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로언치

19章.맥도날도麥搗捺擣

부로언치浮路言致

by 진우


곽 하오. 조선 중종 때의 학자(1492~1547).
성은 곽郭, 이름은 하오河午, 자字는 다음多音, 호號는 가독加讀, 본관은 제주濟州. 세간世間에 떠도는 말들을 모아 ‘부로언치浮路言致’를 집필하였다. 그리고 ‘매거진每去盡’, ‘부론치북不論治北’ 등을 저술하였으나 왜란倭亂 때 모두 소실燒失되었고, 그중 일부一部만이 구전口傳의 형태形態로 오늘에 이른다.


xbSvWgZVPOaCkATdQsmHhi-sxpA.jpg 가독 곽 하오 대감 (1492~1547)


중종 21年 4月, 유례類例없는 풍년豊年이 들었으되, 그중 보리[麥]가 으뜸이었다. 선대先代 임금 연산조燕山祖에 비比하니 열 갑절 이상以上의 풍작豊作인지라, 흉년凶年으로 고심苦心하던 임금께서는 희색喜色이 만면滿面하고, 기근飢饉으로 신음呻吟하던 만백성萬百姓은 노래하며 기뻐하였다.


허나 시간이 경과經過함에 따라 소비消費되지 아니한 보리가 적체積滯되고, 종국終局에는 부패腐敗하였다. 임금께서 이를 탄식嘆息하여 이르시길, “참으로, 불성실한량不成實限良(정말 좋은 것에는 한계가 있음)이로다. 호조戶曹는 보리 소비대책消費對策을 즉각 마련토록 하라.” 하시니, 가독加讀 대감, 엎드려 절함으로 어명御命을 따름이었다.


동년同年 6月, 조선 팔도八道의 이름난 찬모饌母와 주모酒母, 숙수熟手 등等 수백인數百人이 경복궁景福宮에 모여 보리로 작作한 요리料理 재주를 겨루었으되, 주야불문晝夜不問 칠일간七日間 경합競合하여, 마침내 승자勝者가 결정決定됨이었다. 동자童子, 달려와 경합競合 종료終了를 고告하니 대감께서 직접 후원後園으로 거去하시었다.


운집雲集한 좌중座中에게 대감 이르시길, “국난國難에 임臨하여 백성들이 자발적自發的으로 조력助力하는 것은 조선의 전통傳統이니 내, 그대들의 노력努力, 결코 잊지 않으리라.” 하시며, “경합競合의 최종 승자는 출出하여 신분身分을 고告하라.” 하시니, 무리 중 체구가 작은 사내 일인一人이 나서는 것이었다. 사내, 앞으로 나아가 예禮를 갖추어 절하고 가로되, “소인, 압구정狎鷗亭 사는 라가羅家라 하오며, 이름은 이다移多이옵니다.” 하였다.


대감, 소안笑顔으로 하문下問하되, “그대 이름 참으로 특별特別하도다. 라이다羅移多는 무슨 뜻인고?” 하시니, 사내 답答하기를, “좋은 것을 모두에게 가져다준다는 뜻이옵니다.” 하였다. 대감이 기특히 여겨, “그대 부친父親의 작명지감作名之感, 따를 자 없도다.” 하시고, “이번 경합競合에 그대가 출품出品한 것을 즉시 고告하라.” 명命하시었다.


라이다羅移多, 수레 뒤에 얹은 작은 상자箱子에서 소품小品을 꺼내 대감께 선보이니, 그 모양 또한 참으로 특이하였다. 원형圓形의 떡이 겹겹이 쌓였으되, 그 겹겹 사이로 갈색육편葛色肉片과 청색야채靑色野菜 자리하였고, 또한 홍색紅色 토마토즙土馬土汁과 백색白色 마요내즙馬要內汁이 조화를 이루었으니 일견一見에 식욕食慾이 동動하였다.


대감, 재차再次 라이다羅移多에게 하문下問하되, “너는 이것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고告하라.” 하시니, 라이다羅移多, 자세를 고쳐 앉아 다시 가로되, “보리는 찧고 누르고 빻아 절편切片으로 만들되, 갖은 재료材料는 모두 얇게 만들어 덮었나이다.” 하였다.


맥도날도함박아麥搗捺擣咸薄襾

보리를 찧고 누르고 빻아서 모두 얇게 덮음

(麥 : 보리 맥, 搗 : 찧을 도, 捺 : 누를 날, 擣 : 빻을 도, 咸 : 모두 함, 薄 : 얇을 박, 襾 : 덮을 아)


대감, 라이다羅移多의 변辯으로 시식試食을 하심과 동시同時에, “아니, 보리와 육편肉片, 야채野菜와 액즙液汁. 이 모든 맛이 일체一體가 되어 완벽完璧한 소우주小宇宙를 이루고 있구나. 이건 말 그대로 하나의 기적奇蹟이로다! 잡맛이 전혀 없는 순수純粹한 맛만이 온몸을 꿰뚫는다! 아련한 단맛과 부드러운 감촉感觸! 천상天上의 맛이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하며 경탄敬歎하시니 라이다羅移多, 본인本人이 마치 초밥왕王이 된 기분이었더라.


대감이 좌중座中에 이르시길, “당장 금일今日부터 만백성萬百姓은 이것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라.” 하시고 작명作名을 내리시니 그것이 곧 맥모닌麥母您이었다. 또한, 라이다羅移多에게 상賞을 내리시며 보리 소비消費를 진작進作하라 하명下命하시니, 차후此後 등장한 것이 바로 비익맥飛翼麥, 피래오피시皮來五皮視, 상해박아上海薄襾, 비익맥배익헌飛翼麥培益憲, 맥칙인麥則人 등等이었다.




그때 스승이 제자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맥도날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제자 부릉釜陵, 앞으로 나아가 예禮를 갖추어 말하되, “소인, 로태리아老態裏亞를 선호하나이다.” 스승이 괴이히 여겨 그 연유를 물으니 부릉釜陵, 다시 답하기를, “로태리아老態裏亞가 아동절兒童節 선물이 더욱 우수하나이다.” 하였다. 이에 스승이 크게 탄복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과연 네 말이 옳다. 함박아는 네가 먹되, 아동절 선물은 이리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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