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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Nov 17. 2019

#8

홈그라운드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대학생으로 보낸 시간들, 아쉬움이 많다. 그 긴 시간동안 나는 뭘 했을까. 과 친구, 선배, 후배, 유익했던 수업 하나 제대로 기억나는 것이 없으니. 통기타 동아리 활동을 한답시고 보낸 시간들만 선명하다. 나름의 좋은 기억과 사람들을 많이 남겨주었으나 잘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늘 남는 법.     


7~8년 동안의 대학교 생활동안 내게도 기억나는 수업이 딱 하나 있다. 과목 이름이나 강사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사회학과 전공 선택 과목이었는데, 한 학기 동안의 과정 중 딱 그 하나의 주제와 관련된 시간들만 기억하고 있다.     


.     


그것은 바로 ‘사랑의 언어’     


모든 사람마다 제1의 사랑의 언어는 달라서, 이 사랑의 언어가 다를 경우 서로 사랑하고 있음에도 상대가 그 사랑을 알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호감을 느껴 연인으로 발전한 사이였더라도 그것은 마찬가지.   

  

‘사랑의 언어’의 종류로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육체적인 접촉, 봉사’이다. 이를테면 A라는 사람의 사랑의 언어는 ‘함께하는 시간’인데, 그의 연인 B가 가진 사랑의 언어는 ‘선물’이어서 A에게 아무리 많은 ‘선물’을 한다고 해도 B의 마음이 온전히 A에게 전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3일 전에 처음 만났고 오늘 두 번째 만남을 가지는 사이에도 적용될 수 있고, 함께 30년을 산 부부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 모든 이들이 5가지 사랑의 언어를 잘 이해하고, 상대방이 가진 제1의 사랑의 언어로 구사하는 법을 배우게 되면 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각자가 가진 사랑의 언어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제1의 사랑의 언어는 함께하는 시간인 것 같아’ 이렇게 막연한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자신이 과거에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나 어떤 사람과의 관계를 떠올려보면 짐작해볼 수 있는 것.     


게리 채프먼의 저서 ‘5가지 사랑의 언어’를 통한 가르침은 내게 선명하게 기억되어 10년여의 시간이 지난 순간에도 그것을 떠올리게 되었던 것이다.     


인사동에서의 만남 후 3~4일간 부산 부모님 댁에 내려가 있을 그녀와 돌아오는 토요일에 만나기로 하고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사랑의 언어’를 떠올렸다. 두 번의 만남동안 나누었던 대화 속에서 나는, 그녀에게도 제1의 사랑의 언어가 ‘함께하는 시간’일 것이라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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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부산에 간 4일은 정말 길었다. 만나서 무얼 할 것인지, 어딜 갈 것인지, 뭘 먹을 것인지 고민할 시간은 정말 많았다. 많은 고민 끝에 그녀가 좋아하는 공연을 함께 보기로 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가수 ㅇㅈㅎ이 나오는 클럽 빵 공연. 클럽 빵은 내가 처음 클럽 공연을 했던 익숙한 장소다. 홈그라운드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공연은 6시 시작이었고, 우리는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4시에 만났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한 번 일요일 공연하러 기타를 메고 걷던 그 길을 그녀와 함께 걸었다, 기타도 메지 않고.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지난 두 차례의 만남 때보다 더 예뻐 보였다. 그런 것들을 말로 표현했으면 더 좋았으련만, 나는 그냥 혼자만 생각하고 좋아했지. 공연까지는 아직 두 시간여가 남았는데 나는 그녀와 클럽 빵 건너편에 있던 카페 ㅎㅂ라는 곳에 갈 예정이었다.   

  

클럽 빵 쪽이 바라다보이는 창가에 앉았다. 지금은 없어진 카레가 맛있던 그곳에서 나는 에비카레를, 그녀는 토마토카레를 시켰다.     



부산에서의 시간동안 그녀는 부모님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단다. 부산으로 내려오지 않겠냐는 권유를 들으면서. 나는 그녀에게, 아직은 좋아하는 곳에서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는 조언을 했다.     


“서울에 있던 시간이 저에게는 모두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다 큰 어른에게 내가 무슨 조언을 한단 말인가 싶다가도 그런 이야기를 서로 나눈다는 것에 나는 뿌듯한 마음이 되기도 하였다.     


.     


카페 ㅎㅂ에서 한 시간 반 정도를 보내고 길만 건너면 바로 닿을 수 있는 클럽 빵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공연료를 지불하고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무척 어색했다. 관객의 입장으로는 처음 가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빵 공연의 관객들은 모두가 빵 사장님처럼 조금 시크한 분위기를 갖고 있는 곳이라 생각되었었는데, 그날은 나도 관객의 입장이어서 그랬는지 모든 분위기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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