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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우 Jul 15. 2021

그 해 여름

< 작당모의(作黨謨議) 3차 문제(文題) : 장마 >


   명기는 수업 시간 내내 선생님의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침 뉴스에서는 오후 늦게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4교시가 되기도 전에 벌써 시커먼 먹구름을 잔뜩 드리웠다. 명기는 점점 마음이 급해졌다.


   딩동댕. 마침내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울렸다. 명기는 주섬주섬 책을 가방에 넣고 서둘러 신주머니를 챙겼다.

   “야, 채명기.”

   “으, 으응?”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뒤를 돌아보니 화영이가 잔뜩 화난 표정으로 교실 뒤편에 서 있었다.

   “이 머스마야. 니는 오늘 청소 당번인데 또 어데로 내뺄라꼬 가방부터 챙기노?”

   “화, 화영아. 그게 아니고.”

   “이 서울내기 다마네기가 개학하자마자 또 꼼수를 부릴라 하네. 진짜 얍삽하데이. 니 선생님한테 확 일러 뿐다. 빨리 빗자루 안 드나?”


   소문난 여장부답게 화영이는 목소리부터가 우렁찼다. 웬만한 남학생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고, 심지어 화영이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조차 겁을 내는 아이도 있었다.


   “니, 빨리 책상 안 옮기나?”

   “그, 그래. 알았어.”

   명기는 어쩔 수가 없었다. 화영이의 기세에 잔뜩 주눅이 든 데다 선생님께 이를 거라는 화영이의 엄포에 은근히 겁도 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김 명숙 선생이 교무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아이고, 김 선생님. 이학기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헤헤헤.”

   머리가 훌러덩 벗어진 서무 과장이 교무실에서 나왔다. 김 선생은 인사를 받는 듯 마는 듯 앞을 비켜섰다. 김 선생은 서무 과장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교육청의 공문을 받고 교장 선생님의 결제까지 마친 일에 대해서도 별의별 되지 않는 이유를 들먹이며 경비 지급을 미뤘다. 교장 선생이 이를 두고 여러 번 호되게 질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제멋대로 행동하기 일쑤였던 서무 과장은,

“내가 이 학교의 주인이지. 이 학교 살림살이는 내가 도맡아 하는 거라고. 그게 바로 주인 정신 아니겠어?”

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학교의 공식적인 일인데도 개인적으로 찾아가 사정을 하고 부탁을 해야만 그제야 선심 쓰듯 공금을 내어 주는 서무 과장이, 그래서 김 선생은 얄밉기까지 했다.


   “비가 오려고 하는데 빨리 가셔야죠. 데이트라도 하셔야 되지 않나? 올해 국수 먹게 해 주시려면, 헤헤헤.”

   서무 과장의 불쾌한 농담을 듣는 순간, 김 선생은 기분이 나쁜 것보다 비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차, 내가 그걸 깜빡했구나.’

   김 선생은 오던 복도를 되돌아 서둘러 교실로 뛰어갔다.




   반 아이들은 이미 돌아가고 당번들만 남아서 교실 청소를 하고 있었다.


   “명기야, 명기 어디 있니?”

   김 선생의 다급한 목소리에 청소를 하던 아이들이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화영이가 나섰다.

   “선생님, 채명기, 걸레 빤다고 화장실 보냈는데예.”

   “그래, 그럼 화영아. 빨리 가서 명기 좀 오라고 해 줄래?”

   “예, 선생님.”

   화영이는 교실 뒷문에 서더니 두 손을 모아 나팔처럼 만들복도 끝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야아, 채애며엉기이, 선생님이 오오라아신다아.”

   복도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 소리를 듣고 저 멀리서 명기가 뛰어 오는 것이 보였다. 부르러 가는 것보다 서서 부르는 것이 더 빠른 화영이를 보면서 김 선생도 조금은 놀랐다.


   “선생님, 찾으셨어요?”

   “그래, 명기야.”

   김 선생은 청소를 하던 다른 아이들이 듣지 못하도록 명기를 돌려 세운 다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명기야, 청소는 그만 하고 빨리 집으로 가라.”

   “선생님, 저 오늘 청소 당번이에요.”

   “그래, 알고 있어. 그런데 밖을 봐라. 비가 올 것 같다.”

   “……”

   “걱정하지 말고 빨리 가. 화영이한테는 선생님이 잘 말해 둘게.”

