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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Jan 05. 2021

마지막 이사 (1)

이사일기(2010-2020) - 9. 갈현동 (2018.07)

두 번째 리턴


   어김 없이 다음 곳으로 떠날 때가 되었다. 익산 집으로 돌아간 2년 전의 실수는 절대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나는 다시 한 번 남쪽으로 내려갔다. 나의 고향 전주로.


   지옥 같던 갈현동 반지하 집에서 짐을 빼고, 재빠르게 전주에 집을 구했다. 내가 가진 예산으로 서울에서는 절대 불가능했을 지상층 2층 투룸 집 구하는 일이 전주에서는 정말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남들처럼 아파트는 물론 아니었지만 오래된 건물의 15평 2층 투룸 집이면 충분했던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500에 30으로 전주 서신동에 2층 17평짜리 거실과 부엌 있는 투룸 집을 구했다.


   그렇게 집을 구했다는 것은 보통 일자리는 먼저 정해진 후의 일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다시 발걸음을 되돌릴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집 문제는 아니었다. 그 일의 면면은 생략하겠다. 그리고 일하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연신내역 근처 갈현동 반지하 투룸집. 여전히 그곳의 계약기간은 끝나지 않아 계약 만료일인 7월 중순까지 그곳에 다시 머무르기로 했다. 모든 것을 건 듯한 절실함은 아니었지만, 나는 간절하게 다음 집을 알아보았다.


   겉으로는 '서울 아무곳이나 괜찮은 곳이 있으면 무조건 간다!'는 마인드인 것처럼 행동했지만, 마음 속은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든 합정-망원 쪽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있었다.



처음으로 위약금을 받아보다


   합정, 망원 쪽은 아니었지만 넓게 봐서 홍대-합정-망원 바로 옆인 연희동. 연희동에서는 외곽인 홍남교 근처 높은 언덕 위 집이었다. 평지에서 집에 도달하려면 가파른 계단을 5분 정도 올라야 하는 곳. 여러모로 불편한 곳이었지만 아주 젠틀한 젊은 임대인이 주인이었고, 집 내부는 깔끔했다.


   보증금의 1/10인 100만원을 지불하고 계약서를 썼다. 집에서 계단들을 내려가고, 홍남교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홍대입구역으로 출근하는 상상을 해봤다. 출퇴근 시간에 홍대입구역 - 홍남교 구간 버스를 타야한다는 것은 꽤 지난한 일이었는데 그걸 어떻게 해낼까 등등 고민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며칠이 지나니.


   "저희가 이사할 집과 날짜가 잘 맞지 않아서 이사를 못 갈 것 같습니다. 죄송하지만 계약을 취소해야 하겠습니다."


   아, 이런. 이제 계약 만료까지 며칠 남지도 않은 상황인데 이게 무슨 일이냐 정말.. 위약금 100만원을 받는다고 한들 집을 새로 구해야 하는 수고로움과 어려움이 더 크게 느껴질만큼 여유가 없는 시점이었다. 계약할 때 부동산에 매매에 대해서도 뭐라뭐라 하는 것 같더니만.. 매매에 대해 묻는 이가 있었나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나보다. 위약금 100만원은 아무 지장도 없을만큼. 돈 앞에 권리 없는 개인은 무력하다.


   위약금 100만원을 전리품처럼 받아들고 나는 다시 집을 구했다.



드디어 발견?


   어려운 순간에도 뜻밖의 장면은 꼭 찾아온다. 피터팬 카페에서 사진도 볼 수 있는 근사하고 저렴한 집은 이미 다 주인을 찾아가거나 꼭 허점이 있게 마련이었다. 사진이 없지만 가격과 조건이 괜찮은 합정의 집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집구하기 카페에 사진도 올리지 않았다는 건?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아주 적어진다고 할 수 있다.


   사진이 올라와있지 않았지만 괜찮은 집일 것이다, 부동산이나 집 주인분께서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집을 보러가겠노라 연락했다.


   집을 보러간 날.

   도착 30분 전쯤에 연락해서 만날 시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몇 시까지 가겠노라고. 나는 퇴근길 비장한 마음으로 그 집을 보러갔다. 집 앞에 도착해서 기다렸다. 10분, 20분, 30분. 부동산 아저씨와 계속 통화가 되지 않았다.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도 감감 무소식..


   '이집도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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