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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Nov 12. 2020

비로소 동네가 보이기 시작

이사일기(2010-2020) - 6. 홍은동 (2013.05)


없으면 없는 그대로


   이사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다 잠시 주위를 정리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한 달쯤 지나니 동네를 찬찬히 하나하나 보게 된다. 아름다운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는 일 못지않게 가장 가까운 마트가 어디쯤 있는지, 세탁소나 철물점은 근처에 있는지가 조금씩 더 신경이 쓰이기도 하는 시점.


세종문화회관 동기들과 집들이 중 치얼스!

   보통 사람들 같으면 그런 것들을 먼저 살폈을 수도 있지만, 내게 그런 것들은 우선으로 고려할 사항은 아니었다. 근처에 있으면 있는 그대로, 없으면 또 없는 그대로 적응하고 살아가면 된다는 마인드.


   상술한 것처럼 내게 생활편의시설의 유무는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OO가 없어서 불편하겠군’ 보다는 ‘이곳에서는 OO는 되도록 하지 않고 OO하도록 해야 하겠군.’ 하는 마음이 되었다.



   처음 이사를 결정했을 때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것은 예감했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풍광 앞에서 그런 것까지 바라는 것은 사치가 아닐까.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어


   어디 한 번 봅시다.

중앙에 보이는 계단을 내려와서 아래에 보이는 가게를 이용!

   1. 혼자 사는데 꼭 필요한 도보 3분 이내 거리의 구멍가게 혹은 편의점 -> 있다. 집에서 1~2분 여 계단을 내려오면 평지에 바로 작은 가게가 있다. 편의점이 아니고 구멍가게여서 더 좋다. 택배도 잘 받아주시는 곳.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이었다면 한밤중에도 들락거렸을 수 있다.


   2. 필수는 아니지만 거의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중규모의 마트 -> 없다. 30분은 족히 걸어야 하는 거리에 작은 마트가 하나 있었지만 거의 가지 않았다. 대신 도보 10분 거리 위치에 생협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감자라면, 두부과자 등을 살 수 있는 곳. 그곳에 있던 생협의 상호는 우리생협이었는데, 지금은 없더라. 2017년쯤 없어진 것 같다.


세탁소, 철물점, 음식점, 술집, 인테리어가게 등 상가들

   3. 꼭 필요한 생활편의시설인 세탁소와 철물점 그리고 약국, 미용실 등 -> 대부분 있다. 도보 10분 거리에 세탁소와 철물점, 약국이 모두 있었다! 전기재료 파는 곳, 인테리어 가게도 있었다. 걱정했던 부분 단 번에 해결! 세검정교차로에서 세검정으로 가는 길 사이에 상가들이 있었다. 편의점부터 시작해서 음식점, 술집 그리고 위에서 말한 시설들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 현재는 철물점은 없어졌고, 나머지 가게들은 대부분 아직 남아있는 모습이다.


   4. 식당, 배달음식점, 분식집, 카페 -> 식당은 많지는 않았지만 그 유명한 중국집 하림각과 팔선생이 있었다. 둘 다 직접 가서 먹는 고급 중국집. ‘상견례 하면 하림각’이라 할만큼 상견례 장소로 유명한 하림각은 사는 동안을 포함해 지금까지 가보지 못했다. 대신 팔선생에 가서 맛있는 꿔바로우는 먹어봤지.


   배달음식점은 그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어도 검색해서 전화하면 어디선가 왔다. 애석하게도 분식집은 없어서 편의점에서 파는 것들로 만족해야 했고, 카페도 가까운 거리에는 없었다. 서울미술관, 부암동주민센터 방향으로 올라가야 갈 수 있었다.


포방터시장

   5. 그리고 시장 -> 집에서 15분 여 걸으면 골목식당으로 유명해진 포방터시장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냥 평범한 시장이었다. 돈가스집이 있을 때도 아니었고. 설사 그 돈가스집이 있었다고 해도 그렇게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면 그냥 평범했을 시장이었다. 늘 생각하게 되는 방송의 악영향. 아, 그리고 포방터시장 가는 길에 있던 코인빨래방을 자주 이용했다. 마땅히 빨래 말릴 곳은 없었기 때문에.


옥천암 / 백사실계곡 가는 길


   모든 것을 지척에서 다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 이들은 충분히 불편할 수도 있는 동네였고, 지금도 여전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저녁에 어수룩함이 깃들기 시작한 세검정교차로, 세검정교차로에서 홍지문 방향으로 향하는 길, 하루의 마지막 의식으로 홍지문을 지나는 일, 4~5월이면 동네에 가득한 연등이 만들어내는 장관 등 나에겐 이런 것들로 충분한 동네였다. 내겐 지금도 여전히 그런 것들이 중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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