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나가 있어 세상은 조금 더 달달해집니다.
며칠 전 달고나 만들기를 실패한 적이 있다.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 같지만, 어제는 가정의 역사적인 날이다. 아이들이 모두 외박을 한 최초의 날이다. 장장 8년이 걸렸다. 아내와 단 둘이 밤을 보내기 까지. 애들을 각각 외가댁과 이모집에 보내고 우리는 외식을 했다. 사람 많은 음식점에 대기를 걸고 심심하니 잠깐 걷자 하고 길거리로 나갔다. (내) 아이가 없이 아내와만 번화가를 걷는 일은, 역설적이게도 번화가에 나갔을 때의 아이를 이해하게 만들었다. 나는 정신이 없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찬란한 조명과 번잡한 소리들이 눈과 귀를 찔러댔다. 그러다가 (다행이도) 달고나 노점상을 보였다. 말하자면, 달고나 만들기를 실패했던 일이 번화가에서 정신을 잃을뻔한 나를 구해준 셈이다.
한개에 이천 원. 그정도 수강료는 낼 마음이 충분했다. 노점상 사장님의 노하우를 배워내리라 생각하며 자세히 봤다. 아주 약불. 설탕 세 스푼. 천천히 타지 않게 가생이부터 녹이기. 소다의 투입과 동시에 빠르게 젓기. 너무 타지 않게 국자를 들어올리며 불조절. 모두 다 잘 녹아서 섞인 후에 잠시 가열하다가 부풀어오르기 시작하면 들어내서 철판에 붓기. 식히다가 틀찍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하나의 달고나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봤다. 하지만, 내가 했던 거랑 많이 다르지 않은데, 왜 내가 만든 달고나는 철판에 쩍쩍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던가. 뭔가 비결이 있는게 분명한데 보이지 않으니 답답했다. 우리가 요구한 모양은 별과 하트였다. 제대로 따내면 인형을 주는데, 우린 실패했다. 그 와중에 나는 또다른 달고나를 만드는 사장님의 손과 도구를 관찰했다. 그래서 끝내 하나의 노하우를 더 발견할 수 있었다. 철판 위에 뭔가를 살짝 뿌리고 펴바르는 사장님의 행동을 본 것이다. 자리를 뜨면서 물어봤다. "사장님, 그 판 위에 뭘 바르시나봐요?" 답은 간단했다. 그 간단한 그 차이가 나와 사장님의 차이였다. 이제 나는 달고나를 더 잘 만들 수 있다.
달고나를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것도 궁금하긴한데, 이것보다 나는 별, 달, 하트 등 모양을 찍어서 그대로 따오면 하나를 더 줄 생각을 한 그 사람이 더 궁금하다. 따 낼 모양 없는 달고나가 대충 부숴서 그냥 먹을 수 있는 단순한 먹거리라면, 따 낼 모양이 찍혀나온 달고나는 희노애락에 애오욕을 더한 인간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요물이 아닌가. 별의 쪼개진 한쪽 모서리에서 어떤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따 낼 모양을 처음 찍은 그는 달고나에 영혼을 부여한 자가 아닌가. 그는 누구일까. 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