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런 거야, 응?
1. 밤늦도록 심청이가 돌아오지 않자, 심봉사는 서둘러 심청이를 찾아 나섰다. 개울을 건너려다 발을 헛디딘 심봉사가 그만 다리 아래의 개울로 빠지고 말았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이때 근처를 지나던 몽운사 주지 스님이 그 소리를 듣고 심봉사를 가까스로 구해 주었다. 절을 하며 감사해하는 심봉사에게 주지 스님이 눈을 뜰 수 있는 비법이 있다고 조용히 알려주었다. 공양미 삼백석이면 눈을 뜰 수 있습니다. 이 말에 깜짝 놀란 심봉사, 그만 눈을 떠 버린다. 멀리서 이것을 본 심청, 조용히 중얼거린다. “이러면 나가린데….”
2.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서러움을 이기지 못한 길동은 집을 떠날 결심을 한다. 그래서 홍 판서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한다. 자초지종을 들은 홍 판서가 생각하기를, 길동의 상처가 아주 오랜 것임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호부호형을 허락하고, 전 재산을 물려주기로 하자, 홍길동이 가출을 포기하고 계속 눌러 살기로 했다. 멀리서 이것을 본 활빈당, 조용히 중얼거린다. “이러면 나가린데….”
3. 먹을 것이 떨어진 흥부, 한참 동안 고심하다가 형 놀부를 찾아갔다. 놀부의 처까지 나와서 흥부를 맞이했다. 진작 이런 사정을 왜 말하지 않았냐며 놀부가 눈물을 흘렸다. 놀부의 처 또한 흥부 가족을 따뜻하게 거두어들인다. 흥부 가족은 이제 먹고사는 걱정을 잊었다. 멀리서 이것을 본 제비, 조용히 중얼거린다. “이러면 나가린데….”
세 가지 이야기를 서둘러 메모한 다음, 나는 아내에게 쪼로로 달려갔다. 주방 청소를 하던 아내는, 내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나는 한번 더 재촉한다. “재밌지, 재밌지? 나는 웃겨 죽을 뻔했는데.”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아내가 고무장갑의 물을 탁 튕기며 그런다. “오빠 혼자만 재밌다니까! 저리 좀 가!”
시무룩해져서 내 방으로 돌아온다. “이러면 나가린데….” 춘향전을 각색할 걸 그랬나?
인생의 참된 행복은 아내의 웃음에서 나온다.
The true happiness of life comes from wife's laughter.
존 스프링스 John Springs 영국 1947~2005
이런 말 없다. 존 스프링스? 이런 사람, 당연히 없다. 내가 지어낸 거다. 어떻게든 오늘은, 아내를 웃기고 말 테다. 흥!
Title image by Pexels from Pixabay.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