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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Jan 09. 2021

여전히 조립하지 않은 자전거

이사일기(2010-2020) - 10. 합정동 (2020.07)

구입했지만 아직 내것아닌


   2018년 7월 다시 서울로 돌아와 급하게 갈현동에 저렴한 집을 구했다. 합정이나 망원 쪽에 살 때 한강 만큼이나 좋은 불광천이 인근에 있어서 이사 후 나는 자전거를 구입했다. 저렴한 것이긴 했지만 자주 자전거를 타겠다는 희망찬 각오와 함께!


   오프라인으로 조립까지 맡겨 완성된 물품을 구매할 것인지, 온라인으로 구매하여 물건을 받아 조립을 하거나 어딘가에 맡길 것인지.. 갈림길에서 후자를 선택한 결정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입한지 2년 반이 된 자전거는 여전히 조립되지 않은 모습 그대로 이사짐 트럭에 올랐고, 합정의 지금 집 작은 방에 고이 보관되어 있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었다.


   갈현동 집에서 이곳으로 이사오면서 조립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 이삿짐 트럭에 실으려 집 앞에 두었던 그것. 이곳 합정동 집에 도착해 짐을 다 옮기고 나니 자전거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싣기 위해 집 앞에 놔두었는데.. 혹시나 기억하시는지 용달 아저씨께 다시 여쭈었고, 아저씨는 일 끝나고 자전거를 갖다주겠노라고 했다.



   그 사이에 혹여 없어졌을 수도 있고, 아저씨가 깜빡하실 수도 있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아저씨께서는 하루 일을 끝내시고 갈현동집 앞에 다시 들리셔서 집 앞에 놓여있던 자전거를 싣고 다시 내게 가져다주셨다. 그런 자전거인데...


   너무 감사한 마음과 함께, 이것을 조립해서 한강변을 신나게 달려야한다는 잠시 떠났던 의무감이 내게 다시 돌아왔다. 여하튼 좋은 거니까.



다가오는 봄에는 쌩쌩 달리자

   천성이 게으른 성향이어서 이사를 해도 이전 집에서 짐을 싸기 전 상태가 되려면,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구나 하고 느낄만한 상태가 되려면 늘 몇 달은 걸리는 것 같다.


   '음, 오늘은 옷들을 정리해볼까?'

   '음, 오늘은 책들을 정리해야지.'


   등등 이사한지 6개월 여 지난 지금도 짐들을 몰아넣은 작은 방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있다. 조립되지 않은 자전거도 그 중 하나로 방치되어 있다.


   이 노래를 더 많이 들었더라면 나는 진작에 자전거를 조립하고 불광천변과 한강변을 맘껏 달렸을까?


https://youtu.be/-sMYd56CheQ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 미션도 마쳤고, 이제 마흔 살도 되었으니 조금 달라지는 나를 기대해본다.


자전거를 타면 너무 좋아 특히 이 밤 아무도 없는 강가를
멀어지는 오래된 골목들의 고독과 멀어지는 버려진 가구들의 죽음
멀어지는 술 취한 간판들의 피로와 멀어지는 헛된 꿈

손끝 스치는 그날의 불운을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달리는 바람 그 소리를 들어 보네
너와 나를 감싸던 매일의 불운을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달리는 바람 그 소리를 들어보네

자전거를 타면 너무 좋아 특히 이 밤 아무도 없는 강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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