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로언치浮路言致
곽 하오. 조선 중종 때의 학자(1492~1547). 성은 곽郭, 이름은 하오河午, 자字는 다음多音, 호號는 가독加讀, 본관은 제주濟州. 세간世間에 떠도는 말들을 모아 ‘부로언치浮路言致’를 집필하였다. 그리고 ‘매거진每去盡’, ‘부론치북不論治北’ 등을 저술하였으나 왜란倭亂 때 모두 소실燒失되었고, 그중 일부一部만이 구전口傳의 형태形態로 오늘에 이른다.
중종 17年 8月, 대감께서 경기京畿로 행차行次하시니, 이때에 동자童子 일인一人이 수행遂行하였다. 일행一行이 몽마루토蒙馬淚吐(몽고의 말도 눈물 흘리며 구토할 만큼 험한 고개)를 오르매, 대감께서 심한 갈증渴症을 느끼시었다. 이를 본 동자童子, 심중心中이 황망慌忙하여 속히 인근隣近으로 달려 돌아와 대감께 음료飮料를 바치었다. 대감께서 음용飮用 즉시 해갈解渴되시니, 동자童子의 기쁨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음이었다.
대감, 동자童子에게 이르시길, “너는 이처럼 미향美香의 음료飮料를 어디서 구하였느뇨?” 하시니, 동자童子, 엎드려 가로되, “대감, 차제此際에 일인一人 동행同行하여 하문下問에 응하겠나이다.” 하며 재차再次 마을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동자童子, 속히 래來하니 여인女人 일인一人과 동행同行하는지라. 모某 여인女人, 대감께 우선 절하여 인사하였다. 대감 보시기에 여인女人의 용모容貌 단아端雅하고, 행동 또한 반듯하니 과연 범상凡常치 않음이었다.
대감께서 이르시길, “내, 그대의 미수味水로 갈증渴症을 해결解決하였으니 어찌 감사해야 옳을 것인가? 답례答禮하고자 하니 그대는 이름을 고告하라.” 여인女人 가로되, “소녀小女, 숙인淑人 배씨裵氏라 하옵니다.” 하였다. 대감이 놀라 반문反問하기를, “숙인淑人이라 함은, 정삼품正三品 당하관 堂下官의 부인婦人을 일컬음이거늘, 숙인淑人 배씨裵氏는 어인 연유緣由로 이러한 오지奧地에 거居하는고?” 하였다.
이에 숙인淑人 배씨裵氏, 답하여 가로되, “대감의 말이 옳소이다. 소녀의 부군夫君, 정삼품正三品 당하관 堂下官 암온두巖溫斗 영감이옵나이다. 선대조先代祖 연산군燕山君 임금 때, 무오년戊午年의 화禍를 피하여 낙향落鄕하였나이다.” 하였다.
대감, 숙인淑人 배씨裵氏의 양안兩眼에 옥루玉淚가 고임을 목도目睹하고 화제話題를 바꾸시되, “숙인淑人의 음료飮料가 참으로 특이하도다. 대체 이것은 무엇으로 만든 것인가? 향香은 쑥과 같으나 쑥이 아니며, 맛 또한 쑥과 같으나 쑥이 아니로다.” 하였다.
숙인淑人 배씨裵氏, 이에 눈물을 거두고 만면滿面에 미소 지으며 아뢰기를, “대감의 미각味覺, 하늘 아래 으뜸이나이다. 조선에서는 그것을 일러 쑥이라 하오나, 본시 서역西域으로부터 전래傳來된 것이되 양인洋人들의 언어言語로 이른바 민트라 하옵니다.” 하니, 대감이 또 한 번 감탄感歎하시었다.
숙인淑人, 이어 가로되, “소녀, 비록 낙향落鄕 후後 은둔隱遁하고 있사오나, 공무상公務上 행차行次하는 귀빈貴賓께 직접 음료飮料 대접함을 낙樂으로 삼고 있나이다.” 하니 대감의 경탄敬歎에 멈춤이 없더라.
(蘿 : 쑥 라 賓 : 손님 빈)
대감께서 기특히 여겨 이르시길, “세한지절歲寒志節이 따로 있겠는가? 숙인淑人의 충절忠節이 바로 그것이렸다. 임금께 서둘러 고告하되 숙인淑人을 즉시 사면복권赦免復權할 것이니라.” 하니 숙인淑人 배씨裵氏, 감읍感泣하여 엎드려 절하였다.
대감이 보고 들은 것을 기記하여 상소上疏하니 임금 또한 크게 흡족하시였다. “숙인淑人이 라빈수蘿賓水로 귀빈貴賓을 대접함은, 숙인淑人과 귀빈, 서로에게 큰 이익利益이 되는 일이로구나. 내 그곳에 빙과원氷菓院을 설치設置하되, 가호家號를 서리원胥利院이라 하겠노라. 또한 숙인淑人은 평생 서리원胥利院을 관리管理할지어다.” 하시였다.
(胥 : 서로 서 院 : 집 원)
이후以後로 몽마루토蒙馬淚吐를 경유經由하는 모든 관리官吏들은 배숙인라빈수裵淑人蘿賓水를 음용飮用하기 위해 서리원胥利院을 방문訪問하니, 이는 곧 전국 팔도八道에 민트가 유행流行하는 계기가 되었음이라.
그때 스승이 제자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배숙인라빈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제자 수푼收分, 앞으로 나아가 예禮를 갖추어 말하되, “소인, 배숙인라빈수 또한 조선에서 비롯된 말임을 오늘에야 알았나이다. 실로 가슴이 벅차오르나이다. 이 감동 느끼고자 저는 채리주비래菜梨朱非來로 하겠나이다." 이에 스승이 크게 탄복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네 선택이 과연 옳다. 그렇다면 나는, 모친즉외계인母親卽外界人으로 하겠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