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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II제이 Mar 20. 2023

봄은 역시 꽃을 보게 하지.

집에 가는 길가에 화단도 아닌데 노란 꽃들이 무더기로 피었다. 밝다.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봄바람을 버티며 자란 줄기에서는 어떤 힘마저 느껴진다. 추위가 떠나고 나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꽃이지만 이렇게 무더기로 핀 모습은 새롭고 반갑다. 꽃이 작아서, 잘 안 보이기도 했겠지만 이렇게 줄기가 오르고 꽃이 피는 데까지 캐내어지지 않고 자라준 것이 다행이다.


이 꽃은 냉이꽃이다. 꽃말은 ‘모든 걸 줄 수 있을 것 같아’라고 한다. 이렇게 말하면 감성 파괴인 것 같지만 꽃은 둘째치고 줄기가 길게 오르기도 전에 – 이른 봄에 – 캐서 무쳐 먹거나 국이나 찌개를 끓이면 특유의 향이 좋고 쌉쌀한 맛이 입맛이 돌게 하는 식재료다. 피로회복과 춘곤증에도 좋다고 한다. 냉이는 맛보다는 향으로 기억이 되는 식물이 아닐까. 지난 겨울이 추울수록 그 향이 더 강해진다는 점은 냉이를 다시 보게 한다. 물론, 이 향은 꽃향기가 아니고 잎과 뿌리의 향이다. 냉이 나물이 아닌 냉이‘꽃’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이제 그저 식재료로 냉이를 보지 않고 감상의 대상으로 그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겠다.


말하자면, 이 꽃이 무더기로 핀 이 모습은 지금 우리가 먹고 살 만 하다는 걸 보여주는 셈이다. 물론, 꽃이 피기 전에 다 캐다먹었을 그 때에도 어딘가에선 계속 피었을 것이다. 들에 어디에나 있었을 것이다. 그치만 쾌활한 유채꽃밭처럼 보일 정도로 잔뜩 모여 피어있는 이 꽃들이 저마다 ‘모든 걸 줄 수 있을 것 같아’라며 흔들리는 모습은, 잠깐 바람이 멈췄을 때 팔뚝에 소름이 돋게 하는 봄볕의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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