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로언치

10章.말이야방구야末二夜房求也

부로언치浮路言致

by 진우


곽 하오. 조선 중종 때의 학자(1492~1547).
성은 곽郭, 이름은 하오河午, 자字는 다음多音, 호號는 가독加讀, 본관은 제주濟州. 세간世間에 떠도는 말들을 모아 ‘부로언치浮路言致’를 집필하였다. 그리고 ‘매거진每去盡’, ‘부론치북不論治北’ 등을 저술하였으나 왜란倭亂 때 모두 소실燒失되었고, 그중 일부一部만이 구전口傳의 형태形態로 오늘에 이른다.


가독 곽 하오 대감 (1492~1547)


중종 7年 4月, 대감이 문경聞慶 현감縣監으로 봉직奉職할 때의 화話이다.


모일某日, 대감이 야심夜深토록 책冊을 독讀하매, 돌연 외처外處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옴이었다. 이에 대감이 연유緣由를 물으니 동자童子, 급히 달려와 고告하기를, “대감, 지나는 객客이 있어, 하루 묵어갈 것을 청請하옵니다.” 하였다. 대감이 시각時刻을 확인하되 새벽 이점二點(두시)인지라, 필시 사연事緣이 있음을 추측하고 직접 출出하였다.


불현듯 대감을 알현謁見하게 되니 과객過客, 우선 예禮를 갖추어 절하고 가로되, “소인, 야놀자夜㐐者가 아니오니 대감은 우선 염려念慮 마오소서.” 하였다.


야놀자夜㐐者

밤에 놀러 다니는 놈

(㐐 : 놀 놀)


대감이 다시 관觀하니 과객, 갓은 낡았으나 용모容貌 수려秀麗하고, 의복衣服은 해어졌으나 기골氣骨 반듯하니 범상凡常치 않음이라. 대감, 하문下問하기를 “그대는 누구이관데 이처럼 야심夜深한 시각에 유숙留宿을 청하는가?” 과객이 답答하되 “소인, 동래부東萊府 출신 범생凡生이라 하옵고, 한양漢陽으로 과거科擧 가는 길이옵니다.” 하였다.


대감이 응하지 않고, “내 너에게 유숙留宿의 사연을 물었느니라.” 하니, 범생凡生, 다시 손을 모으고 말하였다. “소인, 금일今日 오후 육 점六點(여섯 시)에 문경聞慶에 당도하여 주막을 물색物色하였사옵니다. 허나 평소 두 냥이던 숙박비를 금일이 성기육星期六(토요일)이라는 이유로, 주모酒母가 스무 냥 달라 고집하기에, 도저히 수용불가受容不可하여 저렴한 처소處所를 구하다 이렇게 늦어졌나이다.”


대감이 대로大怒하여 이르시길, “그것이 진정 사실이렸다. 내 명일明日 폭리지범暴利之犯인 주모들의 주리周犁를 용서치 않으리라.” 하니 범생凡生, 다시 절하며 감읍感泣하였다. 연然하여 대감, 동자에게 하명下命하기를, “너는 이 유생儒生에게 따뜻한 방과 따뜻한 음식, 그리고 정갈한 의복을 준비해 주도록 하라.” 하니 범생凡生과 동자, 공共히 절하여 인사하고 물러갔다.


대감이 안채로 돌아와 생각건대, “두 냥 객방客房을 스무 냥 달라함은 과연 가당키나 한 말인가. 새벽 이점二點이 되도록 방을 구하다니. 이 어찌 통탄痛歎치 않으리오.” 하였다.


말이야방구야末二夜房求也

새벽 두 시가 되도록 방을 구하다니. 참으로 어이없을 때 하는 말

(末夜 : 새벽)


대감, 고심苦心후에 익일翌日, 신조례新條例를 선포하였다. 예하隸下 관청들은 성기육星期六(토요일)에 모든 방을 개방開房하되, 주모의 폭리로 고통苦痛받는 유생이 없도록 하라 하시었다. 이 숙소를 가리켜, 여행자를 품는 곳이라 하여 여기어태旅器於胎라 칭하였다.


또한 공관公館이되 불편不便이 당연함은 아닌지라, 아무리 큰 방이라 하더라도 삼인三人을 초과超過하지 않도록 대실삼만원大室三滿員을 그 기준基準으로 하였다. 이 소식이 전傳해지니 시험을 앞둔 팔도 각지各地의 유생들이 크게 기뻐하며 환호하더라.




그때 스승이 제자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대실삼만원에 대하여 어찌 생각하느냐?” 제자 자기磁氣, 앞으로 나서서 예禮를 갖추고 말하였다. “잠만 잘 뿐인데 삼만 원이면 고가高價라 하겠나이다.” 이에 스승이 크게 탄식하여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다. “내, 너의 정직함 잘못 보았던가? 과연 잠만 자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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