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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Jan 03. 2021

이사일기 글쓰기 타래를 시작하게 된 계기

이사일기(2010-2020) - 0. 들어가며

   진작에 해보려 했던 일이었지만 제대로 시작을 못했다. 2019년 말 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보자는 큰 결심을 하고 인걸님이 하는 글쓰기 모임에도 참여했지만 내가 가진 한계만 확인하고 결심을 뒤로 미루게 되었었다.


   결국 작년 10월부터 사람들과 함께 약간의 참가비를 내고 100일 동안 미션을 통해 인증하는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본격 시작하게 되었다. 100일간 매일 인증미션의 압박감 때문에 형식적으로 쓰게 된 날도 많았지만, 그래도 100일 동안 뭔가를 매일 했다는 성취감과 책을 만들기 위한 기본 자료들이 생겼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 많이 다듬어야 하겠지만.




   서울에서 살았던(지금 살고 있는 곳 포함) 열 곳의 집과 동네들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진작에 하려 했고, 했어야 하는 일이지만 이제야 박차를 가해본다. SNS에 끄적거렸던 글들을 바탕으로 발자취를 찾아가보는데 충분치 않다. 기억과 전입신고 사이의 기간들로 추적해보는바, 발견해낼 수 있는 것까지 해보자.


   기억을 더듬어보다가, 11년 4월부터 12년 2월까지 살았던 용강동 집 주위의 풍경들을 떠올려봤다.



용강동 (2011.04 ~ 2012.01)


   마포역 1번출구에서부터 시작되던 고기냄새는 토정로를 따라 집 근처에 올 때까지 늘어서있는 갈비집들이 그 이유였고, 용강동주민센터 부근과 공덕역 사이의 많은 곳들은 공사중이었다. 


   마포대로와 대흥로 사이의 토정로는 횡단보도가 띄엄띄엄 설치되어있고 차들이 비교적 드문드문 다녀서 사람들에게는 무단횡단이 생활화되어 있었으며, 


   집에서 대흥역까지 가는 길목에는 옛날짜장, 즉석우동 등을 파는 저렴한 기사식당 스타일의 가게들이 많았다. 


   동네의 유명한 식당이었던 대흥로 끝자락 강변그린아파트 옆에 있던 닭곰탕집은 2016년 태영아파트 근처로 이전한 듯 보인다(기사식당이었는데, 인근에 기사식당 형태의 음식점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강변그린아파트 옆 도로변 2층이었던 우리집에서는 창밖으로 한강을 가로막던 강변북로 방음벽이 보였으며, 한강삼성아파트 끝 부분 출입구를 통해 한강까지 매우 가까워 여름에는 모기장텐트를 애용하게 되었다.


   서울살이 첫 번째 망원동 옥탑방의 죽음 같은 더위와 비좁음을 견디지 못해 룸메와 나는 6개월만에 염리동의 굴속 같은 집으로 피신했고, 종일 시간의 변화를 알 수 없을만큼 햇빛이 조금도 들어오지 않던 시간의 방 염리동집을 조금의 미안함과 함께 다음 희생자에게 넘기고 온 곳이 바로 이 용강동 집이었다.


   집을 처음 보러갔을 때는 나와 룸메에게 최적의 집인 듯 했으나.. 당시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구옥의 심각한 결함으로 옥탑방에 버금가는 더위와 추위를 경험했고, 설 연휴를 보내고 오니 보일러 고장, 수도 동파 등을 맞이하며 결과적으로는 남은 석달치 월세를 다 물어주고 다음 집으로 향할 정도로 우리에게 최악의 기억을 선물해주었던 곳.


   앨범 준비를 한답시고 룸메와 이런저런 궁리를 했던 기억, 가을밤에 넓은 창밖을 바라보며 이제 모기가 가을곤충이 되었음을 실감하던 일, 서울밤의 많은 빛들 때문에 매미들이 한밤중에도 울어대던 기억 등이 떠오른다.



   다음 거리뷰로 지금의 모습을 확인해보니 지금은 원룸건물로 변해있더라. 들추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지만 사진으로라도 기록해둘걸 하는 아쉬움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많은 장소와 이야기들을 떠올리고 기록해보자. 이번 100일 과정을 끝내고 잘 정리해서 나만의 기록을 잘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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