   “고맙습니다, 선생님. 그럼 오늘 못한 청소는 내일 꼭 하겠습니다.”

   명기는 인사를 꾸벅하고 서둘러 자기 자리로 가서 가방을 멨다. 교실 문을 나가기 전에 김 선생을 향해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명기는 재빨리 뛰어갔다.

   씩씩대는 화영이를 달래는데 창 밖으로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명기의 모습이 보였다. 김 선생은 측은한 눈빛으로 한참 동안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쉬지 않고 달렸더니 숨이 가쁘고 다리가 아팠다. 앞으로도 오 분은 더 달려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한 두 방울씩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명기는 마음이 급해졌다.

   언덕배기 윗길로 접어들 때 즈음 놀이터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병철이었다. 그 옆으로 진우와 현광이, 그리고 아섭이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미안해, 애들아. 오늘은 같이 놀 수가 없어.’

   명기는 속으로 생각하며 언덕 끝까지 한달음에 달렸다.


   집 앞 골목에 들어섰을 때에는 제대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명기는 덜컥 겁이 났다.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신주머니를 들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비를 막으며 조심스럽게 집으로 한 발짝씩 다가갔다. 후우, 하고 가쁜 숨을 진정시켰다. 대문 옆에 서서 천천히 마당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오늘은 아무 일이 없는 것일까, 제발 그랬으면, 하는데 갑자기 집 안에서 난데없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아아.”

   그 소리에 놀라서 명기는 그만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눈을 질끈 감고 귀를 틀어막았다. 정말 지긋지긋한 저 소리.

   “탕탕탕, 이 새끼들아. 내 총을 받아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으아악. 살려 주세요. 이 나쁜 개 같은 놈들, 내가 용서하지 않겠다. 야압.”


   비가 쏟아지는 마당을 명기의 형 명수가 맨발로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미 난장판이 벌어졌는지 빨랫줄에 걸려 있던 옷가지들은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 있고, 깨진 그릇들조차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졌다. 명기의 로봇 장난감도 산산조각이 난 채로 원래의 모양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명수가 발을 뗄 때마다 그 자리에 붉은 발 도장이 선명하게 남았다. 피였다. 그리고 그 발 도장들은 비에 씻겨 수채 구멍을 향해 불그스레한 물줄기를 만들고 있었다.

   “으허허, 이 자식들아. 우리 부모님이 무슨 죄가 있다고 죽인 거야. 야압. 내가 오늘 네 놈들을 갈기갈기 찢어 주마. 으아아악.”

   명수가 마당을 뒹굴었다. 날카로운 접시 조각들이 명수의 어깨를 할퀴었다. 거기에서 또 붉은 피가 배어났다.

   겁이 났다. 명기는 더 힘주어 귀를 틀어막았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명수의 비명 소리는 더욱 또렷하게 들렸다. 형, 제발, 제발. 이번에는 명수가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두 손을 싹싹 빌었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군인 아저씨. 저 광주 사람 아니에요. 보세요, 저 이렇게 서울말 하잖아요. 아녜요, 아녜요. 우리 아버지도, 어머니도 광주 사람 아니에요. 군인 아저씨, 제발 살려 주세요. 네, 끓어 앉았어요. 시키는 대로 꿇어앉았어요. 아저씨.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제발 살려 주세요. 멍멍, 멍멍멍, 으르렁.”

   그러다가 다시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리고 마당 여기저기를 정신없이 기어 다니며 개처럼 짖었다. 그 소리는 비에 묻히지도 않고 담을 뛰어넘어와 명기를 물어뜯었다.


   한참 동안 들리던 울부짖음이 갑자기 그쳤다. 지붕과 마당으로 떨어지는 세찬 빗소리만 남았다.

마당 안이 조용해지자 명기는 귀를 막았던 손을 조심스럽게 뗐다. 머리에서 이마로 흘러내리는 비에 가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니 명수가 마당 한가운데 우뚝 서 있었다. 이제 드디어 괜찮아졌나 보다.

   명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섰다. 깨진 그릇 조각들이 흩어져 있어서 발을 딛기가 쉽지 않았다.

