때 공존하고 있어서, 친구가 Gimpo 공항이 아닌 Kimpo 공항에 잘 못 내린 것 같다고 전화로 난리 블루스를 친 경험이 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우리가 잘 알고 흔히 쓰는 생활 속 일본어 중에 "바보"라는 뜻의 "빠가야로"가 있다.

이는 일본어 "馬鹿野郎"에서 온 표현 (말과 사슴도 구분 못하는 바보라는 것이 어원)인데, 일본어 발음은 "바카야로우"가 정확하다.

실제로 일본의 지식인 같은 사이트인 Yahoo 知恵袋에는 "한국인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할 때 빠가야로라고 소리 치던데, 이게 무슨 뜻인가요?"라고 질문을 올린 사람도 있다.

우리의 귀에는 일본인이 P로 발음하는 단어도 B로 들리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한국인이 일본어를 공부하거나 구사할 때 자주 나타나는 "모국어 간섭"에 대해서는 아직도 쓸 것이 많은데, 쓰다 보니 생각 외로 한 현상만으로 글이 이만큼 길어졌습니다. 읽으시는 분도 더 길어지면 흥미를 잃으실 것 같으니, 나머지는 씨리즈로다가 다음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본의 아니게, 씨리즈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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