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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Jan 06. 2021

마지막 이사 (2)

이사일기(2010-2020) - 9. 갈현동 (2018.07)

아아 그런 일이..


   한 시간째 보러 가기로 한 집 앞에 서서 계속 전화를 해봤지만 부동산 아저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나한테 보러 오라고 해놓고 그사이에 누군가 와서 보곤 계약이 된 것일까?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 하는 분이 이렇게 연락이 안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예전에 그 동네에서 한 번 집을 보여준 적이 있는 분이어서 내 전화기에 그 분 연락처가 저장이 되어있기도 해서 더욱 이상했다. 이상한 분은 아니었는데.


   포기하는 마음으로 그냥 넋두리 느낌의 문자 하나 보내놓고 집으로 왔다. 이번에도 물건너 갔나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내가 갖고 있는 예산 범위에서 적당한 집을 찾기가 이리 힘들 줄이야. 서울생활 10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단념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문자메시지가 왔다!

   "죄송합니다. 어제는 교통사고가 나서 연락을 못드렸었네요. 오늘 가능하신가요?"

   '아아, 그러셨구나.'

   괜시리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 2시까지 가겠노라고 약속했다. 무려 반차를 쓰고!


   직접 확인하면 안 좋은 집일 수도 있었다. 연세가 드셨다고 해도 카페에 사진도 올라오지 않은 곳이었으니. 큰 기대는 하면 안 된다고 다짐하면서도,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실은 절박한 마음이 더 컸다.



집은 괜찮은데..


   어제 와서 한 시간을 기다렸던 집 앞에 다시 왔다. 부동산 아저씨께 연락을 드렸고, 조금 기다리라는 말씀. 아저씨께서는 친근한 말투로 어제 일의 미안함을 전하셨다.


   집은 분명히 1층이라 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반지하였다. 일반적인 반지하보다는 조금 높았다. 0.7~8층 정도? 어제는 잘 안 보였던 것이 오늘 딱 보인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 완전한 반지하인 것 보다는 훨씬 낫다.



   1층에는 세 집이 있었다. 나에게 보여주실 집은 가운데 집이었다. 집은 참 깔끔하고 괜찮다. 어? 그런데 방이 하나다?.. 글에는 분명히 투룸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게 무슨..


   "글에는 투룸이라고 되어있었는데 이건 원룸 아닌가요?"

   "어? 그래요? 아, 다른 집하고 헷갈렸나? 근데 이 집 봐봐요. 깔끔하고 참 좋아. 도배도 다 해주시는거죠 사장님?"

   "아 제가 투룸에 살아와서 방 하나는 이제 너무 좁아서 힘들 것 같아요. 음.."

   "깔끔하고 방이 아주 넓으니까 잘 봐봐요. 어제 나 땜에 바람 맞았으니까 복비도 싸게 해줄게. 한 번 잘 봐봐요."


   꼭 계약을 시켜야 하는 것처럼 부동산 아저씨는 나를 이러저리 회유해가며 방을 잘 보고, 다시 생각해볼 것을 계속 권했다.



6,000/30


   "아 사장님 이 양쪽 방은 방이 두 개 아니던가요?"

   "네. 두 개지. 아 이 왼쪽 집 사람이 이사간다고 한 것 같은데. 근데 날짜가 맞을라나?"

   "아. 그래요? 집 좀 볼 수 있을까요? 집에 계신가?"


   마치 히든 카드를 꺼내듯 방 두 개 짜리 집을 보여주셨다. 가운데 방 하나짜리 집과 가격은 같다고 했다. 큰 방 크기는 약간 작은 것 같았지만 대신 방이 2개였다. 오오..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 30만원. 여태 내가 살아왔던 집들 보다는 월등히 높은 금액이었다. 조금 비싼 감이 있지만 합정동 거의 1층(0.8층)인 투룸 집이 6,000에 30이라. 건물 자체는 오래되었지만 튼튼해 보이고, 이 집 방향 부분은 중간에 새로 고쳐 지은 흔적도 보이고, 무엇보다 내부가 깔끔하고 샷시가 거의 새것이었다. 화장실도 깔끔하다. 거기에 풀옵션.


   적당하다. 저렴한 편이다. 괜찮다. 결정했다. 계약을 하겠습니다. 잠시 은행에 볼 일이 있어 한 시간만 있다가 부동산에 오겠노라 일러두고 근처 은행으로 향했다.


   집주인분께서는 전세자금대출 동의를 해주신다고 했지만 혹시 몰라서 전세자금대출이 안정적으로 잘 되는지 확인차 방문했다. 내가 회사를 옮긴지 얼마 안 된 시점이기도 해서 불안한 마음에 확인이 필요했다.


   전세자금대출은 문제 없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고, 부동산으로 향했다. 모든 것을 확인하고 안전한 상태에서 하는 계약이라지만, 임대차 계약서를 쓰는 순간에는 늘 조마조마한 마음이 생긴다. 남들에 비하면 아주 적은 금액이겠지만 간이 작아서인지..



https://brunch.co.kr/@jayang/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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