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의 적자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행보
네이버가 2023년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네이버웹툰은 1분기 21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2004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23년 1분기 현재까지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마침내 네이버 경영진은 2023년 말까지 네이버웹툰의 흑자 전환을 공언했습니다. 앞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네이버는 1분기 매출 2조 2,804억 원, 영업이익은 3,305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6%, 9.5%씩 늘어났습니다. 인터넷 광고 시장이 경기 침체와 함께 위축된 가운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과입니다. 특히 매출 성장의 주요 동력은 커머스로 포쉬마크 인수와 크림의 거래액 증가가 크게 기여했습니다. 2022년 초 최수연 대표 취임 이후 커머스 투자와 사업을 빠르게 확장한 결과라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콘텐츠 사업의 한 축을 담당 중인 네이버웹툰의 수익성은 여전히 적자에 머물러 있습니다. 네이버는 콘텐츠 사업 1분기 적자를 752억원으로 발표했습니다. 상당 부문 적자는 스노우가 기록 중이며, 네이버웹툰은 214억 원 적자입니다. 고무적인 부분은 2022년 1분기 293억 적자 대비 79억 원이 개선되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요약하면 작년 1분기 월평균 100억원 적자에서 2023년 1분기에는 월평균 70억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성장했으나, 2022년 1분기와 2분기에 인수한 문피아, 이북재팬, 로커스 등의 숫자가 포함되어 있어, 이를 제거 시 실질 거래액 성장률은 높지 않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기존 네이버웹툰 사업의 매출이나 영업이익 개선은 크지 않은 상황에서 흑자를 기록 중인 이북재팬 등의 인수를 통해 매출과 수익을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네이버웹툰이 2004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무료 웹툰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하면서 시장의 확대를 추진해 왔으나 정작 웹툰 사업 자체는 최근 들어 연간 천억 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리디의 영업적자도 커지고 있고, 코미코를 운영 중인 NHN의
웹튼 사업도 적자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웹툰 산업에서 과연 누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을까요?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작가들이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을 듯 하나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일부 대형 스타 작가를 제외하고 대다수 일반 작가들은 오히려 노동 환경이 악화되었다며 아우성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들은 과거 만화책 시장보다 수익은 줄어들고 노동 강도는 강해졌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플랫폼-작가 사이 웹툰 스튜디오를 통한 작품 수급이 늘어나며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익 분배 비율이 낮아지고 있고, 과거 출판물 만화 시장보다 웹툰 플랫폼이 작가를 더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을 하는 작가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웹툰 스튜디오들은 성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장의 발달과 함께 중소형 웹툰 스튜디오가 난립하면서 신진 작가들 대상으로 더 높은 수익성을 요구하거나 2차 저작권의 상당 부문을 가져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2022년 본격회된 경기 하강 국면에서 웹툰 업계 전체적으로 ‘생존’을 걱정해야 할 만큼 수익성이 크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관련 글: ‘생존’이 화두가 된 웹툰 업계)
결국, 이 시장에서 가장 크게 혜택을 보고 있는 이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고객들입니다. (앱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도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웹툰은 무료라는 인식이 강하게 퍼져 있고, 유료화를 하고 있는 작품들도 불법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즐기고 있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플랫폼들 입장에서 가격을 올리자니 무료 웹툰을 시장에 자리 잡게 한 네이버웹툰의 움직임이 더디고, 불법 사이트는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이기에 진퇴양난의 형국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네이버웹툰은 선두 업체로서 웹툰 생태계를 개척해 왔습니다. 모회사인 네이버의 지원 하에 연간 천억 원대 적자를 감수하며 웹툰 생태계 발전에 투자해 왔습니다. 2014년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웹툰을 전 세계에 알리는 첨병 역할도 수행 중입니다. 하지만, 네이버의 자본력을 기반으로 웹툰 생태계가 발전하는 동안, 고객들은 저렴하게 또는 무임 승차하며 콘텐츠를 즐기고 있습니다. 네이버웹툰의 20여 년 적자 행진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네이버 경영진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네이버웹툰을 2023년 말까지 흑자 전환시키고, 이후 상장에 착수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기존 사업의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이 예상됩니다. 네이버웹툰 한국 법인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대비 2022년 인건비만 33%가 증가한 상황입니다. 그나마 한국 법인은 흑자이나,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인 해외 법인에서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해보입니다. 라인망가, 라인웹툰 북미 및 왓패드에서 대대적 구조조정은 이제 수순일 것입니다.
한편, 중장기적으로 네이버웹툰도 유료화를 적극 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고객들에게 자리 잡힌 ‘웹툰=무료’라는 인식을 당장 바꾸기는 어렵더라도, 해외 시장에서는 과감하게 유료화를 시행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웹툰이 무료가 아닌 적정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창작자의 저작물임을 공표하고, 불법 사이트 대응에도 전선을 넓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웹툰 산업 생태계가 지속가능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네이버웹툰이 20여 년간의 ‘적자 행진’을 중단하고, ‘건전한 흑자‘를 기록하길 응원합니다.