   “형, 나 왔어…… 이제 괜찮아? 나야, 형……”

   명기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명수가 천천히 돌아서서 명기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입가에 옅은 웃음을 지었다. 명기도 그런 형을 보면서 이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 다시금 형, 하면서 손을 잡으려는데 갑자기 명수가 명기의 목을 콱 틀어 쥐었다.

   “이 새끼. 너만 아니었으면, 너만 아니었으면 아버지도, 엄마도 죽지 않았을 거야. 이 나쁜 새끼,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내가 죽지 못하는 거야. 네, 군인 아저씨. 제가 이 놈을 죽여 버리겠어요. 이 새끼, 죽어. 죽어. 죽어 버리라고.”

   명수가 이제는 명기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혀……형. 컥컥…… 형, 숨막……숨……숨……”

   명기가 발버둥을 쳤다. 점점 더 숨이 막혀 왔다. 명수의 손을 풀어 보려고 안간힘을 다했지만 손가락을 비집어 넣을 만큼의 작은 틈조차 없었다.

   “혀……형……살……려……줘.”

   “죽어, 안 그러면 내가 죽여 버릴 거야, 이 빨갱이 새끼.”

   명기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이대로 죽는 건가. 눈앞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이대로, 이대로 죽는구나. 순간, 퍼억, 하는 소리가 났다.


   천천히 눈앞 세상이 제 색으로 돌아오고, 목을 억세게 움켜쥐었던 명수의 손도 스르르 풀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퍼억. 명수가 바닥에 철퍼덕 널브러졌다. 명기는 명수를 가까스로 밀쳐 내고 바닥에 주저앉아 밭은기침을 하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경찰복을 입은 남자와 이웃에 사는 반장 아저씨가 서 있었다. 경찰관의 손에는 반쯤 부러진 몽둥이가 들려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 했데이. 이거, 병원에 데리고 가야 안 되겠나, 동생아?”

   반장이 명수를 업고 들어와 방 안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머, 접시 조각이 몇 개 박히기는 했어도 그거 빼내고 우선 급한 대로 약을 발라 두면 될 것 같네예. 근데 행님, 글마보다도 이 작은놈이 더 많이 놀란 것 같은데요. 봐라, 아저씨 보이나? 니 괘않나?”

   경찰관이 물었다. 명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니, 명기 맞제? 내는 니를 본 기억이 있는데. 내 모르겠나? 내, 너그 반 택모 아버지다.”

   명기는 경찰관의 이름표를 보았다. 황. 준. 호. 물론 명기는 택모 아버지의 이름을 몰랐지만 같은 반 친구 택모와 마찬가지로 황 씨였다.

   명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앞으로 모으고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아저씨. 정말 고맙습니다.”

   “하이고, 일마 이거, 어른처럼 인사하네. 인자 됐다. 걱정 마라.”

   택모 아버지는 수건을 가져와 명기의 젖은 머리를 털고 말려 주었다. 명기는 왈칵 울음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꾹 참았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명수의 발바닥에 빨간 약을 바르던 반장이 갑자기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니미, 이기 어데 사람 할 짓이가? 다 큰 놈이 정신도 못 차리고 비만 오면 이 지랄을 하고. 우짜든동 정신을 차리고 몸을 건사해서 동생을 돌봐야 할 녀석이, 나이가 스물이 다 된 놈이 이 난리를 피우고 있으니 이대로 놔두면 안 될 끼다.”

   “행님, 그래도 우짜겠습니까? 지금 어데 가서, 야가 와 이래 됐노, 하면 더 혼쭐날 텐데.”

   “봐라, 동생아. 말이야 바른말이지, 야들이 무슨 잘못이 있노? 이 사람들은 고향이 서울 아이가. 서울 사람들이 광주 가서 장사하다가 그 난리 통에 세상을 떠난 건데, 나라에서 야들한테 그 정도 치료도 못해 주나, 어이?”

   “행님, 목소리 낮추이소.”

   택모 아버지가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반장을 진정시켰다.

   “젠장맞을. 하기사, 동생 니는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니까 함부로 말할 순 없겠제.”

   “……”

   “하이튼 이대로는 안 된다. 무신 대책을 세우든지 해야제. 명기, 저 어린놈이 아무리 속이 어른이라 캐도 인자 겨우 열한 살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나, 동생아, 어이?”

   택모 아버지는 대답 대신 명수의 흐트러진 옷을 고쳐 입혔다.

