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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Nov 10. 2020

지도로 그려보는 세검정

이사일기(2010-2020) - 6. 홍은동 (2013.05)

세검정 일대를 지도 위에 그리다


   4년 전쯤 개인적으로 사적인 지도 만들기 작업을 해보았다. 당시의 작업을 옮겨본다. 이 곳 홍은동 집에 살 때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동네의 아름다움을 내가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스스로도 느껴지는..




   1. 홍은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부암-평창동 방향으로 올라가던 이가 한적한 풍경에 눈을 빼앗겨 세검정로 아래 왼편을 바라본다. 산자락의 끝이 땅에 닿은 그 곳에 보도각과 옥천암이 자리하고 있다.


   5월의 밤이면 마을을 가득 밝히는 연등길은, 미지의 이상향으로 향하는 듯한 환상적인 밤산책의 시작이다.


옥천암 / 홍제천


   2. 세검정로를 이탈하여 옥천암을 지난 발걸음은 홍지문 앞으로 이어진다.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보완하기 위해 세웠다는 홍지문과 탕춘대성. 홍지문의 끝에서 탕춘대성의 흔적은 이어져 산을 높이 넘어버린다.


   7년 전 나는 홍지문과 옥천암 사이의 집에 살았는데, 퇴근길에 상명대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세검정교차로를 지나 집으로 걸어오곤 했다. 마침내 홍지문을 지나는 일은 하루의 결승선 통과와도 같은 의식이었다.



   3. 홍지문을 통과해 콘트리트 도로 위로 올라서면 교차로를 만나게 된다. 광화문방향에서 오는 버스들은 이곳, 세검정교차로에 다다르며 그 성격이 확연히 달라진다.


   상명대학교 학생들을 위하여 전진하는 7016 버스, 우회전하여 평창동 방향으로 사람들을 안내하는 1022, 1711, 7022 등의 버스들. 그리고 좌회전하고, 하강하여 홍은동 방향으로 탑승객들의 가족을 마중하는 7018.


홍지문


   4. 교차로를 지나 몇 걸음 올라서면 정자를 하나 만나게 되고, 그 곳을 기점으로 사방을 둘러보면 고요하고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인조반정 때 반정인사들이 광해군의 폐위를 논하며 칼을 갈아 씻었다고 하여 세검정이라 이름지어진 그 곳은, 걷던 이들에게는 평창동 방향으로 오를 것인지, 백사실계곡 방향으로 향할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장소이기도 하다. 석가탄신일 즈음의 밤에는 반대편의 무량정사 등에서 시작된 연등의 물결이 옥천암의 그것만큼이나 아름답다.


세검정 / 자하슈퍼


   5. 세검정에서 홍제천 물줄기를 따라 걷는다. 세검정성당, 자하슈퍼 등을 지나 계곡과 현통사를 만난다. 백사실마을, 북악스카이웨이, 부암동 등의 방향으로 향할 수 있는 길목인 별장터를 만나 각자의 길을 정한다.


   나도 이 근방을 온전히 걷지는 못했다. 이 계절이 가기 전에 한 번 다녀올까 하노라.




일대 산책코스에 대한 글 소개


https://brunch.co.kr/@jayang/3

https://brunch.co.kr/@jayan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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