   한참 동안 명수와 명기를 번갈아 보던 반장은 곧 마당으로 나가 빗자루를 들었다. 그리고 비를 맞으며 엉망진창이 되어 있는 마당을 쓸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그 때 광주로 머하러 갔겠노? 이런 거 보믄 운명이란 게 있는 건지, 아니면 우리 모두 정처 없는 바람에 떠다니는 건지 모르겠데이. 내 생각엔 둘 다 맞는 것 같은데. 둘 다 동시에 일어나는 걸지도 모른다 그 말인기라.*

   “맞지예. 이렇게 된 것이 이 아이들의 운명인 건지, 우짜다 보니 이리된 건지…”

   택모 아버지가 말끝을 흐렸다.

   “인자 가자, 황 순경. 참말로 고생했다. 명기야, 니는 나중에 비 그치면 저 쓰레기들 좀 갖다 버리라, 알겠제?”

   반장이 추녀 밑에 서서 어깨에 묻은 비를 털었다. 택모 아버지도 한숨을 쉬며 일어섰다.

   “명기야.”

   “예, 아저씨.”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저 반장님한테 뛰어가라. 만일에 반장님이 없으면, 반장님 집 앞에 있는 공중전화로 112에 신고를 빨리 해라, 알겠제?”

   신을 신고 일어선 택모 아버지가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꺼냈다. 그리고 거기에다 다시 천 원짜리 몇 장을 더 보태서 명기에게 주었다.

   “아, 아저씨. 저, 돈 있습니다.”

   “아이다, 받아라. 어른이 줄 때는 그냥 고맙습니다, 하면서 받는 기다. 머, 고맙다는 말은 굳이 안 해도 된다마는.”

   “……예. 고맙습니다.”

   명기는 돈을 받아 들고 마루에 서서 꾸벅 인사를 했다.

   반장과 택모 아버지는 그래도 미덥지 못한 듯 몇 번이고 마당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명기를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대문을 닫고 나갔다.


   명기는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정신을 잃은 건지 자는 건지 알 수 없는 명수가 여전히 누워 있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참고 참았던 눈물이 그제야 솟아올랐다. 명기는 바닥에 엎드려 꺼억 꺼억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비는 더욱 세차게 내렸다. 장마의 시작이라기엔 너무도 굵은 빗줄기였다.


중심 기압 950 hPa의 태풍 아그네스는 1981년 8월 27일, 사이판 섬 서쪽에서 발생했다. 9월 2일 한반도에 접근하여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그리고 부산에 이르기까지 사상 최악의 홍수를 기록했다. 이 태풍으로 인해 대한민국에서는 총 139명의 사망자 및 실종자가 나왔다. 전남 장흥은 1일 강수량이 574.4mm에 달했다. 해당 기록은 2002년 태풍 루사가 내습하기 전까지 1위를 유지했다.


Epilogue


   1981년, 내가 열한 살이던 그 해 봄, 채명기는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왔다. 위로는 형 명수가 있었다. 형제의 부모는 80년 5월, 광주에서 계엄군의 진압으로 목숨을 잃었다. 형 채명수는 태풍 아그네스가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간 일주일 후, 자기 집 마당에서 목을 맨 채로 열아홉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동생 채명기는 2학기 중간에 전학을 갔다. 그리고 마산의 어느 고아원으로 보내졌다고 했다.


   물론 1980년 광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명수 형이 왜 그런 증상이 생겼는지 등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해마다 장마가 시작되면 그 해 여름의 일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명수 형의 명복을 빈다.





*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 검프가 연인인 제니의 묘지 앞에서 마지막으로 했던 대사 :


"저마다 운명이 있는지 아니면 바람 따라 떠도는 건지 모르겠어. 둘 다인 것 같아. 아마도 내 생각엔 둘 다 동시에 일어나는 것 같아. If we each have a destiny Or if we’re all just floating around accidental like on a breeze. But I think maybe it’s both. Maybe both are happening at the same time." - Forrest Gump 로버트 리 저메키스 Robert Lee Zemeckis 1994


* Title image by Free-Photos from Pixabay 



4인 4색, 결 다른 사람들이 글쓰기 위해 모였습니다.

제대로 한번 써보자는 모의이며, 함께 생각을 나누며 어울려 살자는 시도입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매거진에 글로 작당 모의할 예정이니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자, 그럼 수작(手作) 들어갑니다~, 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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